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현금 팔레트' 비난하던 트럼프, 협상 테이블서 유사한 대가 치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 변동성 주목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 변동성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고 건설 중인 지하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을 풀어주는 거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 역풍은 거세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이란이 이 자금을 활용해 무장 세력을 재정비하거나 테러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리처드 골드버그 전 트럼프 행정부 자문위원은 "이란이 핵심 불법 활동에 대한 양보 없이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불법 활동을 간접 보조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200억 달러 해제… "과거엔 현금 팔레트 비난, 지금은 협상 핵심"
이번 협상의 최대 난관은 '우라늄 농축'이다. 이란은 국제법상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부대표는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부인하지만, 농축 자체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라며, 이것이 2015년 합의 당시와 동일한 협상의 걸림돌임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합의가 오바마 시절보다 '훨씬 나은 거래'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만드는 딜은 훨씬 나을 것"이라며 세계가 자랑스러워할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10년 전보다 복잡하다. 전쟁을 거치며 이란 체제는 강경파 중심으로 재편됐고, 미국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봉쇄와 우라늄… 에너지 시장 흔드는 3가지 변수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시계는 '호르무즈 해협'에 멈춰 있다. 미국의 항구 봉쇄와 이란의 해협 통제권 행사로 글로벌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전쟁 중에도 이란이 해협 통제 능력을 입증하며 유가 상승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협상 테이블의 가장 큰 변수다. 미국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정상화는 경제적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협상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에게도 중대한 시험대다. 전쟁 반대론자였던 밴스 부통령은 현재 협상을 주도하며 협정의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리처드 네퓨 전 국무부 관리는 "전쟁은 오히려 이란 강경파에게 정국 주도권을 쥐여주었다"며 협상 난이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유가와 자산의 향방을 가를 3가지 지표
협상의 진정성과 시장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와 업계는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주시해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수송량이다. 해협 물류 정상화 여부는 유가 급등락을 결정짓는 1차 지표이다.
둘째, 핵시설 폐기 범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피크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 등 지하 핵시설의 실질적 해체 확인 여부가 합의의 성패를 가른다.
셋째, 자산 해제 메커니즘이다. 29조6200억 원이 지급될 경우, 이란 내부 군사 용도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감시 장치가 마련되는지가 핵심이다.
실질적인 핵 위협 제거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승부수가 어디를 향할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이란 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과거 공언을 뛰어넘는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정치적 생명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독자들은 단순히 유가 하락에만 기대지 말고, 미 정부가 제시하는 이행 조항의 구체성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