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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투 운동’ 발단 로난 패로가 신간에서 폭로 거대미디어 NBC ‘추악한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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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투 운동’ 발단 로난 패로가 신간에서 폭로 거대미디어 NBC ‘추악한 음모’

신간 ‘Catch and Kill’을 통해 거대 미디어들의 성적학대 행위를 덮으려 했던 음모를 폭로한 ‘미투 운동’의 발단을 제공한 기자 로난 패로.이미지 확대보기
신간 ‘Catch and Kill’을 통해 거대 미디어들의 성적학대 행위를 덮으려 했던 음모를 폭로한 ‘미투 운동’의 발단을 제공한 기자 로난 패로.


지난 2017년 10월은 남성이 지배하는 업계에서 일해 온 미국여성에게 역사에 남을 큰 계기가 되었다. 처음엔 10월5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고발 기사였다. 아카데미상 수상작과 대 히트작을 많이 창출해 온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이 과거 30년 동안 여배우나 종업원에 대해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해왔다는 것이다.
5일 만인 10월10일 우디 앨런의 아들인 로난 패로가 뉴요커지에 더 심도 있는 기사를 실었다. 와인스타인이 13명에 성폭력을 휘두르고 3명을 강간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의 5일 기사에는 ‘강간’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여기에서는 분명히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2일 만인 10월12일 아마존 스튜디오의 최강자인 로이 프라이스가 성희롱으로 출근 중단되고 5일 만에 사임했다. 피해자는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의 프로듀서이자 이사인 해킷이지만 그녀가 고발한 것은 2년 전인 2015년이었다.

10월16일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10월15일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했던 적이 있는 사람은 ‘ 나도(Me Too)’라고 댓글 중”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 댓글에 자연발생적으로 해시태그 ‘#MeToo’가 사용되게 되면서 순식간에 세계의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10월18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 여자체조선수 맥케이 라 마로니가 #MeToo의 해시태그를 달고 13세 때부터 전 팀 닥터 래리 나자르에게 성 학대를 받은 사실을 소셜 미디어에 공표했다. 그 뒤 약 150명이 같은 체험을 하고 있음을 나섰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많은 업계의 거물들이 잇따라 고발당해 나갔고, 보도업계의 중진인 마크 할페린, 찰리 로즈, 매트 라우어, 록하트 스틸 등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와인스타틴도 처음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해고당했을 뿐이었지만, 그동안 침묵했던 거물급 여배우들 중 상당수가 피해자로 나서게 됐다. 그리고 피해자 명단이 80명 정도가 됐을 때 드디어 할리우드에서 추방됐다.

이 운동이 미국 여성들에게 가져다준 혜택은 침묵을 지키고 혼자 고통받아온 여성들에게 힘을 준 것과 성희롱이나 강간을 간과하고 가해자 쪽을 지켜온 업계의 지배계급 남성들을 일소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 충분히 남기는 했지만).
이 큰 흐름의 계기가 된 뉴요커지의 기사를 써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난 패로가 그 경위를 ‘Catch and Kill: Lies, Spies and a Conspircy to Protect Predators (잡아서 말살하다: 거짓말, 간첩, 그리고 프레데터를 지키는 음모’라는 책에 묶었다.

■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피해자

저자 로난 패로는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과 여배우 미아 패로의 친자식이다. (미아 패로의 전 남편이었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젊은 시절과 많이 닮았기 때문에 시나트라가 아버지라는 설도 있지만 로난 본인은 우디 앨런이 아버지라고 말한다). 그는 15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21살 때 예일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국무부 직원으로 근무한 이후 기자로 변신했다. 아직 31세로 이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는 것에 경악하지만 ‘Catch and Kill’에서 읽는 작자의 실상은 ‘부자의 아이’와 ‘천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일이나 장래에 불안을 느끼고 고민하는 보통의 청년이다.

‘Catch and Kill’에서 처음 놀라는 것은 와인스타인에 대한 폭로는 패로가 처음부터 정의감에 휩싸여 추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는 패로가 근무하고 있던 NBC의 인기 아침프로그램 ‘Today Show (투데이 쇼)’에 할당 된 탐사보도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는 어느 쪽인가 하면 이 테마를 피해 온 곳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우디 앨런에게 누나 딜런 (양자)이 7살 때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호소(고소는 하지 않았다)한 것과 며느리 입장에 있는 순이 프레빈과 관계를 가진 끝에 결혼했다는 가정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신생 언론인이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라는 개인적인 감정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패로가 와인스타인의 성적 학대와 성폭력의 심각성을 캐내고 공식취재에 응하도록 피해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주변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취재를 배당한 장본인인 NBC 상사들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취재에 제동을 걸면서 부드럽게 “이대로 가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식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그에게 속삭이게 된다.

■ '뉴요커'지의 철저한 팩트 체크

그것들은 모두 미국의 유력자들과 강한 연관을 가진 와인스타인이 만든 것이었다. 패로를 감시하고 있던 것은 이스라엘 첩보기관의 전직 첩보원이 만든 ‘Black Cube(블랙 큐브)’라는 스파이 조직으로 와인스타인이 고용한 팀이었던 것이다.

섬뜩한 존재에게 감시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신뢰하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 중 한 사람이 성적 학대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을 변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권변호사’ 리사 블룸이다.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척하고 피해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등 와인스타인을 위해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패로가 존경하며 이 조사보도에서도 조언을 구해온 NBC의 매트 라우어나 톰 브로코우는 나중에 성적 학대나 성폭력으로 사내 복수의 여성으로부터 고발당했다.

패로에게 처음에는 그저 일 중 하나였을 뿐인데 큰 세력이 하나가 되어 자신을 부수려고 하는 바람에 신변의 위험을 느껴도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NBC가 보도해 주지 않고 취재허가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패로는 이 조사를 뉴요커지로 가져갔다. 그 후의 뉴요커지의 자세에 나는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존경을 새롭게 했다. 어쨌든 ‘팩트 체크(사실 확인)’가 철저하다. 뉴욕타임스가 같은 주제로 특종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하게 그 전에 내려고 하지 않았다. 뉴요커지의 기사에서 패로가 ‘강간’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고소당해도 이길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뉴요커지가 확신한 뒤의 일이다.

■ 피해자를 ‘잡아서 말살하는’ 언론

‘Catch and Kill’이란 용어는 선정적인 타블로이드지가 성적 학대 등의 스캔들을 자주 이용해 ‘잡아서, 말살하는’ 수법을 가리킨다. ‘언론인’을 칭하는 자가 피해자를 접촉하여 증언을 얻는다. 하지만 기사로 쓰지는 않는다. 가해자인 거물이 타블로이드지를 통해 피해자의 과거 이성관계나 스캔들을 파헤쳐 과장보도하고 인격공격을 시작한다. 게다가 사회적인 제재를 받아 정신적으로 너덜너덜해져 있는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고 수비의무계약(NDA)에 서명시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수법을 자주 이용해온 것으로 적혀 있다.

놀랍게도 사회의 부패를 파헤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진지한 매체여야 할 NBC도 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적 학대를 다루는 부서는 있는데 그 부서가 피해자의 악평을 흘리고 가해자 측의 변호사로부터 압력을 받아 NDA에 서명시켜 스캔들을 죽인다는 ‘캐치 앤 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NBC는 피해자인 여성보다도 인기사회자인 라우어를 적극적으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체질을 만든 것이 NBC의 정치보도부문인 NBC뉴스와 MSNBC의 회장인 앤드루 랙이었음을 패로는 시사하고 있다. 또 NBC의 모회사는 NBCUniversal이며 그 오너는 케이블 TV·정보통신·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취급하는 거대한 복합회사다.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는 자는 와인스타인과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패로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스파이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스파이소설의 읽기 쉬움 때문에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져 나가는 것에 가치가 있다.

또 이 책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무마하고 온 것으로 드러난 NBC는 11월에 열리는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토론을 워싱턴포스트와 공동주최한다. 지금까지의 질문자들은 뉴스 프로그램의 유명한 남성사회자가 많았는데 패로의 책이 간행된 직후에 질문 역을 모두 여성에게 맡긴다는 발표가 있었다. NBC에는 성적 학대와 무관한 남성 사회자가 없었던 것이 아닌 지 의심하게 되는 결단이었다.

또 NBC가 성희롱 가해자 쪽을 지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NBC의 디지털부문의 저널리스트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으로 10월31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됐다. 많은 의미에서 ‘Catch and Kill’은 역사에 남는 1권의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