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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식 교수가 전하는 고성산불 "일촉즉발, 포탄처럼 날아든 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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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식 교수가 전하는 고성산불 "일촉즉발, 포탄처럼 날아든 불덩이"

"일촉즉발이었습니다. 불덩이가 포탄처럼 날았습니다. 양간지풍, 시속 120여m의 강풍이 몸을 뉘었습니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고성 산불.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시뻘겋게 타오르는 고성 산불.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

4일 오후 7시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가 속초 시내로 퍼지면서 1명이 숨지고 산림 약 250㏊, 주택 125채가 소실됐다. 봄철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양간지풍이 불어 피해가 더 컸다.

고성군 토성면 봉포 4길에 있는 경동대학교에서 밤을 지샌 이만식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다급한 소식의 첫 머리다. 경동대에는 5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경동대를 덮칠 기세로 매섭게 타오르는 고성 산불.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경동대를 덮칠 기세로 매섭게 타오르는 고성 산불.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

다행히도 학교와 학생, 공무원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화를 면했다. 이 교수는 당시 위급한 상황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해왔다.

"경동대 기숙사생 505명은 아야진 초등학교에 대피하고, 비상 연락체제를 취했다. 실내 전원 퇴실 완료후 전산실 서버, 주요 학적 하드, 방화문 폐문, 잔여 비상 인력 피신 자동차 근접 위치, 소방 요청 후 예방 살수 등 각자 분담을 잘 완수했다."

이 교수는 "학교를 챙기는 동안, 아내는 앨범 몇 권만 챙겨 불의 반대로 피신했다"면서 "집도 대학도 아주 위험했다"고 전했다.

아야진 초등학교로 급히 피신해 휴대폰으로 산불 상황을 지켜보는 경동대 기숙사생들.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아야진 초등학교로 급히 피신해 휴대폰으로 산불 상황을 지켜보는 경동대 기숙사생들. 사진=경동대 이만식 교수


이 교수는 "지금 대학과 제집은 무사하다"면서 "모든 공무원들이 비상 지원하고 전국의 소방차들이 속속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잦아들면서 새벽 3시경 폭주가 멈췄고, 헬기가 아침 6시경에 진압하기 시작했다"면서 "불길을 잡아가지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밤을 지새고 방금 집으로 오며 보니 주변이 전쟁터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은 도로 저지선이 진압돼 참으로 큰일을 면했지만 목전까지 시커먼 잔해"라고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속초, 고성 피해가 매우 크다"면서 "이재민들에게 위로를 드리며 더 큰 피해가 없기를 기도한한다"고 글을 끝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