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감염 확산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그 직후부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일 아침 CBS의 인기 장수 프로그램인 ‘저지 주디’의 촬영 현장에서는 작은 소동이 발생했다. 이 회사 간부가 직원들에게 자택 대기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가 출근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를 목격한 한 스태프은 “누구나 호통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저지 주디’는 결방됐다(CBS 대변인은 코멘트 거부).
며칠 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인 개그맨 하우 맨델이 방호복과 가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녹화에 나섰다. 이후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 부부와 같은 셀럽 감염도 잇따르고 있다(2명은 이미 회복).
미국 6,000개 영화관은 80% 이상 휴관하고 있으며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와 같은 인기 프로스포츠는 시즌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테마파크는 폐쇄되고 콘서트와 브로드웨이의 쇼도 중단됐다. 일부 영화는 전 세계에서 개봉이 연기됐고 100개 이상의 TV 프로그램도 제작을 중단했다.
■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 대폭락
이 업계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많은 사람과의 접촉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는 주요 산업 중 하나라고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이미 멀티플렉스 체인 주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AMC 시어터스는 연초 이래 약 50%, 시네마크 USA는 약 70% 폭락했다. 영화 스크린에 광고를 내보내는 내셔널시네미디어의 주식은 약 60%, 대형 스크린을 운영하는 IMAX의 주식은 약 50% 하락했다.
모든 종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손실 처리에 쫓기는 것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불분명하다. 대형 회계 사무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예측으로는 2020년 상반기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 전체의 매출은 전 세계에서 2조 3200억 달러에 머물며 전년 대비 불과 1%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신용평가회사 S&P글로벌은 AMC, 시네마크, 라이브네이션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 바이어컴 CBS의 모회사 내셔널어뮤즈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 20여 개 이상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애널리스트 일각에서는 영화 흥행 수입이 100억 달러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숫자는 전 세계 연간 예상 총수입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직 읽을 수 없다고 한 영화업계 거물은 말한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일이다. (집에서 즐기는) 홈 엔터테인먼트는 견고할지 모르지만, 제작 페이스의 둔화로 작품 부족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고문사 CFRA의 업계 애널리스트 투나 아모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피해를 정량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너무 이르다”라고 지적했다.
■ 영화계 직격탄…신작 줄줄이 공개 연기
아모비는 “엄청난 영향이 온다. 중국 의존도가 가장 큰 기업은 홍콩과 상하이에 테마파크를 펼치고 있는 디즈니다”라며 영화관이나 테마파크가 가장 타격을 받기 쉽다고 말한다. 또 라이브 이벤트나 크루즈사업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심각해 주가가 연초 이래로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고문 회사 ‘코엔’의 애널리스트 그레고리 윌리엄스는 “테마파크는 실적 회복까지 수년간 걸릴 것”이라며 NBC유니버설 테마파크 부문의 금년도 예상 이익을 31%, 2021년도는 27%, 2022년도는 24% 대폭 하향했다.
그래도 영화 비즈니스의 경우 타인과의 접촉이 위험하지 않으면 급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증권사 ‘웨드부시 시큐리티스’의 마이클 팩터는 말한다. 그 이유로 테마파크나 라이브 행사와 달리 영화 스케줄 연기는 쉽다는 점을 들었다. 이미 개봉 연기된 화제작은 유니버셜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올 5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 MGM의 ‘007: 노 타임 투 다이’(7개월 늦춰 올 11월) 등이다. 마블의 ‘블랙 위도우’는 5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디즈니의 ‘더 리틀 머메이드’ ‘피터 팬’ ‘나 홀로 집에’ 유니버셜의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일시적으로 제작을 중단한 영화도 수십 편에 이른다. 중소 영화사가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는 가운데 일부 영화사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자체 영화관도 갖고 있는 ‘베리타스아트’는 지난달 10일, 4월 3일 개봉한 신작 ‘슈팅 헤로인’ 상영관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공개와 동시에 스트리밍 전송을 하기로 했다. 이후 모든 대형 영화사도 자사 작품의 다수로 온라인 전송을 앞당기고 있다.
■ 온라인 전송 홈 엔터테인먼트 대세로
그런 상황에서 비교적 잘 나가는 것은 TV 화면으로 보는 스트리밍 미디어다. 넷플릭스는 재택근무의 확대에 수반해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EU의 디지털 정책을 담당하는 티에리 브르통 유럽 위원의 요청에 응해 3월 19일부터 “30일간 유럽에서의 모든 스트리밍 전달에 대해 비트레이트(영상 초당 데이터량)를 인하한다”라고 발표했다. 부적절한 영상을 자동 삭제하는 스트리밍 전송기업 ‘비드엔젤’도 성장률이 50% 상승했다.
■ 스포츠 중단으로 TV 광고시장 큰 타격
뉴스 케이블방송도 건투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의 조사로는 트럼프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다음 주 이 업계가 가장 중시하는 25~54세의 프라임 타임 시청률이 CNN은 전년 동기의 3배, MSNBC는 56%나 상승했다. 3사 가운데 여전히 1위인 FOX뉴스는 89% 상승했다.
반면 TV 광고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미 대학 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연기나 취소되고 있다. NBC유니버설은 방영권을 가진 도쿄올림픽 광고액의 90%, 금액으로 12억여 달러를 팔았지만, 올림픽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광고 대기업인 ‘그룹엠’은 2019년 12월 시점에서 텔레비전, 디지털, 라디오 등의 미 광고시장은 2020년에 약 5% 증가한 2,5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19 이전의 경제 예측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예측을 밑돌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 밑으로 떨어지느냐”라고 이 회사의 비즈니스 인텔리젼스 책임자 브라이언 위저는 말한다.
저수준이 당연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코엔의 더그 크로이츠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3일 6개사 이상의 2022년까지의 이익 전망을 평균 20% 하향수정했다. 코로나19에 의한 경기 후퇴는 “텔레비전 광고의 영원한 강판”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