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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가격, 수요 둔화·中 수출 재개에 급락… 농가 안도 속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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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가격, 수요 둔화·中 수출 재개에 급락… 농가 안도 속 불확실성 여전

이란 전쟁 발발 후 톤당 900달러까지 치솟던 요소 가격, 6월 들어 전쟁 전 수준 회귀
식량 안보 직격하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뚫고 억류 물량 통과… 미·이란 휴전 압박 가속
中, 내수 침체에 5월 말 슬그머니 수출 쿼터 발행… 96만 톤 재고 압박에 제한 완화
이달 초 인도네시아 서자바의 벼 묘목에 비료를 뿌리는 60세 농부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엘니뇨와 연관된 장기 건조 현상에 대비해 농민들에게 밭을 다시 심을 것을 촉구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달 초 인도네시아 서자바의 벼 묘목에 비료를 뿌리는 60세 농부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엘니뇨와 연관된 장기 건조 현상에 대비해 농민들에게 밭을 다시 심을 것을 촉구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 발발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폭등하며 전 세계 농가와 식량 공급망의 목줄을 죄어오던 국제 비료 가격이 전격 하락세로 돌아서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중국의 기습적인 수출 제한 완화와 글로벌 수요 침체가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 여부와 기후 변화 등 변수가 산재해 있어, 국제 비료 시장이 향후 수 개월간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농업의 핵심 비료 성분인 요소(Urea) 가격이 지난 4월 말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하며 6월 첫째 주 기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비료 가격 폭등과 내수 연료비 상승, 여기에 ‘슈퍼 엘니뇨’ 기상 이변 경고까지 겹쳐 파종을 미루거나 비료 투입을 포기했던 아시아 전역의 농민들은 일단 최악의 재정적 파산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전쟁 쇼크에 900달러 찍던 요소 가격… 중국의 ‘슬그머니 쿼터 해제’에 직격탄


질소 기반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되며, 전 세계 유통 물량의 약 30%에서 35%가 페르시아만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 연합군과 이란 간의 전쟁 발발로 해협이 전면 봉쇄되자, 톤당 492.50달러 안팎이던 중동 관료 현물 가격은 4월 23일 기준 900달러까지 수직 폭등하며 지구촌 식량 안보를 강타한 바 있다.

그러나 휴전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하락세 조짐이 뚜렷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원자재 컨설팅사 CRU 그룹의 프란시 고얄 수석 요소 분석가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요소 가격 급락의 1차적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가혹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부재’와 5월의 계절적 비성수기 진입 때문"이라고 짚었다.

비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농가들이 구매 결정을 전방위로 미룬 채 중동 사태의 조속한 해결만을 바라보며 가만히 관망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사법적·제도적 장벽을 세워 자국산 비료의 해외 유출을 꽁꽁 묶어두었던 세계 최대 수출국 중국의 귀환이 하락 폭을 극대화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 제한 완화를 공식 문서로 발표하진 않았으나, 5월 말 국내 수요 침체 방어와 가격 방어를 위해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신규 수출 쿼터(할당량)를 전격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오일켐(OilChem)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기준 중국 국내 요소 재고는 일주일 전보다 7.6% 급증한 959,400톤에 달했다. 산업 수요 약화와 농업용 수요의 일시적 침체 속에서 수출 완화를 기대한 현지 생산업체들이 대규모 비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후베이이화화학산업과 산둥화루-헝셩 화학 등 중국 간판 화학 대기업들은 "국내 공급 및 가격 안정 정책을 준수하는 한편, 압박받는 국내 생산 능력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 비료 시장의 수출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외화벌이 복귀를 선언했다.

호르무즈 갇혔던 120만 톤 흐른다… 태국행 선박 최초 통과


시장 참여자들은 미·이란 간의 휴전 선언이 물가 하락 압박의 가속 페달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해리 미니한 질소 가격 책임자는 "휴전 이후인 6월 16일, 갇혀 있던 요소를 가득 실은 상업선 한 척이 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최초로 통과했다"며 봉쇄망의 핏줄이 다시 돌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현재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뒤편에 정박하거나 떠 있는 선박들에 묶여 있는 요소 물량만 약 120만 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갇힌 재고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심리적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가격의 최저 마지노선(하한선)은 중국 당국이 쥐고 흔들 ‘수출 최저가 설정 정책’과 유럽 내 가스 가격 기반 생산 비용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두 달 뒤 다시 튄다” vs “시장 정상화엔 향후 10년 걸릴 수도” 팽팽한 이견


국제 비료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지, 장기 안정세로 접어들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석학들과 거물들의 분석이 극명하게 분분하다.

브루나이 비료 산업(BFI)의 CEO 해리 키스키는 닛케이 아시아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단기 반등론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유럽과 호주의 대규모 파종 시즌이 막 끝났기 때문에 수요가 일시 감소한 것일 뿐, 정확히 두 달 후면 가을 파종 수요가 맞물려 가격이 다시 튀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격 폭등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의 비료 기피 현상이 향후 글로벌 작물 수확량 감소와 곡물 가격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며, 슈퍼 엘니뇨 역시 장기적으로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당장의 현장에서는 폭등세가 꺾인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비료 혼합 대기업인 사라스완티 아누게라 마크무르의 야흐야 타우픽 사장은 "가격 하락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면서, 그동안 두 번째 파종 시즌 구매를 포기하고 가만히 숨죽이던 수많은 대형 플랜테이션 농장 기업들이 복합(NPK) 비료 단가와 조달 물량을 문의하기 시작했다"며 내수 유동성 회복에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긴 상흔이 너무 깊다는 지적이다. BFI의 키스키 CEO는 미·이란 휴전 소식 이후 추가 답변을 통해 "글로벌 비료 서플라이 체인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구조적 혼란과 사법적 제재 장벽을 동시에 겪었다"며 "업계의 내부 정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비료 시장이 지정학적 파편화 이전의 완전한 정상 상태로 복원되고 안정되려면 최소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세월이 소요될 수 있다"며 과도한 맹신을 경계했다.

인류 생존의 근간인 ‘비료(식량 광물)’를 둘러싼 아시아 시장의 자원 민족주의와 통제 정책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를 최대 화두로 남을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