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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금리 폭격에 아시아 통화 ‘울상’...각국 고민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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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금리 폭격에 아시아 통화 ‘울상’...각국 고민은 계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시사와 국제유가 상승 충격에 원화가치가 열흘 새 3.4% 급락하며 1400원 선 턱밑까지 밀려났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1381.00원에 마감하며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강달러 태풍으로 아시아 각국의 통화 방어선 균열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단연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다. 열흘 만에 외환시장 기류가 뒤집히며 아시아 통화가 동반 하강 곡선을 그렸다.

Fed는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00% 수준으로 0.25%포인트 올리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99.5선에 머물던 달러 인덱스는 단숨에 100선을 뚫고 올라서며 글로벌 자금을 흡수했다.
원화가치의 하락세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381.00원에 장을 마쳐 9일 대비 44.90원 뛰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열흘 동안 원화는 3.4% 하락해 엔화(-2.3%)와 태국 바트화(-1.4%), 인도 루피화(-1.2%), 필리핀 페소화(-0.8%),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6%)보다 낙폭이 컸다. 달러화 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면서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흔들리는 양상이다.

환율 불안을 부채질한 또 다른 뇌관은 위험기피 심리와 맞물린 국제유가의 반등이다. 원유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아시아 주요국은 고유가와 강달러가 겹치면 결제용 달러 수요가 폭발해 통화가치가 한층 가파르게 밀려나는 구조를 지닌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며 신흥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원유 결제 자금 마련을 위한 달러 사재기가 겹치며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

한국 시장 내부의 수급 공백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관련 달러 유입 효과가 마무리된 데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설과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둔 기업들의 달러 매도 관망세가 겹쳤다.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맞물리며 원화의 방어선이 속수무책으로 얇아졌다는 평가다. 동남아 각국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하는 등 연쇄 방어전에 들어갔다.

이런 고민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31년 만의 고금리를 단행했으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올렸음에도 엔화가치는 달러당 153.58엔에서 157.07엔으로 후퇴했다. 외환당국이 주요 은행을 상대로 시세를 묻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하며 실탄 개입을 예고했으나 연준과의 좁혀지지 않는 금리 격차에 시장의 의구심만 커졌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정책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정책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부담이 가중되는 동남아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을 헐어 미세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맞서 금리를 올릴 경우 내수 위축을 피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몰린 상태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버티는 한국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노출돼 당국의 환율 방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폭과 미국 연준의 후속 금리 경로가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치솟고 엔화 약세가 통제 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외환시장의 본질을 통화정책 신뢰도 시험대로 규정한 뒤 "투자자들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과연 연준의 가파른 긴축 궤도를 따라갈 의지와 여력이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면서 "원유 결제용 달러 수요가 이어지는 한 1400원 선을 둘러싼 환율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