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중국차 점유율 10.7%…자유무역 옹호하던 독일 자동차업계도 기류 변화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비야디의 저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면서 중국과의 무역마찰에 신중했던 독일에서도 보호무역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칼럼니스트는 15일(이하 현지시각) 낸 칼럼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유럽 완성차 업체에 가격 인하나 시장점유율 상실이라는 선택을 압박하면서 독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의 대중국 무역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자동차업계는 높은 비용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 중국 수요 감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해 있다며 브라이언트 칼럼니스트는 이같이 전했다.
여기에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 업체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것이 브라이언트의 진단이다.
◇ 서유럽 중국차 점유율 2년 만에 3.4%→10.7%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올해 2분기 서유럽 신차 등록의 10.7%를 차지했다.
2년 전 같은 기간의 3.4%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브라이언트는 중국 자동차가 대체로 품질이 높고 가격 대비 가치가 뛰어나며 유럽 업체가 유료 선택사양으로 판매하는 첨단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의 생산비용 자체도 유럽보다 낮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대규모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등이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수 부진도 해외 진출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과잉생산과 극심한 가격경쟁에 빠지자 비야디, 체리자동차 등이 해외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어서다.
비야디는 현재 해외 매출이 중국 내 매출을 넘어섰다.
브라이언트는 이 같은 상황이 유럽에서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유무역 옹호 독일도 중국 견제론 확산
특히 독일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고 FT 칼럼은 지적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기업들은 그동안 자유무역을 강하게 지지하면서 중국과의 무역갈등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최근 독일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 정부는 전략산업을 중국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안보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은 오는 10월 중국과의 협의를 앞두고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역시 지금까지 비교적 유화적이었던 대중국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가 중국과 충돌할 경우 잃을 것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독일의 중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액은 최근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액을 넘어섰다.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7월 중국과 유럽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환경’이 필요하다며 중국산 PHEV와 ‘유럽산’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 문제를 EU가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씰 U DM-i 4640만원…폭스바겐보다 수천유로 저렴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독일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비야디의 PHEV SUV 씰 U DM-i는 제조사 할인과 독일 정부의 구매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최저 2만9500유로(약 464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정가는 약 4만5000유로(약 7070만원)다.
비슷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폭스바겐 티구안보다 수천유로 저렴하다.
씰 U DM-i는 현재 유럽 전체와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PHEV 모델이라고 브라이언트는 전했다.
EU가 2024년 중국산 순수전기차를 겨냥해 부과한 추가관세가 중국 자동차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관세는 최대 35% 수준으로 미국의 100% 관세보다 낮다.
중국 업체들은 PHEV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전기차에 적용되는 추가관세가 붙지 않고 기본 수입관세 10%만 적용된다.
브라이언트는 중국 업체들이 덤핑 수준의 가격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유럽 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자국 업체의 공격적인 해외 가격경쟁이 무역마찰을 키울 가능성을 의식해 이달 초 과도한 가격경쟁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 중국차 2035년 EU 점유율 30% 가능성
씨티그룹의 하랄트 헨드릭세 애널리스트는 “별다른 제약이 없을 경우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EU 시장점유율이 2035년 3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차의 확산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처럼 비교적 저가 차종 비중이 높은 업체뿐 아니라 앞으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업체에도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브라이언트는 평가했다.
샤오미도 내년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샤오미 차량은 포르쉐와 페라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훨씬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먼저 본격화한 영국에서는 이미 판매되는 차량 6대 가운데 1대가 중국 자동차업체의 제품이다.
브라이언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무역장벽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약한 것이 영국에서 중국차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보조금도 ‘유럽 생산’ 조건 붙이나
EU가 준비 중인 ‘산업가속화법’도 중국차 대응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체가 공공조달이나 구매보조금 등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 유럽 내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유럽산 부품을 일정 수준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용 차량이 유럽 신차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조건은 중국 업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업체가 유럽 현지 생산을 늘리게 만드는 절충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비야디는 헝가리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체리자동차는 스페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중국 업체가 유럽 현지 기업과 합작해 생산을 확대한다면 유럽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타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이 중국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은 배터리와 희토류 공급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어 유럽에 보복할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브라이언트는 유럽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생산능력을 잃으면 이를 되찾기 어렵다며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독일에서도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