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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타벅스 ‘무노조 경영’ 결국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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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타벅스 ‘무노조 경영’ 결국 무너졌다

美 버팔로 매장서 첫 노조 설립투표 가결

미국 뉴욕주 버펄로 소재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제임스 스케레타가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주 버펄로 소재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제임스 스케레타가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인 미국의 스타벅스가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원칙이 무너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리스타를 기반으로 한 노동조합이 세계 최초로 설립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버펄로 엘름우드 애비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뤄진 노조 결성 찬반투표를 이날 개표한 결과 찬성 19표, 반대 8표로 노조 설립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스타벅스가 지난 1971년 창업한 이래 유지해온 무노조 정책이 무너졌다.

이는 비록 규모가 작은 매장 한곳의 투표 결과지만 노조 설립 찬반투표가 다른 매장에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인데다 미국에서만 약 1만5000곳이 넘는 매장에서 약 22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스타벅스 체인망 전체로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 경제계와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

◇스타벅스 창업 50년사 첫 노조


노조 결성안이 통과된 엘름우드 매장이 앞으로 소속될 노동단체는 공공 및 민간부문에 속한 서비스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합원 200만명 규모의 미국 최대 산별노조인 북미서비스노조(SEIU).

이번 투표에 쏠린 미국 사회의 커다란 관심을 잘 반영하듯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성향 정치인인 민주당 소속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밝힌 성명에서 “스타벅스 창업 아래 첫 노조가 결성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CNBC는 이날 개표 결과에 대해 “외식업계에서 노조가 결성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스타벅스 매장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외식산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 노조에 가입된 경우는 1.2% 수준. 민간부문 전체의 평균 노조 조직율이 6.3% 정도인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미국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에서 노동관련 법률을 가르치는 캐시 크레이튼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동료들과 힘을 합쳐 노조 결성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동종업계 근로자들 사이에 퍼지면 노조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CNBC는 고용시장의 경색으로 인력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도 이같은 분위기를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KM파트너스의 브렛 리바이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에서 첫 노조가 결성됐다고 해서 당장 스타벅스의 경영전략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경영진 입장에서 임금인상 압박은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버펄로 추가 매장 3곳, 애리조나 메사 매장서도 투표 예정


스타벅스 경영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워드 슐츠 창업자까지 노조 찬반투표가 예정된 지역을 순회하도록 하면서 노조가 없어도 스타벅스는 근로자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노조 설립을 막는데 힘을 기울였으나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

스타벅스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도 “직원의 상당수가 노조에 가입할 경우 인건비가 상승하고 영업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다만 노조 결성투표가 진행된 나머지 2곳의 버팔로 소재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노조 설립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어서 노조가 결성되는 매장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캠프로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투표가 끝났지만 찬성 8표, 반대 12표로 노조 결성안이 부결됐고 제네시스트리트에 소재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실시된 투표는 찬성 15표, 반대 9표라는 개표 결과가 잠정적으로 나왔으나 개표 결과에 대한 이의가 제기돼 최종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이의가 제기된 투표의 최종 결과는 이번 투표를 주관하고 있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의 판단을 거친 뒤 나올 예정이다.

스타벅스 경영진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이다. 투표가 모두 완료된 것이기 때문이다. 버펄로 지역에서만 3개 매장에서 추가로 노조 결성투표 계획을 NLRB에 제출한 상태이고 뉴욕주 외에 애리조나주 메사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노조 찬반투표를 추진 중이라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