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이기고 있다' 착각…레바논 변수·동결자산 이견이 마지막 걸림돌
6월 말 원유 재고 임계치 도달 시 국제 유가 배럴당 150달러 돌파 가능
6월 말 원유 재고 임계치 도달 시 국제 유가 배럴당 150달러 돌파 가능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6일(현지시각) 100일째를 앞두고 합의를 코앞에 두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해각서(MOU) 협상이 '막판 단계'에 들어섰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도 이란 외무부는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반박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로이터·가디언·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의 5~6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협상 교착의 핵심에는 동결자산 해제 시점, 레바논 전선, 농축우라늄 처리 일정이라는 세 개의 화약고가 자리하고 있다.
핵 협상 '100인 전문가 팀'까지 꾸렸지만… 트럼프 수정안에 이란 '응답 대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5일 테네시주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Y-12 국가안보복합시설을 방문해 약 100명 규모의 핵 기술 전문가 팀과 협의했다.
우라늄 농축 및 원심분리기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팀은 향후 이란과의 본격 핵 협상이 시작될 경우 즉각 투입될 준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미국 측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의 원유 판매 허용, 농축우라늄 처리 방식 논의 등을 담은 60일 휴전 연장 MOU 조건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금요일 세부 조항 두 가지의 수정을 요청했고 이란 측도 자체 수정안을 요구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협상 관계자들은 이견의 폭이 비교적 좁다고 전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농축우라늄 처리 기한이다. 미국은 최종 합의 도달 후 60일 이내에 이란이 농축우라늄 희석 작업을 완료하도록 요구했고, 이란은 이 기한을 90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결자산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란은 MOU 서명 즉시 24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동결자산 중 절반 이상을 해제해 줄 것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최종 합의 이후 구체적 이행 조치가 확인되는 시점에 자산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고수하는 이란, 레바논 카드 계속 만지작
교착의 또 다른 축은 레바논이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크치는 "이 전쟁은 레바논에서도 함께 끝나야 한다"며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를 협상 선결 조건으로 못 박았다.
레바논 대통령 조제프 아운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운 대통령은 "이란이 레바논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흥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며 "이곳은 당신들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라고 밝혔다.
군사적 충돌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탄도미사일 13발과 드론 17기를 발사해 1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쳤다.
같은 날 이란은 바레인의 미국 제5함대 본부도 공격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바레인을 향한 발사체는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주권 문제도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 언론인 '이란의 목소리'는 최근 "이란은 해협 협상에서 이기는 패를 쥐고 있으며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보호 서비스' 명목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6월 말 원유 재고 임계치… '2차 유가 충격' 경고음
협상 지연의 경제적 대가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엑슨모빌 수석 부사장 닐 채프먼은 지난달 28일 번스타인 컨퍼런스에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2~3주 안에 임계점에 도달하면 유가는 급등할 것"이라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원유 재고는 전략비축유(SPR) 포함 7억 9100만 배럴로 2024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후 8주 연속 감소하며 총 6400만 배럴이 줄었다.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 협조 방출의 일환으로 1억 7200만 배럴을 비축유에서 추가 방출하는 중이다.
유가는 5일 기준 브렌트유 약 96달러,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9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배럴당 300달러까지 갈 것이라 했지만, 지금 96달러다. 우리에겐 대안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JP모건은 6월 하반기부터 호르무즈 통행량이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는 미·이란 간 합의 도달 즉시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제거할 다국적 해상 작전을 수일 내에 개시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도 6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물질 현황 검증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핵 합의 틀에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여러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찬성 215, 반대 208로 통과시키며 상원으로 넘겼다.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뉴욕타임스·시에나 5월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4%가 이란 전쟁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