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마모는 약점, 회생제동은 강점…비배기 오염이 새 쟁점으로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 보급 확대가 도로 오염 논쟁의 초점을 바꾸고 있다.
배기가스가 사라지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타이어 마모가 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은 브레이크 분진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전문매체 슈퍼카블론디는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예상 밖의 부작용과 장점이 동시에 확인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기차는 배기관이 없어 주행 중 직접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지만 타이어와 브레이크, 도로 마모에서 발생하는 비배기 오염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핵심은 전기차가 모든 오염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엔진 배기가스는 줄어들지만 차량이 무겁고 순간 토크가 강한 만큼 타이어 마모가 커질 수 있다. 반면 브레이크 사용을 줄이는 회생제동 덕분에 브레이크 분진은 내연기관차보다 크게 감소할 수 있다.
◇ 무거운 배터리, 타이어 마모 키운다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타이어 마모다.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를 싣기 때문에 같은 차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경우가 많다. 차체 중량이 늘어나면 가속, 감속, 코너링 과정에서 타이어에 가해지는 힘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타이어 표면이 닳으며 작은 입자가 떨어져 나온다. 이 입자는 도로 먼지로 남거나 빗물과 함께 하천·해양으로 흘러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논쟁에서 타이어 마모가 중요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슈퍼카블론디가 인용한 EIT 어반 모빌리티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가 평균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20%가량 무거우며, 이 때문에 타이어 마모가 늘어 장기적인 미세입자 오염 우려를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타이어 마모 입자는 모두 공기 중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 마모는 비배기 배출의 두 번째로 큰 원천이지만 이 가운데 공기 중으로 떠오르는 비율은 1~5% 수준이다. 나머지는 도로 먼지, 수계, 토양에 축적된다.
이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평가할 때 배기가스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타이어 내구성, 차량 경량화, 운전 습관, 도로 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전기차의 전체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
◇ 브레이크 분진은 크게 감소
반대로 전기차가 뚜렷한 장점을 보이는 영역도 있다. 브레이크 분진이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사용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모터가 발전기처럼 작동해 차량을 감속시키고,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 일부를 전기로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한다. 기계식 브레이크를 덜 쓰기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마모도 줄어든다.
EIT 어반 모빌리티 보고서는 배터리 전기차의 회생제동이 브레이크 마모 배출을 83%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리드차는 10~48%,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66% 수준의 감소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제시됐다.
이는 도시 주행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도심에서는 신호와 정체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내연기관차는 이때마다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가 마찰하며 분진을 만들지만, 전기차는 상당 부분을 회생제동으로 처리한다.
브레이크 분진은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일부 브레이크 패드에는 구리 등 금속 성분이 들어 있고, 미세한 입자가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 전기차 논쟁, 배기가스에서 비배기 오염으로 이동
전기차 확산은 자동차 오염 논쟁의 중심을 배기가스에서 비배기 오염으로 옮기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대기오염의 핵심이 배기관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이산화탄소였다. 그러나 전기차와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 확산되면서 타이어·브레이크·도로 마모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EIT 어반 모빌리티 보고서는 배기가스가 줄어들수록 비배기 배출이 도시 미세입자 오염의 주요 원천으로 부상한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크 마모는 현재 도시 비배기 배출의 가장 큰 원천으로 꼽히며, 잦은 가속과 감속이 많은 도심에서 영향이 크다.
전기차는 이 가운데 브레이크 마모를 줄이는 데 강점이 있다. 하지만 타이어와 도로 마모는 차량 중량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기차의 환경효과는 주행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도심 주행에서는 회생제동 사용이 많아 브레이크 분진 감소 효과가 크다. 반면 고속도로 주행처럼 브레이크 사용이 적고 차량 중량 영향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타이어와 도로 마모 문제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 친환경차 기준도 더 정교해진다
이는 전기차가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전기차는 배기관 배출이 없고, 운행 중 직접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지 않는다. 도심 대기질 개선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정책과 기술의 초점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거운 전기 SUV보다 가벼운 전기차가 비배기 오염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타이어 제조사는 내구성과 마모 저감을 강화해야 하고,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경량화와 효율 개선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전자 습관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가속과 급제동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를 키우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순간 가속력이 강한 만큼 운전 습관에 따라 타이어 소모가 달라질 수 있다.
도시 정책도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로7 규제는 배기가스뿐 아니라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 배출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전기차 시대에도 자동차 오염 규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바뀌는 셈이다.
◇ 전기차 장점은 유지, 과제는 구체화
전기차의 환경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 세밀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의 구분을 넘어 차량 무게와 타이어 성능, 회생제동 효율, 주행 환경, 전력 생산 방식까지 함께 따지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이번 연구와 보도는 전기차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배기가스가 없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회생제동으로 브레이크 분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전기차의 중요한 환경적 이점이다.
반면 타이어 마모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전기차 시대에도 남는 과제로 평가된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도로 오염의 성격은 바뀌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대기질과 탄소 감축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흐름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친환경차 경쟁은 단순한 전동화가 아니라 더 가볍고 덜 마모되며 도시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자동차를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슈퍼카블론디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