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쓰비시와 144억 달러 계약… ‘검증된 플랫폼’에 무너진 수주 파이프라인
인태 해군력 재편, 한국은 '물건' 팔 때 일본은 '운영체제'를 판다
인태 해군력 재편, 한국은 '물건' 팔 때 일본은 '운영체제'를 판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디펜스뉴스(Defense News)는 27일(현지시각) 호주 정부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 호위함 도입을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은 일본 ‘방위장비이전 3원칙’ 개정 이후 최대 규모 수출이자, 일본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사업으로 호주는 144억 달러(약 21조 2400억 원)를 투입해 11척의 호위함을 확보한다. 호주 해군 스티븐 휴즈 제독은 “모가미급은 전투 체계뿐만 아니라 운용 방식에서 한 세대를 도약하게 할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검증된 플랫폼’에 무너진 한국의 수주 파이프라인
호주는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계가 핵심 수출 타깃으로 삼아온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호주 정부는 ‘상호 운용성’과 ‘검증된 플랫폼’을 선정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다.
호주가 한국 대신 일본을 선택한 배경은 명확하다. 일본 시스템과 통합된 UNICORN 마스트, 롤스로이스 가스터빈 등 일본 방산 생태계와의 호환성이 호주가 요구하는 ‘신속한 전력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맞닥뜨릴 가장 큰 벽인 ‘플랫폼의 호환성’과 ‘수출 전략의 유연성’ 문제를 드러낸 대목이다.
‘방위장비이전 3원칙’ 개정, 인도-태평양 뒤흔든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군력 재편을 알리는 핵심 지표다. 양국은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 운영 체계를 긴밀히 묶는 전략적 결합을 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2023년 12월 '방위장비이전 3원칙' 운용 지침을 개정한 데 이어, 2026년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전면 완화하면서 이번 '빅딜'이 성사되었다. 3원칙 개정이 실질적인 ‘현금’으로 환산된 첫 사례다.
이제 일본은 단순한 동맹을 넘어 한국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산 경쟁자가 됐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소나와 전투체계를 패키지로 수출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단품 수출 위주인 한국 방산이 시스템 통합이라는 글로벌 표준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향후 동남아와 태평양의 해군 전력 현대화 시장에서도 일본에 뒤처질 우려가 크다. 한국은 이제 무기라는 ‘물건’을 넘어 시스템이라는 ‘체계’를 파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3가지 지표
이번 호주 호위함 사업 패배는 K-방산이 ‘기술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지정학적·전략적 복합 경쟁’ 시대에 진입했음을 증명한다. 향후 한국의 방산 경쟁력을 점검하기 위해 다음 3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플랫폼 범용성 확보다. 한국 함정이 수출 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범용 전투체계와 호환되는 표준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특정 무기체계에 종속되지 않는 유연한 설계 능력이 수주 판도를 바꾼다.
둘째, 현지 건조 및 기술 이전 패키지다. 호주는 이번 계약에서 8척을 현지 건조하기로 했다. 한국의 수출 전략 역시 단순히 ‘배를 파는 것’에서 ‘현지 산업 생태계 구축’을 포함하는 패키지 딜로 진화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대(對) 일본 수주전 지표다. 일본의 방산 수출이 본격화된 만큼, 인도-태평양 지역의 차기 함정 도입 사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주전 지표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일본이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지, 한국이 ‘가격과 성능’으로 이를 뚫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제는 플랫폼 그 이상의 가치를 수출하는 능력이 한국 방산의 생존을 결정한다.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꿰뚫고 상대가 원하는 ‘시스템’을 제안하는 통찰만이 한국 방산의 새로운 돌파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