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간 對이란 제재 1000건 넘었지만 지난해 원유 수출로 430억달러(약 65조 9190억 원) 벌어들여
호르무즈 봉쇄 풀리며 국제유가·원달러 환율 변동성 다시 주목
호르무즈 봉쇄 풀리며 국제유가·원달러 환율 변동성 다시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이란을 옥죄려 쏟아부은 제재가 1000건을 넘어섰지만, 정작 이란 정부의 곳간은 마르지 않았다. 중국에 원유를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우회로를 뚫어둔 탓에 미국은 군함으로 이란 항구를 직접 막고 나서야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의 대(對)이란·러시아·북한 제재가 정작 각국 정권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수로 보면 미국의 신규 제재 지정은 2017년 880건에서 2024년 3000건 넘게 늘었다.
中·UAE·터키 거쳐 돈줄은 마르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주 이란과 새 협정에 서명해 선박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는 대가로 경제 압박을 완화하기로 했고, 핵 프로그램 해체 등 조건을 충족하면 제재를 영구히 풀어주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런데도 이란은 중국이라는 우회로로 버텨왔다.
미 재무부는 2024년 이란인 라민 잘랄리안(Ramin Jalalian)이 홍콩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세운 유령회사로 3000만달러(약 459억원)를 옮기고 그중 일부를 제재 대상 이란산 원유 대금 결제에 쓴 사실을 밝혀내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그는 새 유령회사를 차려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북한은 가상자산을 훔쳐 정권 자금을 마련하고 자체 은행원을 세계 곳곳에 심어 돈세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금융망과 위안화는 이란·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핵심 통로 역할을 한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고, 중국 은행들은 원유 판매 대금을 이란 유령회사로 옮겨 현지 물자 구매에 쓰도록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에 보고서를 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결제를 도운 중국 은행 가운데 미국 제재를 받은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처음으로 소규모 지역은행 두 곳만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재에는 설계 단계의 허점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일부의 유럽 판매를 허용해온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지난 3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다시 완화했고, 이 조치로 러시아는 지난달 한 달에만 24억달러(약 3조 6792억원)를 추가로 벌어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을 거치는 비공식 무역로로 군수 물자와 명품을 계속 들여오고 있다.
"총이 안 맞으면 쏘는 법부터 봐야"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한 연설에서 효과를 내는 조치는 명확한 시한을 두고 표적을 좁혀 이뤄진다며, 제재가 의도한 효과를 넘어 부작용을 낳을 때까지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낡은 제재 지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테러자금조사센터의 에이비 비쉬네비츠(Avi Vishnevitz) 선임연구원은 "이란에 대한 제재 자체가 약했던 게 아니다. 약했던 것은 이행과 집행이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일레인 데젠스키(Elaine Dezenski) 연구원은 이런 제재를 정말 집행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회피 통로를 막지 않으면 제재의 지렛대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전 미 재무부 제재 집행관 맥스 메이즐리시(Max Meizlish)는 제재가 자꾸 빠져나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제재 자체를 쓸모없다고 여길까 우려된다며 "총이 안 맞는다고 총 탓을 하기 전에 어떻게 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이란 협정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면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제재망의 이 같은 빈틈이 원유 수급과 환율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