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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저평가됐다"… 美·EU '위안화 절상' 총공세 속 中 '속도 조절' 방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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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저평가됐다"… 美·EU '위안화 절상' 총공세 속 中 '속도 조절' 방어막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앞두고 '글로벌 무역 리밸런싱' 핵심 뇌관으로 재부상
EU 대중 적자 4,120억 달러 폭증… 독일 메르츠 총리 '현대판 플라자 합의' 전방위 압박
中 인민은행, 기준환율 6.75위안 통제 속 '디플레이션 악화·수출 타격' 우려에 점진적 대응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왼쪽)은 최근 몇 달간 중국에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도록 촉구해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왼쪽)은 최근 몇 달간 중국에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도록 촉구해왔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이 중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겨냥해 "인위적으로 억눌린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상하라"는 강력한 환율 공세를 재개했다.

중국의 무역 흑자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실질실효환율(REER) 기준 위안화는 시장 적정 가치 대비 최대 30%까지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어 서방 제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1985년 일본을 장기 불황에 빠뜨린 '현대판 플라자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위안화의 급격한 강세가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른 중국 수출 기업들의 마진을 붕괴시키고 실업률과 내수 디플레이션 압력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일일 고시환율 상하 2% 변동 폭을 활용해 절상 속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슬로우 페이스(속도 조절)' 방어막을 치고 있다.

9월 21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심층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둘러싼 환율과 산업 보조금 공방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가장 뜨거운 암초로 떠올랐다.

"최대 30% 저평가"… EU 대중 적자 4,120억 달러로 '폭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재무부 고위 관료를 지낸 브래드 세처(Brad Setser)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급증하는 금 수입량과 경상수지 흐름을 고려할 때 위안화 가치가 최소 30%가량 저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무역가중 기준 저평가율(20%)과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산출한 실질실효환율 기준 저평가율(16%)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로 인한 제조업 붕괴의 고통은 유럽에서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무려 4,12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해 미국의 대중 적자 규모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26년 상반기에도 전기차와 기계 부품의 밀어내기 수출에 힘입어 유럽과의 흑자는 전년 대비 9% 추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유럽 정상들은 위안화 절상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는 최근 수개월간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직접 거론하며 "25~30% 저평가된 통화와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지난주 베를린 무역 행사에서도 중국이 국가 보조금, 과잉 생산, 공격적 덤핑 가격, 저평가된 통화를 의도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강력한 대항 수단 도입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메르츠 총리와 보조를 맞춰 베이징에 통화 가치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 "플라자 합의 악몽은 없다"… 인민은행, 6.75위안 고시하며 절상 통제


중국은 환율 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맞서고 있다.

허리펑 부총리와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은 결코 의도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산당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역시 미국의 대규모 적자는 소비 중심 모델과 자체 제조업 경쟁력 추락 때문이라며 "미국이 과거 일본을 압박했던 것처럼 자국의 실패를 타국에 전가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년간 달러 약세와 맞물려 달러 대비 명목 환율을 6% 이상 강세로 유도해 왔다.

지난 18일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고시환율)을 달러당 6.7521위안으로 고시해 3년 반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의 관세 공격 빌미를 피하기 위한 '관리된 점진적 절상'일 뿐, 주요 교역국 통화 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를 나타내는 CFETS 위안화 지수는 7월 정점을 찍고 오히려 하락했다.

조셉 가뇽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IE) 선임연구원은 "인민은행의 개입 우려가 시장 트레이더들에게 심리적 닻(Anchor) 역할을 하고 있어 위안화의 시장 자율적 추가 급등이 억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사 환차손 1,070억 위안… "절상해도 물량 공세 지속될 것"


중국 수출 기업들은 이미 완만한 위안화 강세에도 심각한 수익성 타격을 입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가 윈드(Wind)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 상장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070억 위안(약 2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 손실을 입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가전 대기업 메이디(Midea)는 상반기 60억 위안의 환손실을 냈으며, 글로벌 전기차 선두 BYD 역시 47억 위안의 환차손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5% 급감했다.

수출 마진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서방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단기간에 두 자릿수로 올릴 경우, 대규모 기업 도산과 실업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베이징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과 달리 중국의 환율 절상이 서방이 기대하는 무역적자 해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싱크탱크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아담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두 배 폭등했을 때도 일본 기업들은 공장 자동화와 공급망 쥐어짜기로 버텼다"며 "중국에 급격한 환율 절상을 강요할 경우, 수출업체들이 내수 침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출 단가를 더 깎아 오히려 제품 밀어내기 수출 수량을 늘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방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단순한 통화 가치 문제를 넘어 중국의 국가 주도 수출성장 모델과 글로벌 소비 시장 간의 구조적 파열음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한 파격적인 소득 분배와 복지 확충 대신 통화 절상 속도 조절에만 매달리는 한, 다가오는 워싱턴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무역 장벽과 환율을 둘러싼 신냉전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