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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세계여성의 날’에 강추하는 신작영화 3편 ‘허슬러’ ‘밤쉘’ ‘미녀삼총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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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세계여성의 날’에 강추하는 신작영화 3편 ‘허슬러’ ‘밤쉘’ ‘미녀삼총사’의 매력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원래 미국의 여성 근로자들이 참정권을 요구하고 시위를 벌인 것이 그 시작이 됐다. 오늘날에는 여성들의 권리 향상과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며 성차별과 성적 착취 등에 다시금 ‘NO’를 들이대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을 살펴보면 남녀 격차를 나라별로 수치화한 ‘성격차지수’(세계경제포럼·2019)에서조사대상 153개국 중 108위에 머물고 있다. 121위를 기록한 이웃 나라 일본보다는 낫지만 하위권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여자 주제에”라거나 “그러니까 여자는...”라는 말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가운데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 여파로 대작의 공개 연기나 티켓 환불 등이 이뤄지고 있는 영화계에서 지금 여성들의 연대 ‘시스터후드’를 그린 작품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영화 '허슬러'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허슬러' 포스터.


■ ‘허슬러’-스트리퍼들이 ‘가족’이 되어 공동 투쟁
뉴욕 매거진에 실린 기사 ‘The Hustlers at Scores’를 바탕으로 제니퍼 로페즈가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는 ‘허슬러’는 뉴욕 스트립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월가의 부유한 금융인에게서 거액을 탈취한 실화 베이스의 이야기. ‘조커’나 ‘기생충’과 같은 경제 격차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통한 반격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계획의 중심이 되어 스트리퍼들을 정리하는 톱 댄서 ‘라모나’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 제니퍼다. 건강미 넘치는 몸으로 맹훈련을 거듭한 봉 춤을 춘 경이의 50세. 할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스트리퍼가 된 데스티니(콘스탄스 우)가 그 퍼포먼스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그만 넋을 잃고 말았던 것 같이 그녀의 호화스런 모피에 싸이고 싶어지는 사람이 속출 중이다.

이 작품은 빅쇼트의 화려한 대역전의 그늘에서 일어났던 또 다른 현실이며 왜 이들이 그랬는지 사연을 들여다본다. 이윽고 이들은 라모나의 카리스마와 포용력에 이끌려 공모해 금융맨으로부터 많은 돈을 빼앗음으로써 점점 더 끈끈해지고, 우정이기보다는 오히려 가족과 같은 관계성으로 맺어진다. 그러나 보호자와 같은 라모나의 모성은 생각지 않은 형태로 파탄의 계기를 가져오게 된다.

제니퍼는 골든 글로브상, 전미영화배우조합상(SAG)상, 방송‧영화비평가협회상 등에 후보에 오르면서도 아카데미상에서는 ‘어스’의 루피타 뇽오, ‘페어웰’의 아콰피나 등과 함께 후보지명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또 본작 감독‧각색의 로렌 스카파리아도 내털리 포트먼이 시상식에서 착용한 로브에 이름이 수 놓여 있던 여성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얼마 전 제니퍼는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 이벤트에서 처음 이 일을 언급하며 커리어 사상 최고의 오프닝 흥행수입를 기록했다며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어워드는 필요 없다”고 힘 있게 발언했다. 샤키라와 함께한 올해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도 압권이었던 제니퍼. 그런 자신감이 반영된 의욕적인 작품에는 손때 묻은 찬사나 권위는 확실히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영화 '밤쉘'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밤쉘' 포스터.


■ ‘밤쉘’-#MeToo운동 동기가 된 실화를 영화화

샤를리즈 테론에 니콜 키드먼과 마고 로비라는 인기 실력파 배우 3명이 힘을 합쳤다. 미국에서 시청률 NO.1을 자랑하는 보수성향 방송사 ‘FOX뉴스’에서 2016년에 실제로 일어난 TV계의 제왕으로 불리던 CEO 로저 에일즈(사망)에 의한 성희롱 스캔들의 이면을 그린다. 샤를리즈는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장면이 없을 때에도 촬영에 참여해 ‘빅 쇼트’의 아카데미상 각본가 찰스 랜돌프, ‘트럼보’의 제이 로치 감독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다.

‘#MeToo운동’의 도화선이 됐지만 불과 몇 년 전 일을 이미 영화화될 속도감만큼이나 주목을 끈 것은 두 번째 아카데미상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 상 수상한 비비안 베이커에 의한 샤를리즈의 변신. 샤를리즈는 당시 폭스뉴스의 간판 캐스터 메건 켈리를 꼭 닮았다. 니콜은 로저에 대한 성희롱소송을 제기한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앵커 그레첸 칼슨을, 그리고 베테랑 배우 존 리스고가 로저 역을 맡았다.

마고가 연기하고 있는 상승 지향의 젊은 케일라 포스피실은 가공의 캐릭터로 실제의 피해자를 복수로 조합한 것 같은 인물이다. 세명의 여성은 모두 아름다운 금발이 특징적으로 FOX뉴스에서는 그것이 캐스터 채용의 조건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그녀들의 다리가 보이도록 유리로 된 테이블로 만들어 카메라로 전신을 비추라고 지시하고 있던 것도 로저였다.

각각 다른 입장에 있는 세 명의 여성들이 얼굴을 갖추려면 오직 그 이상한 긴박감에 넘친 엘리베이터의 장면만. 그 후 같은 층에서 내린 어떤 이는 목을 선고받고 어떤 이는 성추행 피해를 입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남성은 밀실에서의 사건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거짓말이다” “착각이다” 등이라고 하지만 극 중에도 등장하는 당사자인 여성이 보이는 공포나 분노, 분통이 가득 찬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작품은 성희롱과 힘 있는 남성을 격퇴해 만사 해결된다는 것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성희롱과 성차별은 지금도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 순간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우리에게 되새겨 준다.

영화 '미녀삼총사'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미녀삼총사' 포스터.


■ ‘미녀 삼총사’-현대판으로 업데이트된 통쾌무비

앞서 언급한 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현실 같은 씁쓰레함이 남는다면 말미에는 또 다른 여성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대 후반 ‘우먼리브’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미녀삼총사’가 2000년대 초에 개봉된 작품을 잇는 형태로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드류 배리모어가 제작 총지휘를,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스’의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감독‧각본‧제작을 맡아 현대적으로 더 스타일리시하게 업데이트했다.

세 명의 새로운 엔젤 또한 여성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쿨하고 매력적이고 강력한 면모가 집결했다. ‘트와일라잇’ 이후 작가성이 높은 독립영화 작품을 선택해 온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오랜만의 대작 출연으로 과감한 액션도 보여주는 모습은 멋짐과 아름다움이 공존해 홀딱 반할 정도다. 연기하는 사비나가 스트리트에서 자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설정도 효과가 있다.

‘알라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나오미 스콧이 연기한 엘레나는 처음에는 보호받는 대상이자 관객들 함께 새로운 엔젤들의 세계에 이끌리는 역할이지만 MIT를 수석으로 졸업해 이번 키 아이템이 될 신에너지 기술 ’컬리스토‘의 창시자이기도 한 천재 엔지니어다. 전 MI6의 에이전트에서 슈퍼모델 같은 스타일로 화려한 액션을 풀어내다. 제인을 연기하는 것은 이번 작품이 본격적인 영화데뷔가 되는 엘라 발린스카는 전투력은 발군이지만 때로 정에 약한 면이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비극이 닥쳐도 쿨하게 넘어가려는 제인에게 감독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슬쩍 껴안는 대목은 마치 ’허슬러‘의 라모나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그녀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해 나쁜 짓을 하는 남자들(성희롱 남성도 포함)을 쓰러뜨려 가는 모습은 실로 통쾌하다. 게다가 엔젤에는 초대 엔젤부터 트랜스젠더 여배우의 대표격인 유명 스포츠 선수,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젊은 실력파 여배우 등 호화스러운 카메오 출연이 성사돼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해주는 것도 포인트.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