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日 스타트업 조달액 2,194억 엔… 30억 엔 이상 대형 거래 비중 34%로 역대 최고
사카나 AI 310억 엔·튜링 68억 엔 유치… AI 파운데이션 모델 및 자율주행 등 실증 테크 압축
도쿄증시 성장시장 퇴출 기준 상향 여파… 초기 스타트업 한파 속 벤처대출(Debt) 부상
사카나 AI 310억 엔·튜링 68억 엔 유치… AI 파운데이션 모델 및 자율주행 등 실증 테크 압축
도쿄증시 성장시장 퇴출 기준 상향 여파… 초기 스타트업 한파 속 벤처대출(Debt)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증시 불확실성 여파로 벤처캐피털(VC) 시장의 위험 회피(Risk-off) 심리가 짙어지는 가운데, 일본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소수의 검증된 기술 기업에 막대한 자본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국면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 내 주식형 벤처투자 규모 중 30억 엔(약 270억 원) 이상의 대형 펀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34%를 기록하며 기술력과 글로벌 확장성을 입증한 중기 이상 테크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반면,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상장 유지 기준 강화 등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문턱이 높아지면서 초기 단계(시드~시리즈A) 스타트업들은 극심한 '펀딩 한파'에 직면하고 있다.
9월 1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일본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기관 케플(Initial/Kepple) 그룹 집계 결과 2026년 상반기 일본 스타트업 주식 조달 총액은 2,194억 엔(약 1조 9,200억 원)에 달했다.
상반기 대형 딜 비중 34% '역대 최고'… 사카나 AI 홀로 310억 엔 흡수
이번 데이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투자 양극화의 심화'다.
상반기 성사된 투자 중 건당 30억 엔 이상을 유치한 대형 거래는 총 11건으로, 합산 조달액은 754억 엔(약 6,6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상반기 전체 펀딩 총액의 34%에 달하는 규모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2년 상반기의 26%를 훌쩍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자금 쏠림의 정점에는 인공지능(AI)이 있었다.
구글(Google) 브레인 출신 연구진이 도쿄에 설립한 사카나 AI는 홀로 310억 엔(약 2,700억 원)을 조달하며 상반기 대형 펀딩 총액의 40% 이상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미국 구글 본사와 세일즈포스 벤처스(Salesforce Ventures)는 물론, 미쓰비시UFJ(MUFG)와 미즈호 등 일본 메가뱅크들이 앞다퉈 자금을 쏟아부었다.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자체 전기차 개발을 추진하는 스타트업 튜링(Turing) 역시 68억 엔을 유치하며 그 뒤를 이었고, 도쿄에 본사를 둔 AI 솔루션 전문 기업 아카리(Akari)도 51억 엔 조달에 성공했다.
자본이 몰린 상위 기업 대부분이 AI 기반 기술과 모빌리티 등 글로벌 확장성이 검증된 미드~레이트 스테이지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도쿄증시 그로스 '시총 100억 엔' 퇴출 규제… 초기 벤처는 자금난 허덕
이처럼 기관 투자자들이 확실한 기술 우위를 지닌 소수 기업으로 지갑을 닫아거는 배경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 대폭 강화’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벤처 생태계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미미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도쿄증시 신흥시장(그로스 마켓)에 소규모로 상장(IPO)해 자금을 회수하는 모델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도쿄증권거래소는 부실 좀비 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뜯어고쳤다.
개정안에 따라 신규 상장 스타트업은 기존 '10년 내 시가총액 40억 엔 이상'에서 '5년 이내 시가총액 100억 엔(약 88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미달 시 가차 없이 상장 폐지(퇴출)된다.
이 규제는 오는 2030년부터 본격 강제 적용될 예정이다.
IPO 문턱이 극적으로 높아지면서, 단기 실적이나 독점적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한 채 아이디어 단계에 머무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후속 펀딩을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이토 유마(Yuma Saito) 딜로이트 토마츠 벤처서포트 CEO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모든 기업에 자금을 골고루 나눠주던 '전면적 온정주의 지원' 단계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통할 수 있는 극소수 프런티어 테크 기업에 자본을 몰아주는 냉혹한 선별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지분 희석 막는 '벤처 대출(Debt 펀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자금을 수혈하는 '비(非)지분 금융(Venture Debt)'이 일본 시장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안트로디 캐피털 재팬(UntroD Capital Japan) 등 유력 벤처캐피털들은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대규모 '벤처 부채(Debt) 펀드'를 잇달아 결성했다.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시장 침체기에 낮은 기업가치(다운라운드)로 지분을 헐값에 넘기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회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카나 AI와 튜링을 필두로 한 일본 스타트업 자금 쏠림 현상은, 향후 ‘도쿄증권거래소의 규제 개편과 맞물려 글로벌 확장성과 독보적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한 소규모 스타트업의 자연도태를 가속하는 엄격한 구조조정의 서막’인 동시에 ‘정부와 민간 자본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승산이 있는 소수 챔피언 기업에 조 단위 실탄을 집중 투입해 유니콘으로 육성하려는 일본 테크 산업 재편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