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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텅스텐 수출통제에 글로벌 반도체 기판 공구 가격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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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텅스텐 수출통제에 글로벌 반도체 기판 공구 가격 '폭등'

PCB·칩 기판 초미세 구멍 뚫는 '텅스텐 카바이드' 비트 품귀… 日·美·대만 정밀 가공 업계 강타
글로벌 텅스텐 79% 쥔 中, 원자재 가격 3배 격차… 中 자국 가공업체 Dtech 등 순익 280% 폭증 반사이익
탈중국 공급망 구축 압박 속 "원자재 대체 불가능해 中 의존도 오히려 심화" 공급망 역설 경고
2026년 1월 21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서 텅스텐(W) 원소의 기호, 원자 번호, 질량 번호가 적힌 블록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1월 21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서 텅스텐(W) 원소의 기호, 원자 번호, 질량 번호가 적힌 블록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중 지정학적 갈등이 촉발한 핵심 광물 통제 조치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숨겨진 필수 소모품인 '초소형 마이크로 드릴 비트(Micro-drill bits)' 시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중국 정부가 단행한 텅스텐 수출 제한으로 정밀 가공용 초경합금(텅스텐 카바이드) 원자재 가격이 수배로 폭등하면서, AI 가속기용 인쇄회로기판(PCB)과 고다층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 공정이 극심한 원가 상승과 공급 차질 압박에 직면했다.

11월 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일본, 대만, 미국, 유럽의 주요 기판 및 절삭 공구 제조사들은 중국의 텅스텐 수출 규제로 고급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완제품 드릴 비트 가격이 단기간에 수배 이상 치솟았다고 일제히 전했다.

바늘만 한 초정밀 공구… "AI 기판 복잡해지며 수요 폭증 속 공급 단절"


마이크로 드릴 비트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 형태의 초소형 공구로, 초고경도 복합재인 텅스텐 카바이드(Tungsten Carbide)로 제작된다.

고성능 AI 연산용 칩 패키징 기판과 서버용 메인보드 PCB의 수십 개 층을 관통하는 미세 비아홀(Via Hole)을 뚫어 층간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의 차세대 AI 컴퓨팅 칩셋이 극단적인 다층화·대면적화되면서 단단한 특수 소재를 정밀하게 뚫어야 하는 마이크로 드릴의 수요와 소모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소재 단계에서부터 병목이 발생했다.

글로벌 기판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닛케이 아시아에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일본 등 주요 정밀 소재 기업들이 고순도 원자재를 조달하지 못해 고급 텅스텐 카바이드 결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체품을 찾지 못한 일부 글로벌 PCB 제조사들은 납기 지연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 드릴 비트나 중국 내 텅스텐 공급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밀 절삭 공구의 기반이 되는 고급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는 일본의 스미토모전기공업, 쿄세라, 미쓰비시머티리얼, 미국의 케나메탈(Kennametal), 스웨덴의 샌드빅(Sandvik) 등이 시장을 과점해 왔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소재 기업들조차 광석 채굴과 1차 제련 분말 생산 단계에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표 공구사인 유니온툴(Union Tool)과 대만의 토포인트(Topoint) 등도 쏟아지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급등한 원자재 단가로 수익성 악화와 생산 지연에 시달리고 있다.

中 내수-해외 가격차 '3배'… 中 로컬 공구업체는 '어닝 서프라이즈'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채굴량의 약 79%를 독점 하고 있으며 제련 가공 부문의 지배력은 85%를 웃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초 안티몬,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텅스텐 관련 화합물과 분말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글로벌 가격 왜곡은 극에 달했다.

상하이 금속시장(SMM) 데이터에 따르면 텅스텐 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중간재인 파라텅스텐산암모늄(APT) 가격은 2025년 초 톤당 약 21만 2,750위안에서 이번 주 기준 53만 위안을 돌파하며 2.5배 급등했다.

특히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내수와 해외 시장 간의 가격 양극화가 벌어졌다.

AI 칩 제조사용 기판 공급망의 한 임원은 "현재 APT 가격은 중국 내수에서 톤당 50만~60만 위안 선이지만, 중국 국경을 벗어난 역외 현물 시장에서는 3배에 달하는 150만~180만 위안(약 2억 9,000만~3억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중국 현지 드릴 제조업체들에게 유례없는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저렴한 안방 원자재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광둥 디텍 테크놀로지(Guangdong Dtech Technology)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급증하고 순이익은 280% 이상 폭증하는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선전 진저우 프리시전 등 중국계 공구사들과 최대 원자재 공급사인 중텅하이테크(China Tungsten and High-tech) 역시 상반기 9개월 누적 매출이 85% 급증하며 글로벌 점유율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탈중국 외쳤는데 중국산 종속 심화"… 자원 안보의 역설


미국과 일본, 유럽 정부는 베트남, 호주, 카자흐스탄, 오스트리아 등 제3국 광산 개발을 지원하며 '비(非)중국 텅스텐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으나, 제련 및 분말 가공 생태계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서방의 기판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 가공품 수입을 늘리거나 중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공급망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한 글로벌 드릴 비트 제조사 관계자는 "비용 경쟁력을 갖춘 대체 텅스텐 광산과 정제망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중국산 텅스텐 카바이드 공급망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수출 통제가 결과적으로 서방 제조사들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중국 현지 공구 및 소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을 도와주는 기형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반도체 하드웨어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 첨단 칩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텅스텐, 게르마늄, 석영 등 기초 원자재의 밸브를 잠그면서 기술 패권 경쟁의 전선이 첨단 노광장비에서 기초 가공 공구로까지 전방위 확산됐다"며 "초미세 공구 하나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을 지연시키는 병목이 될 수 있는 만큼, 핵심 광물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