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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조 달러 규모 ‘숨겨진 부실채권’의 늪… 경제 성장의 영구적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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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조 달러 규모 ‘숨겨진 부실채권’의 늪… 경제 성장의 영구적 걸림돌 되나

공식 부실채권 비율 1.5% 뒤에 숨은 10%의 진실
자본이 생산적 기업 대신 ‘좀비 기업’으로 유입… “금융 위기 없어도 저성장 고착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 본부. 사진=로이터
중국 저장성에서 플라스틱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톰 후(48) 씨는 사실상 파산 상태다. 수입은 운영비를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며, 73만 달러(약 10억8000만 원)에 달하는 은행 대출 이자조차 낼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은행은 그의 대출을 회수하는 대신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후 씨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은행 장부상에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기이한 공생’이다.

이처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출 유예 조치가 중국 경제에 거대한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중국 은행권이 숨기고 있는 부실채권(NPL) 규모가 약 3조 달러(약 4440조 원)에 달하며, 이것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발목을 잡는 장기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 통계와 괴리된 ‘전략적 관용’


중국 당국이 발표한 공식 부실채권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혹하다. 런던의 앱솔루트 전략 연구소(Absolute Strategy Research)는 실제 부실채권 비율을 약 10%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이 추정치가 맞다면, 연체된 상태로 분류되어야 할 대출금 3조 달러가 장부상 ‘정상’으로 둔갑해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일부 정부 내부 관계자들은 실제 부실 비율이 15~2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좀비 기업’으로 흐르는 자본의 독(毒)


중국 당국과 은행이 이처럼 ‘관용 정책(Forbearance)’을 펼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규모 기업 부도와 은행 파산이 불러올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금융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짜 점심’의 대가는 혹독하다. 금융 자원이 건강하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대신, 자생력이 없는 이른바 ‘좀비 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비생산적인 곳에 묶이면서 전체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부실채권의 누적은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신규 대출 능력을 제한하여 결국 GDP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실적 개선 노력 대신 정부와 은행의 지원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자구책 마련하는 중국 당국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당국은 6대 대형 은행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올해 3000억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해 은행들의 자본 재구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은행들은 2020년 이후 매년 3조 위안 이상의 부실 자산을 처분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3.8조 위안을 기록했다.

‘위기’보다 무서운 ‘장기 쇠퇴’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장 대규모 금융 위기를 겪지는 않겠지만, 일본식 장기 불황과 유사한 ‘장기적인 쇠퇴(Prolonged Decay)’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로듐 그룹의 로건 라이트 파트너는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생산적인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 신규 신용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부동산 거품 붕괴와 맞물린 거대한 부실채권 문제는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는 성장의 동력을 잃고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정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