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최저·주간 4% 급락…유가 상승에 금리 인상 우려
중앙은행·중국 매입 수요는 견조…ETF에 14주 연속 자금 유입
중앙은행·중국 매입 수요는 견조…ETF에 14주 연속 자금 유입
이미지 확대보기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약 531만원) 아래로 떨어지며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결과다.
글로벌 증시의 위험 회피 움직임 속에서도 금값이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4000달러 부근에서 구조적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와 달러 강세가 금값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앙은행과 중국의 지속적인 금 매입이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금값이 23일(이하 현지시각) 장중 1.2%까지 하락해 온스당 3975달러(약 527만원) 부근에서 거래되면서 지난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24일 보도했다.
23일 오전 기준 금 현물가격은 0.6% 내린 온스당 3999.05달러(약 531만원)를 기록했다.
금값은 이날까지 주간 기준 약 4% 하락하면서 6월 초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115달러 돌파에 인플레이션 우려…금값 급락
이번 금값 하락에는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의 금리 전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소비자 심리도 악화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높은 물가와 금리 부담으로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다음 주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약 10%로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강화됐다.
금은 이자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TD증권의 라이언 맥케이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금값은 유가와 금리, 연준의 정책 전망을 둘러싼 우려로 압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추세추종형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도 금값 하락 압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미국 국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금값도 동반 하락했다.
맥케이 전략가는 “금이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에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국채금리 하락에도 금값 약세…안전자산 역할에 의문
이번 금값 하락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부 기간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는데도 금값이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증시 불안에 따른 자산 매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의 크리스토퍼 웡 분석가는 "최근 국채금리 하락에도 금값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매도세는 전반적인 위험 노출 축소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금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23일 오전 기준 은 현물가격은 온스당 54.12달러(약 7만1800원)로 0.83% 떨어졌다.
백금 가격도 하락한 반면 팔라듐 가격은 상승했다.
◇UBS "4000달러 부근에 구조적인 매수 수요"
금값의 단기 급락에도 장기적인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금융기관도 있다.
UBS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수준을 다시 시험할 수 있지만 이 가격대에서 구조적인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실질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금값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금은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도 상당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UBS는 최근 금값이 미국 실질금리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자산 다변화와 공공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장기적인 달러 약세 전망, 중국의 견조한 금 매입 수요가 금값을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BS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연간 매입량이 750~1000t에 이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스타우노보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금값이 4000달러 부근의 지지선을 다시 시험할 수 있으며 이 수준에서 구조적인 저가 매수세가 가격의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40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것은 금 투자 비중을 늘릴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금값이 23일 장중 4000달러 아래로 하락한 만큼 UBS가 제시한 가격대에서 지지선이 안정적으로 형성될지는 추가적인 시장 움직임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 ETF 14주 연속 유입…단기 매도와 장기 매수 엇갈려
금값 급락에도 장기 투자자들의 매입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4주 연속 금이 순유입됐다.
금값이 최근 급격히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장기 투자자들의 금 보유 수요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장기 투자자들이 재정 불안정과 지정학적 위험,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금 ETF를 통해 금을 계속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기적인 거시경제 변수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은 금리 전망과 환율 움직임, 기술적 매매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투자자별 대응 차이는 최근 금시장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기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달러 강세, 증시 불안에 대응해 금을 매도하고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금값 조정을 매입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UBS는 시장이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재평가하고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금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금값이 올해 말까지 안정을 되찾고 2027년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우노보 전략가는 "전반적으로 금에 대한 장기 투자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와 UBS의 분석을 종합하면 금시장은 단기적인 금리·인플레이션 위험과 장기적인 안전자산 매입 수요가 맞서는 상황이다.
금값이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가운데 단기 매도 압력이 진정될지, 중앙은행과 ETF를 통한 장기 매수세가 가격을 안정시킬지가 향후 금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