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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은 옛말"…중국 전기차‧TV서 일본 추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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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은 옛말"…중국 전기차‧TV서 일본 추월 시작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 공개된 니오의 전기차.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 공개된 니오의 전기차. 사진=로이터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성능과 품질이 향상되고 전기차(EV)와 스마트폰 등의 성장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에서 중국과 위용을 다투며 한 때 중국을 앞질렀던 일본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제 일본 정부도 미중 패권을 바라보면서 중국의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메이드 인 재팬' 부활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위상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전기차 '훙치' 일본에 진출


중국 자동차그룹인 중화제일자동차그룹에서 생산하는 고급 브랜드 '훙치(紅旗)'의 일본 판매점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오사카시에 오픈했다. 아직 판매 대수 등의 구체적 목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매자들은 훙치에 대해 "주행 거리도 양호한 편이고 디자인도 좋은" 전기차라고 평가했다.

내년에는 중국 메이커가 자랑하는 전기차도 투입한다. 훙치의 고급 SUV인 'E―HS9'도 판매될 예정이다. 이 차는 1회 충전에 460~690㎞ 주행이 가능하며 가격은 세금을 제하고 1100만 엔부터 책정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 유럽 업체와 합작해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 기술을 흡수했다. 엔진에 관한 기술은 뒤처졌지만, 전기차는 단숨에 따라잡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해외 수출도 늘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업 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자동차 수출 대수는 약 180만대로 전년 동기의 약 2배 규모다.

수출 국가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개발도상국과 함께 유럽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노르웨이 수출을 시작했다. 신흥 전기차 업체 니오(NIO)도 노르웨이 진출을 5월에 발표했다. 주행 거리 등 성능에서 미국, 유럽 전기차를 능가하는 차량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는 전기 상용차를 수출하고 있다. 비야디는 12월 하루 시점에서, 누계 55대의 전기 버스를 일본에 납품했다. 2030년에 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물류 회사에도 중국산 전기 트럭 도입이 시작되었다.

2020년 전기자동차 판매순위를 기준으로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100만 대)이다. 다음으로 유럽(72만 대), 미국(25만 대) 수준인데 비해 일본은 판매대수가 1만4604대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친환경차 생산 및 판매 기준으로는 세계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급성장중인 순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2020년도 EV 판매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기업은 닛산(차종 리프)뿐이다.

세계를 재패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 비해 전기차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먼저 일본은 일찍이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판매해 탄소 배출 경감을 예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2018년 4월까지 누계 1200만 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해 9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경감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일본 완성차 기업이 자동차 부품 업계의 급격한 고용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의 부품 약 3만여 개중 엔진‧구동 부품수 약 1만여 개가 필요 없어진다. 이로 인해 약 100만 명의 실직자 발생이 우려된다.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문화를 고려했을 때,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고려가 일본의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잃고 전기차에서 후발 주자가 되게 한 이유다.

텔레비전 등 가전 분야에서도 중국 제품 유행


국내 최초의 컬러 텔레비전을 개발하던 도시바는 텔레비전 사업을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신 그룹(하이센스)에 2018년 매각했다. 자금은 하이신 측이 95%, 도시바가 5%를 출자해 이제 'TVS REGZA' 브랜드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하이신은 자사 브랜드도 일본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도시바가 개발한 화상 처리 기술 등을 자사 제품에 넣어서 일본 TV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 최대 가전제품 제조업체 하이센스(Hisense)가 도시바 텔레비전 부문을 인수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가전제품 제조업체 하이센스(Hisense)가 도시바 텔레비전 부문을 인수했다.

파나소닉도 텔레비전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중국 가전업체인 TCL그룹 등에 싼 가격대의 텔레비전 생산을 위탁할 전망이다.

과거 일본의 가전은 고품질로 평가되면서 세계를 석권했다. '기술의 일본'을 자랑하면서 많은 판매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수익은 악화되었다. 중국 가전제품이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일본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컴퓨터도 중국 제품이 일본시장 침투


컴퓨터에서는 세계 최대의 중국의 연상 그룹(레노보)이 일본의 대형 2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NEC와 2011년에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연상 그룹이 주식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연상 그룹은 후지쯔 컴퓨터 자회사도 2018년에 사실상 인수했다. NEC나 후지쯔 브랜드 이름은 남아 있지만 제조는 연상 그룹이 출자한 기업이 하고 있다.

백색가전 시장에도 도전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 가전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중국 제품은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일본도 중국의 수입품 총수에 스마트 폰이나 휴대 전화 등 통신 기기가 많다.

일본의 2021년도 상반기 스마트 폰 출하 대수에서 중국 오포(OPPO)가 한국 삼성전자 다음 5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은 카메라의 성능 등에서 중국 업체의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본이 장인 정신을 앞세워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누리는 가운데 중국은 첨단제품 관련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기술을 빠르게 수용해 혁신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기술력을 자랑하던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중국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기술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자체 시장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4차 산업 혁명에 소요되는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AI, 양자 컴퓨터, 5G, 2차 전지 등 미래 선도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초미세 전통 기술이나 부품, 소재 분야에서 아직 일본이 앞서지만 앞선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