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스타링크, 남아공·나미비아서 인허가 잇달아 거부

글로벌이코노믹

스타링크, 남아공·나미비아서 인허가 잇달아 거부

흑인경제권 30% 지분 요건 vs 단일 소유구조 충돌…아프리카 진출 막혀
아프리카 24개국 개통 성공에도 남부 아프리카 '디지털 장벽' 여전
스타링크(Starlink)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에서 수년째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링크(Starlink)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에서 수년째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는 이미 상륙한 스타링크(Starlink)가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54)의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수년째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위성인터넷이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 시대에, 세계 최대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오히려 아프리카 남부에서 발이 묶인 역설적 상황이 빚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아프리카, 미국 팩트체크 매체 스놉스(Snopes), 아프리카 통신 전문매체 커넥팅아프리카(Connecting Africa) 등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이 사안을 일제히 집중 보도했다.

욕설 게시물 하나가 불붙인 외교 충돌

갈등의 도화선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남아공 국제협력부 공공외교국장 클레이슨 모넬라(Clayson Monyela)의 발언이었다. 그는 600개가 넘는 미국 기업들이 현지 법규를 지키며 사업에 성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에 엑스(X·옛 트위터)에 원색적인 욕설 게시물로 응수했고,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 빈센트 마그웨냐(Vincent Magwenya)는 즉각 정면 반격에 나섰다.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이다. 192개국에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 그냥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그의 발언은 외교적 표현을 빌린 사실상의 퇴장 요구였다.

갈등의 본질은 남아공 독립통신청(ICASA)이 집행하는 흑인경제권익증진(BEE) 정책이다. 이 정책은 통신 사업 인허가를 받으려면 역사적 소외계층에 지분의 최소 30%를 배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분 이전 없이 전 세계 단일 소유구조를 유지하는 스타링크의 사업 방식이 이 요건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지 법인 대표를 흑인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인허가를 '뇌물'로 받을 기회를 제안받았지만 원칙상 거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돌파구 마련 시도도 이어졌다.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지난해 6월 농촌 학교 5000곳에 무료 인터넷을 연결하는 조건으로 5억 랜드(약 44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해 10월에는 총 25억 랜드(약 224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지분 이전 대신 현지 사회에 투자하는 '동등투자프로그램(EEIP)' 방식으로 규제를 충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통신디지털기술부 장관 솔리 말라치(Solly Malatsi)는 "EEIP를 다국적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현행 남아공 독립통신국(ICASA) 규정이 지분의 직접 소유만을 흑인경제육성(BEE) 충족 기준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남아공 내부에서도 이견이 갈린다. 국회 통신디지털기술위원회 위원장 쿠셀라 상고니 디코(Khusela Sangoni Diko)는 말라치 장관의 규정 완화 지침이 "흑인 다수의 수십 년에 걸친 평등 투쟁을 정면으로 훼손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규정 개정까지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스타링크의 남아공 정식 서비스는 빨라야 2026년 말에서 2027년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미비아 '6개 기준 중 3개만 충족'…남부 아프리카 공통 장벽으로


규제 벽은 남아공에 그치지 않는다. 나미비아 통신규제청(CRAN)은 올해 3월 스타링크가 인허가에 필요한 6개 요건 가운데 3개만 충족했다며 운영 인허가 신청을 공식 거부했다.

나미비아는 통신 분야 기업에 최소 51% 이상의 현지 지분을 요구하는데, 스페이스엑스의 전액 외국 자본 구조가 이와 충돌한다.

스타링크는 현재 레소토, 짐바브웨, 잠비아, 에스와티니,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24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도 남아공과 나미비아만 높은 현지 지분 장벽 탓에 진입이 막혀 있는 것이다.

남아공 인구의 25%, 약 1500만 명이 여전히 인터넷 접근권 밖에 있는 상황에서 인허가 공백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소외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는 정반대 결과…진입 방식이 갈랐다


남아공·나미비아의 규제 충돌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과의 선명한 대비 때문이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5월 스타링크코리아와 스페이스엑스의 국경 간 공급 협정을 승인했다.

지분 이전을 요구하는 대신 스타링크코리아라는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SK텔링크·KT샛·LG유플러스 등 국내 사업자와 협력 구조를 갖추는 방식으로 규제 요건을 충족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한국의 유·무선 통신망이 이미 높은 커버리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스타링크가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를 본격 대체하기보다는 도서·산간 음영지역, 재난 상황, 선박 등 특수 수요를 겨냥한 보완재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분 요건 대신 국내 법인과 파트너십 구조를 통해 시장을 열었고,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청산을 위한 경제적 포용 원칙을 고수하며 문을 잠갔다. 같은 위성망을 놓고 두 나라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스타링크의 남부 아프리카 진입 가능성은 ICASA의 규정 개정 속도와 스페이스엑스의 투자 이행 여부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나미비아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인허가 문제를 넘어, 아프리카의 디지털 경제가 기술이 아닌 정책에 의해 얼마나 크게 좌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로 주목받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