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황 격화 속 ‘방산 핵심’ 34대 원자재 중 17개, 中이 70% 독점
EU 안보연구소 “中, 유럽 군비 확장 무너뜨리는 중… 보급 압박 의지 노골화”
‘중요 원자재법’ 실효성 바닥… 美 주도 ‘팍스 실리카’ 서명 및 日·인도·인니 공조 촉구
EU 안보연구소 “中, 유럽 군비 확장 무너뜨리는 중… 보급 압박 의지 노골화”
‘중요 원자재법’ 실효성 바닥… 美 주도 ‘팍스 실리카’ 서명 및 日·인도·인니 공조 촉구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에 이어 핵심 이중 용도 품목과 군수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의 칼날을 빼 들면서 유럽의 방위 인프라 핏줄이 실시간으로 옥죄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 지도부는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 비중국계 자원·인력 강국들과의 긴급 다각화 동맹 구축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글로벌 공급망의 극단적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제3국 의존도를 강제로 낮추는 신규 법안 제안을 확정했다. 성명서에 중국을 명시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서방 방산 대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중국 당국의 자원 무기화 조치를 저격한 방어 기제다.
실제로 EU 안보연구소(EUISS)와 국방 안보 컨설팅 그룹 테어(Teer)의 5월 실측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34개 핵심 중요 원자재 중 무려 17개 품목의 전 세계 광산 채굴 및 정제 가공 능력을 중국이 최소 70% 이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34개 핵심 광물 중 8개 품목은 이미 중국 상무부의 엄격한 수출 통제 목록에 등재되어 서방으로의 유통량이 극단적으로 통제받고 있다.
“무기 배치하기도 전에 공급 줄 차단”… 라인메탈 비축 총력에도 우려 확산
유럽 외교·안보 정책 분석기관인 EUISS의 조리스 티어 정책 분석가는 "중국은 사실상 유럽의 재무장 노력을 뿌리째 무너뜨리는 과정에 와 있다"며 "통제법이라는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글로벌 영향력을 극대화했으며, 자신들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언제든 서방의 방산 보급선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만천하에 노출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유럽 항공우주·보안 및 방위산업 협회(ASD) 역시 지정학적 자원 전쟁의 가혹한 현실을 지적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 프랑스 탈레스,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등 유럽 내 4,000여 개 대형 방산 제조사들을 대변하는 이 협회는 중요 원자재 자급률 확보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일선 기업들은 수직 계열화와 비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라인메탈 대변인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공급망을 선제 구축해 중국에 대한 의존관계가 전혀 없으며 중요 광물 리스크에 잘 준비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룹 전체의 원자재 소비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정밀 제어할 수 있는 전용 IT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이미 수년 동안 버틸 수 있는 핵심 원자재 비축분을 확보한 상태"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리아 샤기나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낙관론에 냉정한 경고를 보냈다.
샤기나 연구원은 "원자재 비축은 단기적인 공급 차단 쇼크를 막아주는 완충재는 될 수 있어도, 구조적인 장기 고사 위기를 해결하긴 역부족"이라며 "중국이 틀어쥔 대규모 자원 공급량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대안 광산을 개발하고 제련 인프라를 짓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수년의 세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 발은 들여놓고, 한 발은 빼고’… 무기력한 중요원자재법과 규제 모순
유럽은 지난 2024년, 역내 광물 가공 및 재활용 자립률을 높이고 단일 제3국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를 65% 이하로 통제하는 ‘유럽 중요 원자재법(CRMA)’을 도입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전략 프로젝트 속도전을 위해 30억 유로(약 5조 2,600억 원) 규모의 특설 기금까지 출범시켰다.
그러나 유럽회계감사원(ECA)은 해당 법안의 2030년 자립 목표치가 강제성 없는 구속력 제로 상태이며, 현재 EU의 이행 속도로는 달성이 까마득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게다가 환경 및 화학물질 규제를 꼼꼼하게 들이대는 EU 내부의 관료주의적 규제 모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코발트 연구소의 마이클 블레이크니 공공업무 책임자는 "유럽은 한 발은 개방에 들여놓고 한 발은 규제 밖으로 빼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말만 번지르르할 뿐 정작 안에서는 규제 탓에 코발트 등 방산 합금 산업의 속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고 힐난했다.
자본력 면에서도 과감한 금융 위험을 감수하며 광산 지분을 통째로 매입하고 역량을 구축 중인 미국과 달리, 유럽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해 글로벌 광물 확보전에서 상대적 약자로 밀려났다.
미국 주도 ‘팍스 실리카’ 버스 탑승… 日·인도·인니 잇는 ‘비중국 광물 동맹’ 긴급 수혈
위기감을 느낀 EU 회원국들은 이달 초, 자율성 약화 우려를 무릅쓰고 미국의 투자 및 수출 통제 공조 체제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이니셔티브에 전격 서명했다. 지난 4월 미·EU 간 체결한 중요 광물 공급 조정 협정을 한 단계 격상시킨 자원 블록화 전략이다.
EUISS의 티어 분석가는 단순한 미·유럽·일본 간의 삼각 협상을 넘어, 비중국계 핵심 광물 생산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 보조금과 가격 하한제, 공정 조달 룰을 결합한 대규모 ‘비중국 광물 연합체’를 출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밀 세라믹 부품으로 반도체 공정을 장악한 일본의 기술력과 더불어, 말레이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브라질, 그리고 세계 1위 니켈 매장국으로 현대차와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잇는 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들과의 직결 핏줄이 시급하다"며 "여기에 AI 및 방산 숙련 인력 잠재력이 폭발하는 인도와의 동맹이 결합되어야 중국의 자원 독점을 깰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추가적인 무역 보급 중단 보복을 억제하기 위해, 외부 국가의 경제적 강제 조치에 관세 폭탄과 강력한 수입 제한으로 즉각 보복할 수 있는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전면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유럽은 오랫동안 핵심 원자재의 독점 의존 리스크를 뼈저리게 인식해 왔다"며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서방의 첨단 방산 및 군사 역량을 방해 없이 확장할 수 있도록 모든 공급망 취약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군사 안보의 근간인 ‘광물’의 핏줄을 확보하기 위한 유럽의 처절한 자원 다극화 외교전은 향후 글로벌 방위산업의 패권을 판가름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