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넷플릭스서 ‘오늘의 종합 TOP 10’에 올랐으며 한국에서도 고공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가 약간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배우 송중기가 주연으로 나오는 한국 드라마 ‘빈센조’다. 송중기라면 아시아권에서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함께 출연한 인기 여배우 송혜교와의 ‘세기의 결혼’과 이혼, 심지어 한국의 SF 우주영화 ‘승리호’의 주연 등 갖가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주연한 드라마 ‘빈센조;는 한국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8회에 등장한 어떤 '물건'이 한국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레토르트 식품 브랜드 ’즈하이궈(ZIHAIGUO)에서 발매된 즉석 비빔밥 때문이다. 비빔밥이라면 한국의 대표 음식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극 중 송중기가 ‘중국산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자, 그 아이러니한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쇄도했다.
왜냐하면, 해당 레토르트 즉석 비빔밥이 한국에서는 정식 출시조차 되지 않는 중국 내수용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센조’는 즈하이궈와 약 3~4억 원 상당의 PPL 계약을 맺고 극 중 자기네 상품을 4회 의무적으로 방영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PL은 ‘Product placement’의 한국식 줄임말로 영상 콘텐츠 내에서 상품과 기업명을 표시하는 간접광고 기법을 뜻한다. 최근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거액의 제작비가 필요해 제작사가 PPL 계약에 필사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대히트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나 ‘싸이코지만 괜찮아’에도 간접광고가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유명세는 ‘사랑의 불시착’의 등장인물들이 즐겨 먹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샌드위치 체인 ‘서브 웨이’가 그랬다. ‘싸이코지만 괜찮아’의 주인공이 탔던 볼보 자동차, 등장인물이 일하던 피자 체인 ‘피자 알볼로’ 등이 꼽힌다. 물론 방송법상 간접광고에는 일정한 규제가 가해져 있다.
담배처럼 사회적 건강 손실 피해가 큰 것은 금지되며 상표 등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안 된다. PPL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경우 시작 전 자막으로 명시하고 PPL로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등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는 노골적인 PPL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방송된 ‘더 킹: 영원의 군주’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평행세계에서 현대 한국으로 온 주인공 황제가 PPL 병 커피를 마신 뒤 “황실의 커피와 같은 맛이다. 깊이가 있고 예리함도 있다. 한국에선 이걸 서민이 마실 수 있나?”라고 말한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CF를 방불케 하는 연출에 대해 이것은 간접이 아닌 직접광고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빈센조’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실은 중국 기업 제품의 간접광고로 노출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사랑의 불시착’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최근에는 ‘여신 강림’도 중국 자본이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빈센조’가 문제가 된 것은 중국 일각에서 최근 한복과 김치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자국 문화의 하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양국 사이에서 기원 논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하필이면 ‘중국산 즉석 비빔밥’이었으니 한국 시청자들조차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센 항의를 받은 ‘빈센조’의 제작사는 즈하이궈의 나머지 간접광고분을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리고 있던 ‘빈센조’인 만큼 제작사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