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올트먼 등 기술기업 경영진 영향력 비판…AGI 집착이 AI 활용 저해
"중국, AI 생산현장 적용에 더 적극적"…알고리즘 규제·노동계층 중심 경제개혁 촉구
"중국, AI 생산현장 적용에 더 적극적"…알고리즘 규제·노동계층 중심 경제개혁 촉구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소수 기술기업 경영진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미국 AI 산업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시민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기술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AI 산업에 대한 언론의 보도 방식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도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술기업에 집중된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제모을루 교수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개발 방향과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노동계층의 소외 문제를 진단하고 경제적 공동 번영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AGI만이 유일한 길 아니다"…중국의 AI 활용 주목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제모을루 교수는 미국 AI 산업이 AGI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AI가 매우 강력한 기술이지만 AGI가 유일하거나 반드시 최선의 개발 방향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AGI 개발에 대한 집착이 다른 형태의 AI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AGI 개발이 성공할 경우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할 위험이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개발 전략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중국이 거대언어모델(LLM) 분야에서는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AI를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데는 훨씬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첨단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AI 기술 확산 속도에 대한 자신의 과거 전망이 일부 빗나갔다는 점도 인정했다.
특히 AI 에이전트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했지만 개인이 챗봇을 사용하는 것과 생산현장에서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AI로 업무 방식이 완전히 바뀐 직업은 현재까지 코딩 분야뿐”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올트먼에 집중된 언론 보도 비판
아제모을루 교수는 AI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소수 기술기업 경영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등을 거론하면서 언론이 이들에게 부여하는 영향력을 비판했다.
특히 언론이 이들의 발언을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루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모든 발언에 주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머스크와 올트먼을 둘러싼 보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머스크의 정치적 견해를 집중적으로 다룬 사례도 언급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기업 투자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경영자가 유럽 사회의 정치적 운영 방식에 권위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AI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기술이라면 개발 방향을 특정 기업 경영진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규제해야"…표현의 자유와 구분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역시 아제모을루 교수가 우려하는 분야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등장할 당시 많은 사람이 정보 전달을 민주화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사회적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셜미디어가 현실 세계의 공동체를 대체하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에는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알고리즘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을 이용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규제할 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의 대상은 개인의 발언 자체가 아니라 특정 콘텐츠를 증폭하고 확산시키는 알고리즘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해서도 개인의 정치적 권리와 기업의 영향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인이 자신의 자금으로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기업을 통한 정치자금 제공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개인은 권리를 가진 존재지만 알고리즘이나 기업은 개인과 동일한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는 논리다.
◇노동계층 소외가 민주주의 약화 불러…자본소득 과세 강화 주장
아제모을루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기술 발전과 세계화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디지털 기술과 세계화로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고 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약속 가운데 하나인 공동 번영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1980년부터 2013년 무렵까지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 노동자들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 졸업자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했고 중도좌파 정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부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중도좌파가 대학 졸업자의 문화적 가치와 정체성 문제에 집중하면서 전통적인 노동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별 해소와 사회적 포용 확대라는 목표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집단이 노동계층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낮게 평가하면서 변화를 요구한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에서는 노동계층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자유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이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데 유리한 현행 조세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구분에 따라 세금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소득의 명칭보다 실제 소득 발생에 초점을 맞춰 과세하면 세제를 단순화하면서 기업의 과도한 자동화 유인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과세 확대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동의와 타협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면 시민도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아제모을루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과 기술 발전의 방향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정치적 접근보다 다양한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경제적 목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각하지만 인간의 적응 능력과 공정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가 앞으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민들이 기술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주장과 AI 개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사회에서 동시에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AI가 예상보다 훨씬 작은 변화만 일으키더라도 그 영향력이 크다면 개발과 활용 방향을 결정하는 데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민주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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