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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국세청 상대 소송에 법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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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국세청 상대 소송에 법원 철퇴

판사 “사법절차 조작 시도”…18억달러 기금·세무조사 중단 약속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달러 규모 민사소송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미 법원은 이 소송이 권리 구제를 위한 정상적 분쟁이 아니라 법적 근거가 취약한 합의에 사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였다고 판단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슬린 윌리엄스 미 플로리다주 남부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변호인,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결정을 전날 내렸다.

윌리엄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IRS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으로 대립하지 않는 당사자 구조를 활용해 사법절차를 조작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이 자기 정부기관 상대로 소송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가 IRS를 상대로 낸 100억달러(약 14조9000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측은 IRS 정부 계약자였던 찰스 리틀존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신고 자료를 불법 유출했고 이 자료가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와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리틀존은 앞서 중범죄 혐의를 인정했고 현재 연방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문제는 소송의 당사자 구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고였지만 동시에 IRS와 재무부, 법무부를 지휘하는 행정부 수반이기도 했다. 자신이 통제하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그 정부기관을 대표하는 법무부가 실질적으로 맞서 싸우지 않은 셈이다.

윌리엄스 판사는 이 사건에 진정한 법적 대립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원고와 정부가 하나의 이해관계로 움직였으며 법원이 판단해야 할 실제 분쟁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18억달러 ‘반무기화 기금’ 논란

가장 큰 논란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사이에 발표된 합의였다.

합의에는 약 18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반무기화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금은 연방정부가 정치적으로 무기화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납세자 돈으로 보상하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했다. 특히 지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자들이 이 기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이후 법무부는 해당 기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더 민감한 조항은 남아 있다.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기업에 대한 진행 중인 세무조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WSJ는 반무기화 기금은 철회됐지만 세무조사 중단 약속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 판사는 이 세무조사 중단 조항이 고위 공직자의 세무조사 개입을 막는 세법 조항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 변호사와 IRS 책임자가 이런 요구에 따르는 것은 법 집행과 공익 보호 의무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 법무부 “정부 이익 방어 책임 방기”


윌리엄스 판사는 법무부의 사건 처리도 강하게 비판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소송에서 여러 방어 논리를 제기할 수 있었다. 리틀존이 IRS 직원이 아니라 부즈앨런해밀턴 소속 계약직이었다는 점, 소송 제기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점, 100억달러 손해액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식 답변서를 내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방어하지도 않았다. 판사는 법무부가 미국 정부의 이익을 성실히 방어할 책임을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윌리엄스 판사는 법무부가 사건에 제기된 심각한 의문에 대해 침묵한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법원 절차를 이용해 대통령 관련 인사와 기업에 면책을 부여하고 법에 정의되지 않은 피해 주장에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배정하려 했다고 봤다.

이는 단순한 민사합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 이해관계와 정부 권한이 충돌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 트럼프 측 변호사 징계 회부


법원은 변호인단에도 제재를 가했다.

윌리엄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사 알레한드로 브리토를 플로리다주 변호사협회에 징계 검토 대상으로 회부했다. 또 외부 인사들이 사건에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 비용에 대해 금전 제재를 검토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합의를 공식 절차에서 ‘합의’로 부르는 것도 금지했다. 이 합의가 법원에 공식 제출된 사건 해결 문서가 아니었고 정당한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이뤄진 정상적 합의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윌리엄스 판사는 결정문을 뉴욕주와 워싱턴DC 변호사협회에도 보낼 것을 명령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과 스탠리 우드워드 법무부 부장관급 인사에 대한 윤리 문제를 각 변호사협회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블랜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인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법무장관 후보자로 공식 지명돼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블랜치의 법무부 운영과 트럼프 대통령 합의 관여 문제가 청문회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전직 판사 35명이 문제 제기


이번 결정은 전직 판사 35명이 제기한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발표와 함께 소송을 취하했다. 일반적으로 소송이 취하되면 법원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 그러나 전직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가 법원을 속였고, 합의가 담합의 산물이라며 사건 재검토를 요구했다.

윌리엄스 판사는 소송이 이미 취하됐더라도 법원에는 악의적으로 제기된 소송에 제재를 부과할 고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고와 정부 양쪽을 사실상 지휘하는 구조가 사건의 핵심 문제라고 봤다.

전직 판사들의 변호인단은 이번 결정을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법무부는 담합은 없었고, 판사가 수십 년간의 판례를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법률팀도 IRS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직원의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트럼프그룹의 비공개 정보를 유출하게 했다며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세금자료 유출 논란서 권한남용 논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IRS 소송은 처음에는 세금 신고자료 유출 문제로 출발했다.

대통령과 가족의 세금자료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실제 유출 당사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법원 결정은 자료 유출의 부당성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사건을 이용해 어떤 합의를 끌어내려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대통령이 행정부를 통제하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가족, 기업에 유리한 세무조사 면제와 납세자 재원 기금 조성을 추진했다는 구조다. 이는 사적 이해관계와 공권력이 뒤섞인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윌리엄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법원 절차를 이용해 정당성을 얻으려 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이해관계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반무기화 기금 자체가 무산된 뒤에도 파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무조사 중단 약속이 유지되고 있고 법무부 고위 인사들의 윤리 문제와 블랜치 인준 청문회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IRS 소송은 세금자료 유출 사건을 넘어 대통령 권한과 법무부 독립성, 납세자 재원의 사용 원칙을 둘러싼 법치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