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5년물 신용부도스왑 215bp…엔비디아·알파벳도 사상 최고
메타 17조6000억원 데이터센터 차입비용 정크본드 수준 접근
메타 17조6000억원 데이터센터 차입비용 정크본드 수준 접근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위험 지표가 잇달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업들이 수백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현금만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면서 투자비를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채권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인용해 오라클과 우주기업 스페이스X,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엔비디아의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이 최근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나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보장받는 파생상품이다. CDS 가격이 오르면 해당 기업의 채권을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이 커졌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 오라클 CDS 215bp…연초보다 71bp 상승
신용위험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기업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의 5년물 CDS는 27일 215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초 144bp보다 71bp 높아졌다.
오라클 채권 1000만달러(약 147억원)의 부도 위험을 보장받으려면 투자자가 매년 21만5000달러(약 3억2000만원)를 보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라클은 지난달 향후 1년 동안 데이터센터 확충에 700억달러(약 102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브라운 뉴버거버먼 글로벌 투자등급 공동대표는 자본지출이 언제까지 증가하고 잉여현금흐름이 언제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지가 핵심 문제라며 아직 답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메타 데이터센터 차입조건 B-급 채권에 근접
FT에 따르면 AI 투자 위험은 오라클에 그치지 않고 메타를 비롯한 다른 빅테크로 확산하고 있다.
메타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추진한 120억달러(약 17조6000억원) 규모의 최근 차입은 투기등급인 ‘B-’ 회사채가 거래되는 수준과 비슷한 조건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메타의 회사 신용등급이 B-로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특정 데이터센터 사업의 차입비용이 우량 빅테크 기업의 일반적인 조달조건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FT는 지적했다.
존 에일워드 소나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채권시장에서 심각한 신뢰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AI 관련 부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분위기가 약해지고 있다며 아직 조달해야 할 자금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 엔비디아 CDS 79bp…오픈AI 보증 부담 주목
엔비디아의 5년물 CDS도 사상 최고인 79bp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진하는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가 약 2500억달러(약 367조5000억원)를 보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보증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공급을 넘어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자금조달 위험까지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된다.
반도체 판매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픈AI의 사업성과 데이터센터 수익성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의 신용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 알파벳 잉여현금흐름 상장 후 첫 적자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CDS는 67bp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CDS 거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말이다.
알파벳은 올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0여년 전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검색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대규모 현금을 창출해온 알파벳마저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현금흐름이 악화하자 채권 투자자들의 경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됐다.
조지 카트람본 DWS 미주 채권 책임자는 “투자등급 기업들의 실제 부도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CDS가 향후 신용등급 하락과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S는 기업의 부도 위험뿐 아니라 빅테크 주가 하락에 베팅하거나 기술주 전반의 위험을 회피하는 지표로도 사용되고 있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하이퍼스케일러는 주당순이익(EPS)이 아니라 CDS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의 AI 자본지출이 현금 창출 속도보다 빠르게 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경기순환상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빅테크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당장 높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AI 투자비용과 차입 규모를 둘러싼 우려가 주식시장을 넘어 회사채와 CDS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