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엔씨 ‘연봉 1억’ 진입…'대기업·금융권'서 중심이동
내년도 ‘억대 연봉’ 기업 늘어날 듯…‘양극화·이질감’ 심화 우려도
내년도 ‘억대 연봉’ 기업 늘어날 듯…‘양극화·이질감’ 심화 우려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게임업계가 국내 산업의 축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산업별 연봉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기업의 중심의 ‘최고 연봉’은 옛말이 됐고, 산업 중추로 부상하는 ICT·게임업계에 자리를 점차 내주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산업구조 지형변화를 가속화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ICT·게임 분야 성장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가 시간을 앞당겼을 뿐 국내 산업의 ‘핵’ 부상은 기정사실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ICT와 게임업계의 메카인 판교의 ‘연봉 1억원’ 시대 개막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연봉 격차로 인한 산업별 양극화와 이질감 심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난다.
◇ ‘신의 직장’ 신주류로 올라선 ICT·게임업계
최근 ICT와 게임업계는 높아지는 연봉으로 ‘신의 직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기업이 직원 연봉 1억 원을 돌파했다. ICT와 게임업계 대표주자인 이들 기업의 ‘연봉 1억’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기업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247만 원, 카카오는 1억800만 원, 엔씨소프트는 1억549만 원으로 집계됐다. 1인 평균 연봉은 연간 총지급된 연봉, 인센티브, 수당 등 보수 총액을 월평균 인원으로 나눈 금액으로 실제 실제로 받는 금액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네이버 직원 4076명의 2020년 평균 연봉은 직전년(8455만원)보다 21.2% 증가했고, 엔씨소프트(4224명)은 22.1% 늘었다. 이들 기업보다 직원이 절반 가량인 카카오(2747명)은 35% 올랐다.
앞으로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연봉 순위가 달라질 것으로 에상되지만, 국내 주요 기업의 연봉 수준은 최상위권이다. 삼성전자 평균 급여는 1억2700만 원, 현대자동차는 8800만 원 수준이다. 지난 2019년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억 원이 넘는 곳은 33곳으로 이중 금융권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 연봉인상 잔치에 내년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 늘어날 듯
지난달 국내 대표적 게임기업인 넥슨이 개발직군 신입 사원 초봉을 5000만 원과 전 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 원 인상한 뒤 넷마블·컴투스·게임빌·네오위즈 등도 연봉 인상에 나섰다. 중견 게임사인 크래프톤은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2000만 원, 1500만 원 인상하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함께 대졸 초임 개발자 연봉을 6000만 원으로 책정, 게임사 중 가장 높은 인상폭을 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1300만 원, 1000만 원씩 인상키로 했고, 대졸 초임 상한선도 폐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쟁 기업들의 급격한 연봉 인상으로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연봉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계열도 인재 확보와 이탈 방지를 위해 연봉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어, 인재 확보전은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불붙인 ICT․게임업계 ‘호실적’…연봉 인상 행렬 ‘명과 암’
판교의 ‘연봉 1억 원’ 시대 개막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조 및 유통업, 관광업 등 일부 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업계 내의 연봉 양극화 심화와 이질감 확대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IT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들이 그에 맞는 보상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동종업계가 다 같은 상황이 아닌 만큼 연봉 인상 흐름 맞춰 현실적으로 연봉을 인상했지만 한계가 있다”며 “사내 직원들의 동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연봉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지금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 계열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업들의 전격적 연봉 인상으로 (자사)개발자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재 확보전이 기업의 비용 상승의 확대시켜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은 기업으로선 향후 상당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연봉 인상이 이익 확대로 이어져야 하지만 제조원가가 상당부분 차지하는 제조기업으로선 실질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한 경영 부담은 또다시 근로자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회사마다 회사의 사업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 게열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인봉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16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게임 시장 연봉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장 상황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일괄적인 연봉 인상은 없으며, 내년 연봉은 반드시 동종업계의 수준을 고려해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무법인 한 관계자는 “IT와 게임업계의 연봉인상은 각 기업별로 경영적 판단이며, 보상 또한 근로에 합당한 대우”라면서도 “다만 전체적 연봉 인상 기류에 따라가지 못하는 관련 기업들의 근로자는 연봉 격차로 인한 근로의욕 감소로 결국 기업의 효율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양극화 현상에 (중소중견기업들은)기회 비용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