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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그리스 에발렌드서 수에즈맥스 2척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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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그리스 에발렌드서 수에즈맥스 2척 수주

올해 수주 목표 63% 달성…대형 탱커 시장서 안정된 흐름
노후 선박 교체·환경 규제 강화에 수에즈맥스 신조 시장 '활황'
그리스 선주들이 수에즈맥스 탱커 발주 시장을 주도하며 조선소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현대미포조선이미지 확대보기
그리스 선주들이 수에즈맥스 탱커 발주 시장을 주도하며 조선소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현대미포조선
HD현대가 1억74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수에즈맥스 탱커 2척을 추가 수주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HD현대는 올해 수주 목표의 63%를 채우며 안정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4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 오프쇼어 에너지 등 외신에 따르면 HD현대는 아프리카에 있는 선사에서 15만7000DWT급 수에즈맥스 2척을 총 1억74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척당 선가는 약 8700만 달러다. 선박들은 HD현대 산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해 2027년 12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이로써 HD현대의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은 총 84척, 115억 달러로 늘며 올해 목표액 181억 달러의 63%를 달성했다. 특히 대형 탱커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 베일 속 발주처…그리스 '큰손' 에발렌드


이번 계약의 발주사는 공식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그리스의 중견 선사 에발렌드 쉬핑(Evalend Shipping)을 유력한 후보로 지목한다. 크리톤 렌두디스(Kriton Lendoudis)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이 회사는 원유와 가스 운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계약 때 아프리카나 마셜제도 법인을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에발렌드는 지난 5월 수에즈맥스 2척을 계약한 데 이어 6월에는 옵션을 행사해 2척을 추가했으며, 이번에 다시 2척을 발주해 총 6척의 수에즈맥스를 HD현대에 맡겼다. 이와 따로 LNG 벙커링선 4척까지 포함하면 2025년 한 해에만 최소 10척의 선박을 발주한 핵심 고객사다.

◇ 노후 선박 교체 수요에…수에즈맥스 시장 '후끈'

HD현대의 이번 수주는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에즈맥스 신조선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선박 중개업체 BRS 십브로커스에 따르면, 선주들은 2023년 49척, 2024년 57척을 발주한 데 이어 올해 7월까지 40척을 새로 주문했다. 이로써 수에즈맥스는 5년 평균 발주량을 넘어선 유일한 탱커 선종으로, 올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그리스 선주들이다. 엑스클루시브 십브로커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그리스 선사들의 전체 탱커 수주잔량 가운데 수에즈맥스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수에즈맥스 발주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수에즈맥스 선단의 평균 선령은 13년에 이르며, 전체의 약 20%는 제재 회피 등 의심스러운 목적으로 운용하는 노후 선박인 '그레이 플릿(grey fleet)'으로 추정돼 교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고효율 탱커 수요가 확대된 점도 주요 원인이다.

이번 계약은 HD현대가 LNG선과 더불어 대형 탱커 시장의 호황을 누적 성과로 확실히 연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에즈맥스 시장이 그리스 선주들의 과감한 투자와 노후 선대 교체 수요에 힘입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HD현대가 그 수혜를 극대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물량이 기존 계약의 옵션일 가능성이 큰 만큼, 에발렌드 쉬핑의 추가 발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