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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제품값·물가 인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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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제품값·물가 인상 예상

자동차 이어 스마트폰‧가전제품도 반도체 기근에 '비상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반도체 부족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에서 촉발된 반도체 공급부족이 스마트폰, 게임기, 가전제품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소비자 부담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부족은 텍사스 겨울 한파에 가뭄까지 겹쳐서 심화된 데다가 최근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본의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더욱 악화됐다.

美 반도체 전문가는 “전자제품에서는 반도체가 전부인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로 공급 및 수요 요인의 발작이 일어났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패턴이 발생해 전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 모든 전자 장치 ‘두뇌’인 반도체 부족은 작년부터 조짐을 보이다가 꾸준히 악화되어 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처음 발생했을 때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 지연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들이 TSMC와 삼성으로부터 반도체를 사들이는 데 전력을 다했다. 반도체 수급 차질의 한 요인이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이 열등한 상황에서 2020년 거대 기업들이 반도체 비축을 위해 전 세계 여분의 반도체를 싹쓸이했다.

현재 생산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유행병으로 촉발된 일상 습관의 변화, 전기차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TV 및 가정용 컴퓨터 판매 붐, 새로운 게임 콘솔 및 5G 지원 휴대폰 출시 등 신규 전자제품 수요 급증과 맞물려 반도체 공급이 위기 지점에 도달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굴지의 숙련된 기술회사조차도 그래픽 카드와 엑스박스(Xbox)의 안정적인 재고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반도체 기근의 광범위한 영향으로부터 크든 작든 기술기업이든 비기술 기업이든 모든 기업이 생산 활동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가격 상승 가속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반도체 수요 폭발에 따라 주요 고객에 제공하는 가격 인하 정책(최대 3%)을 폐기했다. 대만의 2위 파운드리 제조업체인 UMC도 반도체 생산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도 최근 제품가격을 20% 인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SSD 컨트롤러 가격도 최대 20%까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D램 고정가격도 오르고 있다. D램 가격은 올 초 대비 50% 가까이 상승해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2분기부터는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PMIC와 DDI 가격도 최대 20%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르네사스 공장의 화재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절벽은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르네사스 공장의 화재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절벽은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휴대폰 공급 차질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매년 반도체 구매에 580억 달러를 지출하는 세계 최대 구매자다. 애플조차도 반도체 부족으로 작년에 아이폰12 출시를 2개월이나 연기했다.

특히 애플에 이어 560억 달러의 반도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고 자체적으로 360억 달러를 소비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반도체 구매자이자 자체 조달이 가능한 삼성의 경우도 최고 사양 반도체 조달 부족 등이 겹쳐 갤럭시 노트 시리즈 신제품 출시를 사실상 연기했다.

◇완성차 생산 중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작년에 차량 판매가 감소함에 따라 반도체 주문을 줄인 자동차 제조업체는 지난해 3분기에 시장이 반등하자 재주문을 시도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폭스바겐과 도요타 같은 가장 큰 업체가 각각 40억 달러 이상을 구매하고 있는 등 대략 약 380억 달러 상당의 시장 규모인데 현재 안정적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포드는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의 교대 근무를 취소했으며 이로 인해 영업 이익이 25억 달러 손실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도 멕시코와 미국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있으며, GM도 20 억 달러의 이익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최근 2주 동안 모델3 조립 라인을 폐쇄했다

IHS마킷은 최근 시장 조사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위기의 절정은 4월이 될 것”이라면서 “다른 나쁜 이벤트가 없다면 3분기 정도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고 “상반기에 만들지 못한 차량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4분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 전문기관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2021년 유럽 경차 생산량이 3분기까지 반도체 공급이 회복되지 않으면 대략 40만 대 가까이 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난달 다른 콘솔 제조업체들과 함께 작년에 재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니는 반도체 공급 문제로 인해 올해 새로운 PS5의 판매 목표를 하향 수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차세대 게임기인 엑스박스 공급 부족도 적어도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차의 베스트셀러 F-150 픽업트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포드차의 베스트셀러 F-150 픽업트럭. 사진=로이터


◇결국 물가 인상과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


TSMC와 삼성의 주가는 공급 부족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각각 190%, 61% 상승했다. 이는 곧 이들이 생산하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많은 기업들이 제조하는 물품 가격 인상을 의미한다.

소비자 가전 가격은 부품의 높은 수요와 낮은 공급에 따라 가격 인상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이 증가함에 따라 TV와 휴대폰에서 자동차와 게임 콘솔에 이르기까지 가격 상승과 제품 부족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반도체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1년 이내에 판매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공급이 뒤처지거나 수요가 감소할 기미가 없는 분야에서 가격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향후 자동차와 휴대폰, TV는 더 비싸질 것이고, 특히 올해 아이폰은 작년보다 비싸질 가능성 높다”면서 물가인상을 예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