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1분기 매출 14조 원·38% 급증…데이터센터가 절반 넘어
삼성, 점유율 17%→30% 회복세…하반기 수율이 진짜 승부 가른다
삼성, 점유율 17%→30% 회복세…하반기 수율이 진짜 승부 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지금 반도체 주식을 들고 있다면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만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독식할 것인가, 아니면 삼성전자가 반격에 성공할 것인가." 그 답의 단서가 AMD의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 4세대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주공급사로 지명한 가운데, AMD의 실적 호조는 단순한 부품 계약을 넘어 HBM 시장의 구조가 바뀌는 신호일 수 있다.
AMD 주가 하루 16% 폭등…데이터센터 홀로 57% 불었다
6일(현지시각) CNBC 보도에 따르면, AMD는 이날 올해 1분기 매출 102억 5000만 달러(약 14조 9400억 원)를 공시했다. 월가 예상치를 3.6% 웃돌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발표 다음 날 주가는 하루 만에 16% 이상 뛰었고, 최근 1년 누적 상승률은 세 배를 넘었다.
성장을 이끈 것은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해당 부문 매출은 57억 8000만 달러(약 8조 4200억 원)로 전년보다 57% 늘어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했다. 리사 수(Lisa Su) 최고경영자(CEO)는 "추론과 에이전틱 AI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속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2분기 매출 목표를 112억 달러(약 16조 3200억 원)로 제시했다. 서버 CPU 시장의 2030년 규모 전망도 1200억 달러(약 174조 원)로 높여 잡았고, 연평균 성장률 예상치는 기존 18%에서 35% 이상으로 올렸다.
AMD HBM4 주공급사 삼성, 수혜 기대…평택에서 리사 수가 직접 도장 찍었다
이번 실적보다 한국 투자자에게 더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은 지난 3월 18일 체결된 삼성전자·AMD 양해각서(MOU)다. 핵심은 AMD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5X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삼성 HBM4를 주공급(primary supply) 형태로 납품하는 것이다. 6세대 EPYC CPU(코드명 '베니스')용 고급 DDR5 공동 개발과 파운드리 협력 탐색도 포함됐다.
서명식은 삼성 평택 캠퍼스에서 열렸다. 리사 수 CEO가 직접 한국을 찾아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마주 앉은 자리였다. 삼성 측은 "HBM4와 첨단 파운드리·패키징에서 독보적인 일괄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면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은 최근 HBM 시장 판도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시장의 62%를 장악했다. 마이크론이 21%로 2위에 올랐고, 삼성은 17%까지 밀렸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Astute Group, 2025년). SK하이닉스의 우위는 엔비디아와의 공급 관계에서 비롯됐다. 엔비디아는 H100·H200·블랙웰(Blackwell) 등 주력 GPU에 SK하이닉스 HBM을 우선 채택해왔고, HBM4 세대에서도 엔비디아 물량의 약 70%는 SK하이닉스 몫으로 알려졌다(트렌드포스, 2026년 1월 28일). SK하이닉스는 이미 2026년 전체 HBM 물량을 완판한 상태다.
그러나 2026년 들어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은 2025년 4분기부터 점유율 회복을 시작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D램 시장 1위를 되찾았다. DDR5 가격 급등과 HBM3E 공급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HBM 시장에서도 삼성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3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산된다. 결정적으로 삼성은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기술 우위를 내세웠다. 1c(6세대 10나노급)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로직 다이를 적용해 사양 면에서 경쟁력을 높였다.
AMD라는 대형 신규 고객의 등장은 이 흐름에 힘을 더한다.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은 AMD 채널을 통해 독립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이 HBM4 공급을 본격화하면 올해 HBM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 신중론도 적지 않다. HBM4 16층(16-Hi) 적층 시 웨이퍼 두께를 50마이크로미터(㎛)에서 30㎛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기술 난도가 수율 확보를 어렵게 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사양 경쟁보다 양산에서의 품질 일관성과 납기 신뢰성이 최종 점유율을 가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MOU는 '우선 협상 지위'일 뿐, 본 계약과 물량 확정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점유율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메모리 쇼티지의 역설…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자, 이 세 가지 지켜봐야
AMD 실적 호조 이면에는 AI 인프라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데이터센터 칩 수요자인 AMD의 매출을 밀어 올렸지만, 소비자 전자 시장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국제데이터기업(IDC)은 2026년 글로벌 PC 출하량이 메모리 수급 불균형 여파로 11.3% 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팀 쿡 CEO도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이 앞으로 수 분기 동안 마진을 압박할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지금 한국 반도체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주시해야 한다. 첫째, AMD MI455X의 실제 양산 일정과 삼성 HBM4 납품 물량 확정 여부다. 둘째, 삼성 HBM4 수율 개선 속도다. HBM3E에서 겪었던 품질 이슈를 HBM4에서 반복하지 않는다면, 하반기 점유율 추가 상승은 현실이 된다. 셋째,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속도다. 엔비디아가 삼성 채택 비중을 높일수록 양사의 판도 모두 달라진다.
AI 반도체 수요의 무게중심이 훈련(트레이닝)에서 추론(인퍼런싱)으로 이동할수록 다양한 GPU 플랫폼이 공존하게 되고, HBM 공급자 다변화 압력도 구조적으로 높아진다. AMD의 1분기 실적은 그 흐름이 이미 시작됐음을 수치로 증명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