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계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안건을 승인한 데 대해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U집행위의 승인과 관련해서는 “주요 국가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두 회사의 합병이 자국 내에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시장 장악력을 보는 것인데, 일본제철과 US스틸 합병은 EU 역내에 독점 문제를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승인한 것”이라면서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철강 수입시장은 중국산이 독점하고 있으며, 일본산은 고부가 제품 일부를 공급하는 데 국한됐고, 미국산 제품 수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US스틸이 소재한 미국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를 봐야 하는데 이 또한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한국은 미 정부로부터 덤핑, 상계관세에 더해 수입 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쿼터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재 총수출 물량 가운데 미국향 비중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2023년 기준 미국 철강 수입시장에서 금액 기준 18억8600만 달러로 캐나다(82억5600만 달러), 브라질(42억8500만 달러), 멕시코(35억8700만 달러)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고율의 관세는 수입업자가 물어야 하는데, 이를 감내하더라도 고부가 철강재를 필요로 하는 미국 내 수요 업체의 주문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일본은 11억3500만 달러로 6위였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실현된다면, 생산기술을 이전해 미 본토에서 고부가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노후화한 US스틸 생산설비로는 제한적이므로 인수 가격 149억 달러(약 20조원) 이외에 추가 투자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에 노조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유화책도 필요하며,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심리적 공황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해야 한다.
반면 포스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멕시코에 구축한 스틸서비스센터(SSC) 등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미국 국내 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업체를 위한 철강재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에 맞춰 올 3분기에 전기차 전용 SSC를 가동한다.
한편, 양사 합병이 전 세계 철강산업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규모도 아니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가 발표한 2022년 기준 업체별 조강 생산량 세계 순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4437만t으로 4위, US스틸은 1449만t으로 27위다.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된다면, 합산 조강 생산량은 5886만t으로, 3위인 중국 안산강철(5565만t)을 넘어선다. 다만, 자국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수 초대형 기업으로의 진화를 노리고 있는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안산강철은 언제라도 덩치를 키울 수 있으므로 순위 변동에 큰 의미는 없다.
한국 업체들 가운데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3864만t으로 7위, 현대스틸이 1877만t으로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