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 갑질·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오래된 병폐 개선 미흡
"회사 성장에 따른 수직적 조직문화…IT산업 핵심 '소통' 사라져"
"회사 성장에 따른 수직적 조직문화…IT산업 핵심 '소통' 사라져"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모씨가 직장 내 괴롭힘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IT·게임업계 과로와 괴롭힘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근무하는 40대 A씨는 25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인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네이버 노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해 ▲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 및 폭력적인 정신적 압박 ▲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A씨 사망 직후인 28일 회사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별개로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밝혔다.
A씨의 사망 직후 IT업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초과근무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IT업계 주 52시간 초과근무가 현재까지도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노조가 사내 독립기업(CIC)인 비즈·포레스트·튠 등의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11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IT·게임 노동자 80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7.3%)이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6개월 사이 주 52시간 이상 근무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2%가 있다고 답했다.
◇ '크런치 모드'·'엽기 갑질'…업계 '회사 성장에 따른 병폐'
IT·게임업계 이 같은 이슈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모 게임회사에서는 ‘크런치 모드’로 근무하던 직원이 과로로 돌연사 한 일이 있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IT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과 식사시간을 줄여가며 일하는 '초장시간 근무'를 뜻한다.
해당 사망사고는 다음 해인 2017년 8월 산업재해 처리됐으나 민주노총은 해당 회사 이사회 의장을 연장근로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에 대해 많은 개선이 이뤄진 상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크런치 모드 경험률은 23.7%로 전년도 경험률 60.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비율도 0.9%로 전년도 15.4% 대비 크게 줄었다.
그러나 IT·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초과근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 앞서 카카오 역시 지난 1일 초과근무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6개 항목 위반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초과근무뿐 아니라 갑질 사건도 있었다. 웹하드 서비스 위디스크를 운영하던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대표는 음란물 불법 유통과 함께 직원들을 상대로 엽기적인 갑질과 감금·폭행 등을 저질러 2018년 체포됐다. 올해 4월 대법원은 양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갑질과 초과근무에 대해 성과주의와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의 수평적 조직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투명한 의사 결정 및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