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전 KT&G 사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자진사퇴한 지 3개월 만이다. 특히 KT&G에 공채 출신이 지휘봉을 잡기는 백 신임 사장 처음이다.
그동안 KT&G는 비리의혹과 부실경영, 낙하산 인사, 정·관계 외압에 시달리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로 인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물론 구원투수로 나선 백 신임 사장도 여전히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다. 검찰이 민 전 사장의 횡령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혼란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일까, KT&G 안팎에선 이번 백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후 8월부터 검찰은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거래한 KT&G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을 집중 수사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민 전 사장의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KT&G가 독점 거래하는 협력업체를 이용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 협력사를 압수수색 했다.
삼성금박카드라인과 유니온테크, 정아공업사 등 협력업체 3곳의 경우 KT&G와의 거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KT&G가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판단된 것이다.
민 전 사장과 함께 근무했던 KT&G 전직 임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결과 검찰은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가 드러난 KT&G 전 부사장 이모(60)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KT&G 제조본부장(부사장)을 지낸 이씨는 협력업체 선정을 돕고 납품과정에서 편의 제공의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와 협력사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를 설립, 운영해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하청을 받아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협력업체 비자금 조성 및 금품수수에 당시 최고책임자였던 민 전 사장이 개입했을 확률이 크다고 판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민 전 사장이 KT&G 전직 임원의 인사 비리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KT&G 퇴직 임원이 협력업체 고문 등으로 재취업하는 과정에 KT&G 사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KT&G 수사의 ‘타깃’이 이미 퇴진한 민 전 사장에서 그를 포함한 회사 수뇌부로 확대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검찰이 이달 들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T&G 서울본사와 자회사인 소망화장품을 압수수색 한 탓이다.
이에 KT&G는 민영진 사장의 돌연 사퇴로 공석이 된 사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위를 꾸려 부랴부랴 후임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관료 출신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낙하산 사장 낙점’설과 정부 또는 관계 인사를 사장에 내정하기 위한 외부세력의 ‘줄대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KT&G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백 신임 사장은 투명·윤리 경영, 조직 추스르기를 최우선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그간 비자금 조성과 외압 논란 등으로 켜켜이 쌓인 각종 불신을 해소하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백 신임 사장은 ‘투명·윤리’ 경영을 통해 회사 생존과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라며 윤리경영 담당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과거 부조리와 적폐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그는 사장 후보로 확정되면서 “투명경영이 지속 성장의 근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의 구태와 적폐를 과감히 청산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