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24조원 테라팹에 자체 가스발전소 추진
2027년 데이터센터 10~15GW 목표…가스터빈 업체까지 직접 인수
2027년 데이터센터 10~15GW 목표…가스터빈 업체까지 직접 인수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이스X는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대형 반도체 공장에 자체 천연가스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며 테네시주, 미시시피주의 AI 데이터센터에도 수십대의 가스터빈을 투입하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가스·디젤 터빈 제조업체까지 개인적으로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차세대 AI 개발에 필요한 전력과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화석연료 비판하던 머스크, AI 전력은 가스로
머스크는 오랫동안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기술을 자신의 사업 비전 중심에 뒀다.
테슬라는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섰고 배터리, 태양광 사업도 확대했다. 머스크는 약 10년 전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실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테슬라는 ‘세계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AI 사업이 급격히 커지면서 머스크의 에너지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스페이스X는 텍사스주 그라임스 카운티에 추진하는 168억달러(약 23조8400억원)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팹’에 자체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테라팹은 약 1억제곱피트 규모로 추진되는 대형 반도체 생산단지다. 스페이스X는 현지 전력망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동시에 자체 가스발전소, 대규모 배터리를 구축해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AI 시설이 요구하는 전력 규모가 기존 전력망의 공급 속도를 앞지르면서 발전시설까지 기업이 직접 마련하는 것이다.
◇ 2027년 최대 15GW…아마존 데이터센터 규모 넘는다
머스크의 전력 확보 계획은 테라팹에 그치지 않는다.
머스크는 4일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스페이스X의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이 2027년 말 약 10기가와트(GW)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최대 15GW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적하는 클린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아마존의 전력 용량은 약 13GW다. 머스크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스페이스X가 아마존을 넘어 미국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 1GW는 월마트 매장 약 1000곳 또는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의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기존 전력망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전기를 단기간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규모 송전망, 변전시설을 새로 건설하려면 수년이 걸린다. 일부 미국 지역에서는 새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연결되려면 2030년대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반면 천연가스 발전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건설할 수 있고 하루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AI 기업들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데이터센터 옆에서 직접 가스터빈을 돌리는 이유다.
◇ 멤피스서 시작된 ‘자체 발전’…미시시피에 터빈 69기
머스크가 이 방식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xAI의 테네시주 멤피스 데이터센터다.
2024년 여름 머스크는 AI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최대한 빨리 가동하기 위해 이동식 천연가스 발전기를 현장에 투입했다. 전력망 연결에 필요한 공사를 기다리는 대신 현장에서 직접 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xAI는 첫 데이터센터를 약 4개월 만에 가동할 수 있었다. 클린뷰의 마이클 토머스 설립자는 버지니아 등 일반적인 시장에서 같은 규모의 시설을 전력망에 연결하려 했다면 5년 이상 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콜로서스1은 현재 전력망에서 약 300메가와트(MW)를 공급받고 있으며 지난 5월 위성사진 분석 기준 현장에는 약 200MW 규모의 가스터빈도 남아 있었다.
더 큰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콜로서스2는 미시시피주 시설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현지 규제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이 부지에는 임시 가스터빈 69기가 설치돼 있었다.
가스터빈 사용은 빠른 데이터센터 구축을 가능하게 했지만 환경 문제도 불러왔다. 멤피스 지역 주민, 환경단체들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허가 문제를 제기해왔다.
◇ 머스크, 1조4000억원 가스터빈 업체도 인수
머스크는 발전설비 공급망에도 직접 들어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신고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플로리다에 있는 가스·디젤 터빈 제조업체를 개인적으로 인수했다. 기존 주주였던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한 당시 기업가치는 약 10억달러(약 1조4190억원)로 평가됐다.
머스크는 인수에 대해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WSJ는 이 거래가 머스크의 AI 사업에서 천연가스 발전이 단순한 임시방편을 넘어 중요한 전력 확보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봤다.
스페이스X 계열 데이터센터는 올봄 미국 전력망 밖에서 자체 생산된 데이터센터 전력 약 2GW 가운데 4분의 3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 빅테크도 ‘전력 직접 조달’…59개 데이터센터 90GW
전력망 대신 자체 발전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머스크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클린뷰는 현재 미국에서 공용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자체 발전시설을 갖춘 데이터센터 59곳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 시설의 발전용량을 합치면 약 90GW에 달한다. 미국 텍사스주가 연중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날 사용하는 전체 전력과 비슷한 규모다.
셰브론은 서부 텍사스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이용해 마이크로소프트에 20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 가스관 업체 윌리엄스도 오하이오주에서 메타를 위한 전력망 외부 천연가스 발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맥킨지가 전력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자체 발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4%는 천연가스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경쟁이 반도체 확보전에서 전력 확보전으로 확대되면서 천연가스가 데이터센터의 단기 전력난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지상은 천연가스, 우주는 태양광
다만 머스크가 재생에너지 전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는 장기적으로 우주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11일 스페이스X 전 직원 회의에서 AI 학습은 지상에서 계속 이뤄지겠지만 일상적으로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 작업은 우주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우주 데이터센터용 전력설비를 공급하기 위해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새로운 태양광 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머스크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천연가스가 AI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대하기 위한 과도기적 수단이며 우주 데이터센터가 본격화하면 지상의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WSJ가 주목한 변화는 장기적인 재생에너지 구상과 별개로 머스크가 당장 필요한 AI 전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를 앞세워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 했던 머스크의 사업제국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미국 데이터센터 업계의 ‘자체 가스발전’ 확산을 이끄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