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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기업공개 750억 달러 조달… 머스크 '테슬라 합병' 승부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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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기업공개 750억 달러 조달… 머스크 '테슬라 합병' 승부수 되나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로 시장 재편… 시가총액 최대 2조 달러(약 2970조 원) 도전
합병에 이어 테슬라까지 흡수 시 3조 5000억 달러(약 5190조 원) 메가 공룡 탄생
웨드부시 "2027년 합병 현실화"… 테슬라 주주 이해충돌 변수
스페이스X의 IPO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될 경우, 이것이 테슬라(Tesla)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이스X의 IPO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될 경우, 이것이 테슬라(Tesla)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SpaceX) 기업공개(IPO)를 발판 삼아 자신의 기업 왕국 전체를 하나로 묶는 '대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금융매체 배런스(Barron's)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스페이스X의 IPO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될 경우, 이것이 테슬라(Tesla)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예비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했으며, 오는 6월 8일 주간에 기관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시작할 계획이다. 목표 조달액은 750억 달러(약 111조 원),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1조 7500억 달러(약 2590조 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IPO… 스타링크가 쌓은 '현금기계'


스페이스X의 이번 IPO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세운 290억 달러(약 43조 원), 2014년 알리바바가 세운 250억 달러(약 37조 원)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CNBC는 지난 1일 스페이스X가 SEC에 비공개 예비 서류를 제출했다고 전했으며, 로이터통신도 같은 날 이를 확인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핵심축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다. 2025년 말 기준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900만 명을 웃돌았으며, 전년보다 100% 급증했다.

가입자마다 연간 최소 600달러(약 89만 원)를 낸다. 레인메이커 시큐리티스(Rainmaker Securities) 그렉 마틴(Greg Martin) 전무는 "xAI 합병 이전까지 스페이스X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익률이 50%에 달했다"며 "사실상 현금기계"라고 평가했다.

IPO 예정 기업가치인 최대 2조 달러(약 2970조 원)는 2026년 추정 매출의 75배, EBITDA의 160배에 해당한다. 월가에서는 이 같은 고평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머스크는 이번 공모에서 소액주주 배정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평균(약 10%)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Bret Johnsen)은 지난 7일 주관사 21개 은행 담당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소액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우리와 머스크를 지지해온 분들"이라며 "이번 공모에서 그 점을 반드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우주 발사 시장에서의 압도적 입지도 기업가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꼽힌다. 스페이스X는 현재 전 세계 궤도 발사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재사용 가능한 팰컨9 로켓의 발사 비용은 저궤도 기준 킬로그램당 2000~3000달러(약 290만~445만 원)로, 미 우주왕복선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머스크의 '수렴' 전략… 테슬라 합병이 진짜 목표?


스페이스X IPO는 그 자체로 이미 역사적 사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것이 머스크가 구상하는 기업 대통합, 이른바 '수렴(Convergence)'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웨드부시(Wedbush) 증권 분석가 댄 아이브스(Dan Ives)는 최근 리포트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2027년 합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이브스는 "두 회사의 운영 통합이 이미 깊숙이 진행됐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전략적 공통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베어드(Baird) 증권 분석가 벤 카요(Ben Kallo)도 배런스에 "합병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통합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를 전량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양사의 합산 가치를 1조 2500억 달러(약 1850조 원)로 평가했다.

앞서 지난 1월 테슬라는 xAI에 20억 달러(약 2조 9700억 원)를 투자했고, 이 투자금은 xAI의 스페이스X 합류와 함께 스페이스X 소수 지분으로 전환됐다. 지난달에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테슬라 공동 프로젝트 '매크로하드(Macrohard)'를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xAI의 그록(Grok) 대형언어모델과 테슬라 자체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기업 소프트웨어 기능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아마존 웹서비스(AWS)처럼 외부에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노린다. AWS는 2025년 1290억 달러(약 191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퓨처펀드(Future Fund) 공동 창업자 게리 블랙(Gary Black)은 "테슬라 주주들이 왜 스스로를 희석하겠냐"며 합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합병 비율을 단순 계산하면 테슬라 주주들이 이익의 55%를 기여하고도 통합 법인 주식의 40%밖에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예측 시장에서도 올해 안에 합병이 성사될 확률은 낮게 거래되고 있으며, 대체로 2027년 봄을 전후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테슬라의 고민… AI 기대감과 실적 괴리


합병론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테슬라 자체의 성장 정체가 있다. 테슬라는 2026년 1분기에 36만 대를 인도하는 데 그쳐 월가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들어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J.P.모건 분석가 라이언 브링크만(Ryan Brinkman)은 "테슬라 주가는 2022년 6월 인도량이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아직 50%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테슬라에 목표주가 145달러(약 21만 원),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자율주행 부문의 일정 지연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올해 상반기에 로보택시를 9개 도시에서 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실제 운행 도시는 텍사스주 오스틴 한 곳에 불과하다.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Optimus) 3세대 발표도 1분기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조지타운대 금융학과 레나 아가왈(Reena Aggarwal) 교수는 CNBC에 "아무리 훌륭한 회사라도 시장 변동성이 크면 기업공개가 실패할 수 있다"면서도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앞으로 5년 안에 또 상장하기는 어렵다.

머스크 관련 투자 비중을 늘리고 싶은 투자자에게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웨드부시 아이브스는 테슬라-스페이스X 합산 기업가치가 3조 5000억 달러(약 5190조 원)를 웃돌 수 있다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라고 추산했다.

스페이스X의 공모 설명서(S-1)는 늦어도 오는 5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