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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美 단기국채 1조달러 발행 전망…차환 위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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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美 단기국채 1조달러 발행 전망…차환 위험 커진다

장기금리 2007년 이후 최고 수준…단기채 비중 24%대로 올라 재무부 목표 웃돌 듯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치솟는 장기 조달금리와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응해 향후 1년간 약 1조달러(약 1389조원) 규모의 단기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월가 전망이 나왔다.

장기채 대신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국채 의존도가 높아지면 당장의 조달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다시 자금을 조달해야 해 금리 상승기에 이자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차환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1년간 단기 국채 발행을 통해 1조달러 안팎을 조달할 것으로 월가 은행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BofA 1조700억달러·JP모건 1조900억달러 전망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내년 9월까지 이어지는 다음 회계연도에 미국 정부가 만기 도래 채무 상환을 위한 차환 물량을 제외하고도 단기 국채를 통해 약 1조700억달러(약 1486조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2027년 한 해 동안 단기 국채 발행 규모가 1조900억달러(약 15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치는 9610억달러(약 1335조원)다.

미국 정부가 단기채 비중을 늘리는 것은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장기 차입비용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늘어나는 정부부채에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 미국 경제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시장의 예상을 깨고 10~30년 만기 국채 매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차입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단기 국채 발행도 계속 늘리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과거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이 단기채 발행을 늘린 데 대해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금융여건을 완화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단기채 비중 24%대…코로나19 당시 고점 근접

단기 국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부채의 만기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BofA는 내년 9월 단기 국채 발행 잔액이 약 8조달러(약 1경1112조원)에 달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 국채의 2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단기채 비중이 내년에 24.3%, 2028년에는 24.9%까지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당시 기록한 최근 고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가 장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제시한 약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위원회는 이 정도 비중이 이자비용과 차환위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단기채 비중이 전체 국채의 25%를 넘어선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등 일부 기간에 그쳤다. 1980년대 이후 장기 평균은 22.4%다.

마크 카바나 BofA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재무부가 국채시장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지만 단기채를 대량 발행하면서 이자비용이 더 커지고 변동성도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채 비중 상승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베선트 장관의 전 경제고문인 조 라보르냐 SMBC닛코증권 미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 자체가 커지면서 발행액의 절대 규모가 커 보이는 것”이라며 “전체 국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역사적으로 크게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도 1970년 이후 단기채 발행 비중이 평균 24.3%였으며 지난달 현재는 22.8%,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평균은 21.7%라고 설명했다.

◇연준 금리 인상에 차환 부담 부각

단기 국채는 장기채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1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약 4.4%로 10년물 약 5%, 30년물 약 5.3%보다 낮다. 단기채 금리는 장기적인 정부 재정 우려보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단기채는 만기가 짧아 지속적으로 재발행해야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이 같은 차환 부담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초당적 단체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의 마야 맥기니어스 회장은 단기물에 집중하는 전략이 미국 재정을 높은 수준의 차환위험에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머니마켓펀드·스테이블코인이 단기채 수요 받쳐

단기채 발행을 소화할 투자 수요는 현재 풍부한 편이다.

연준은 올해 상반기에만 단기 국채 약 2500억달러(약 347조원)를 매입했다.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의 운용자산도 약 8조달러(약 1경1112조원)에 달해 단기 국채의 주요 매수 기반이 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하고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새로운 단기 국채 수요처로 강조해왔다.

미 재무부 당국자는 올해 들어 연준의 단기 국채 매입액이 이미 3000억달러(약 417조원)를 넘어섰으며 머니마켓펀드와 스테이블코인에서도 구조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는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확대하고 있는 장기 국채 바이백의 재원도 단기 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말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베선트 장관의 목표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문제는 세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출이 많다는 데 있다며 정부 지출을 억제하고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끌어올려 부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