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양정수 총괄예술감독·박명숙 총연출의 '육완순, 그녀에게'…상급의 육완순 1주기 추모공연

글로벌이코노믹

양정수 총괄예술감독·박명숙 총연출의 '육완순, 그녀에게'…상급의 육완순 1주기 추모공연

육완순 그녀에게 中 1부 초혼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1부 초혼
사람들은 그녀를 한국 현대무용계의 대모라 부른다/일제강점기 한가운데에서도 당당하게 춤춘 청춘/춤이 삶이었고 사랑이었던 그녀/이원(梨園)의 꿈을 아메리카로 연장하고/날틀이 이 땅에 닿고 난 뒤/완전체의 현대무용을 추구하던 그녀의 명성도 높아갔다/발품을 팔아 부지런히 춤밭을 일구어/제자목(弟子木)도 여름 대나무처럼 자라났다/사랑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그녀의 말과 글이 꽃향기로 퍼지던 유둣날 무렵/그녀는 은하수 저 멀리 여름휴가를 떠났다/그녀를 기다리며 제자목 사람들은 춤을 춘다/밤마다 우리춤 도약을 바라며 ‘육완순, 그녀가’ 보내는 별빛/그녀에게 보내는 존중의 헌사는 ‘몸 시’가 된다/스스로 발광(發光) 해야 한다.

7월 21일(목) 저녁 여덟 시,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육완순추모사업단(공동조직위원장 김동호, 하정애)·한국현대무용진흥회(이사장·총괄 예술감독 양정수 전 수원대 무용과 교수) 공동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으로 박명숙 총연출(예술원 종신회원, 경희대 명예교수)의 <육완순, 그녀에게>가 공연되었다. 한국 무용계의 거장들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진 행사는 공연장 안 극장 공연의 재구성 감독은 안신희·이윤경, 공연장 밖 아르코예술극장 1·2층 로비에서는 육완순 유품(사진, 원고, 필기도구, 무용소품, 일상용품) 전시 예술감독은 김양근, 아카이빙은 김예림이 맡았다. 육완순의 대표작 공연 영상기술감독은 김성한, 영상디자인은 윤민철이 맡아 사실감을 더했다.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 흑인영가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 흑인영가

육완순 그녀에게 공연장 로비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공연장 로비


여름에 우리 곁을 떠난 육완순(陸完順, 1933년 6월 16일~2021년 7월 23일) 그녀에게 말 걸기는 움직임이란 장신구를 사용하였고, 느낌을 공유하며 곁에 있었던 소품들이 그녀를 대신했다. 그녀의 예술정신을 보여주는 공연과 영상, 사진 등 유품들은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육완순은 일제강점기 전주의 여름에 태어나서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일리노이대 대학원(1961년~1963년)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면서 마사 그레이엄 무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사사했다. 그녀는 마르틴 루터의 경건한 신앙 자세와 닮은 현대무용의 정갈한 움직임을 양식적 틀로 세우고 열정적 몸짓으로 춤에 대한 부흥을 간절히 염원했다.
<육완순, 그녀에게>는 제1부: ‘프롤로그 ‘그녀에게’; <그녀에게>, <초혼> 제2부: ‘유작 및 대표작 재연’; <흑인영가>,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제3부: 에필로그 ‘영혼의 불꽃’의 3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정적 시제(詩題)에 관한 생각으로 그녀를 추억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작되는 공연은 그녀를 ‘움직임’으로 사유적 조형을 이끈다. 간절한 기도는 상급의 현대무용 전통을 만들어 내고, ‘짓’은 ‘예술’로 인정받는다. 육완순의 현대무용에로의 친근한 유인책은 현대무용에 관심을 두는 모든 무용인이 자신만이 특별한 재능을 지닌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늘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적 열정과 학구적 자세를 지니게 만든다.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전시 및 아카이브


제1부 : 프롤로그- 「그녀에게」 ; 육완순 그녀에게 보내는 경건한 추모의 장(場)이다. 발레의 바나 특별한 장치가 없이 현대무용의 특질을 보여주면서 공연은 시작된다.

<그녀에게>; 육완순이 뉴욕 마사 그레이엄 학교에서 유학 후 귀국한 1963년 제1회 육완순 귀국 무용 발표회를 통해 국립극장(지금의 명동예술극장)에서 미국의 현대무용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초연 안무작 <Basic Movement>는 현대무용의 기본기를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창호(한예종 교수)가 재구성하여 선보인 작품이다. 초연 당시에는 마사 그레이엄의 ‘수축과 이완’ 기교가 선보였다. 덴마크의 체조 교실 분위기 같은 움직임은 북유럽의 개신교도적 생기를 부른다. 청춘은 아름답고, 삶은 아름다움을 쌓아가는 과정임을 밝힌다. 무용의 기본은 자세이며, 여성 주도의 현대무용의 초창기 모습에서 특히 그러하다. (출연 김노연, 김예은, 김정윤, 문대규, 박지빈, 서영빈, 송유진, 오수희, 황민아, 하연주)

<초혼>; 육완순의 인터뷰 영상 및 작품 <초혼>(1965년 초연, 명동예술극장)의 흑백 영상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생전의 육완순의 모습과 움직임으로 무용사적 의미를 새기고, 피아노가 이끄는 시 낭송이 해설을 대신한다. 또한 영상은 육완순이 춤을 대하는 자세를 담은 육성과 춤이 장르 넘나들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육완순 그녀에게 中 1부 그녀에게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1부 그녀에게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수퍼스타예수그리스도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수퍼스타예수그리스도


제2부 : 유작 및 대표작 재연 ; 육완순 하면 떠오르는 <흑인영가>,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세 편이 무대에 올랐다. 육완순의 인기 레퍼토리로 공연된 작품 및 과거로 회귀하여 이끼 낀 공연사의 흐릿한 추억을 불러낸다. 박명숙(예술원 회원) 연출은 올드 팝의 기름칠이 말라갈 때의 목소리로 지친 영혼의 쉼터를 만들어가면서, 허기진 배에도 불구하고 현대무용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며, 생활에 쫓긴 억척 어멈의 엉성한 육아를 생각하게 하는 장(場)을 중심 작품으로 설정했다. 연습의 전후, 공연 전 과정에서 눈물을 부를 듯한 작품들은 찬란한 유물이 되어 다짐의 도구가 되어 있고, 마법의 사운드를 소지한 견성(見性)의 상징이다.

<흑인영가> ; <흑인영가-Negro Spiritual>의 첫 장면, 육완순 안무로 초연(1963년, 명동예술극장)된 작품을 안신희(전 국민대 교수)의 재구성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초연 때, 육완순은 마사 그레이엄 무용 기교를 구사했다. 이번 작품에서 안신희 안무는 기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무력을 보였으며, 깊은 호흡의 가치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흑인은 억압받는 모든 불쌍한 영혼을 대표한다. 아름다운 감정선을 가진 무용수라고 평가받았던 박명숙을 비롯한 일군의 무용계 전사들이 놀라운 과거의 연기를 재현한다. 대표 연기자 박명숙은 이화여대 무용과에 입학한 1968년 이래 육완순의 많은 공연에 쉬지 않고 출연하면서 의미 있는 연기력을 보였다. 은사(恩事)에 걸친 격정적 연기, 내적 호흡으로 연기해내는 움직임 속으로 흐르는 눈물, 그 섬세한 움직임은 빠른 움직임의 현대무용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감동이 있었다. 슬플 때는 투박하고, 약간 느리고, 길게 늘어진 것이 세련되고, 짤막한 것, 시간에 딱 들어맞는 것보다 더 어울린다. 그런 점에서 흑인영가는 1주기 분위기에 걸맞은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흑인은 억압받는 모든 불쌍한 영혼을 대표한다. 올 블랙이 희구하는 세상은 정의가 숨을 쉬는 순수이다. (출연 박명숙, 안신희, 반주은, 김원, 김희진, 이미경, 김영미)
육완순 그녀에게 中 3부 영혼의불꽃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3부 영혼의불꽃

육완순 그녀에게 中 커튼콜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커튼콜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中 2부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 ; 육완순의 유작인 <아직도 최고의 날을 꿈꾼다>(프리미어 2013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이윤경(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장은정(‘춤추는 여자들’ 대표) 두 무용가의 재구성으로 올렸다. 의지적 여성 무용수 십인은 백색 세상의 화이트적 상상을 구사한다. 새롭게 열릴 세상을 위해 여인들은 자유롭게 춤을 춘다. 현대무용은 자유의 정신을 수용한다. 백색 드레스의 현실이 화려해질수록 흑백의 과거는 색채 시대의 화사함보다 아름답다. 움직임 조합의 유닛이 된 무용수들은 춤의 완전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주장의 부딪힘, 그 단계를 넘어 노련해진 여성 춤꾼들은 현대무용이 만들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넌지시 설계한다. 꿈꾸는 자들은 바람, 물, 바위를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간다. 영상 속의 육완순은 현대무용의 만개를 염원하며 제자들과 같이 춤을 춘다. 인생의 다리를 넘어가는 그들은 꽃으로 피어난다. 숙성으로 가면서 잃어버린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 그들은 열정의 나날들은 추억 속에 남기고, 각자의 춤 세상을 열어 가고 있다. (출연 장은정, 이정은, 윤미정, 홍선미, 김혜숙, 윤종옥, 윤정아, 정정아, 최혜경, 장혜주)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 팀 라이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창조해낸 <지저스 크라이스터 수퍼스타>를 육완순이 현대무용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로 안무한 작품이다. 당시 ‘춤추는 예수’는 시대의 우울을 깨고 청춘에게 빛과 희망이 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작품의 지도는 막달라 마리아 역을 겸한 이윤경이 맡았고 예수 역의 최두혁이 호흡을 맞추었다. 육완순의 대표작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1973년 4월 21일 부활절 예배 때 초연, 이화여대 대강당)가 기대 속에 재연되었다. 익숙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예수의 고민을 긴 호흡, 큰 동작으로 부각하고, 막달라 마리아의 탈렌트적 재능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포함된다. 대중화에 성공한 이 인기 레퍼토리는 삼백여 회에 달하는 공연 기록을 세웠다.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Jesus Christ Super Star)의 주역 막달라 마리아(Mary Magdalene)역 박명숙은 1973년 초연부터 1993년까지 한해도 쉬지 않고 20년간 국내외에서 700여 회 공연하는 동안 일반관객들에게 막달라 마리아로 알려졌다. 게스트 출연에 SAC Dance Company(고다영, 구준, 김민지, 김예림, 김유진, 김지윤, 김환희, 류시아, 박세희, 박소율, 손민지, 심둠림, 이소형, 이아정, 인누리, 임수빈, 장미연, 최수지, 팽지황, 하소영)이 군무를 소화했다.

제3부 : 에필로그 - 「영혼의 불꽃」; 양정수 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의 안무로 대미를 장식했다.
육완순 그녀에게 홍보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육완순 그녀에게 홍보이미지


<영혼의 불꽃>에 출연한 무용수들이 커튼콜을 마치고, 골고루 무대에 위치한 가운데 무용계의 지도자가 된 제자들이 걸어 나와 육완순 선생을 추모하며 서로 격려하고, 포옹하고, 오열하는 행위를 연출한다. 의식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은 공연이 끝난 뒤 육 선생이 예수가 홍해를 가로지르듯 걸어 나와 관객을 향해 인사하는 영상에 환호한다. 육 선생은 수많은 박수갈채와 반짝이 가루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십여 명의 무용수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 된 <영혼의 불꽃>은 육완순의 예술정신을 오늘날의 무용가들을 통해 담아낸 퍼포먼스로 <육완순, 그녀에게>의 절정이자 모든 예술가가 현대무용에 존중을 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출연 하정애, 최청자, 이정희, 박명숙, 남정호, 양정수, 정의숙, 한선숙, 황문숙, 안신희, 김양근, 윤승옥, 전미숙, 김현남, 안애순, 반주은, 김 원, 김희진, 이미경, 김영미, 최두혁, 이윤경, 장은정, 이정은, 윤미정, 홍선미, 김혜숙, 윤종옥, 윤정아, 정정아, 최혜경, 신창호, 김재승, 이인수, 이지희, 장혜주, 백주미, 정재우, 김예림)
왼쪽부터 김양근, 양정수, 박명숙, 박신애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김양근, 양정수, 박명숙, 박신애


다시 여름이 오고 더위를 맞았다. 한 십여 년 전인 2012년 12월 25일부터 2013년 1월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명동예술극장에서 ‘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기념 전시 및 영상물 상영 포함) 공연과 행사가 있었다. 그때 극장에 육완순은 있었고, 지금은 다정한 격려의 말과 환한 미소는 사라지고, 친필의 다정함도 접하지 못한다. 작품과 영상으로 부활한 <육완순, 그녀에게>는 짜임새가 돋보이는 추모 행사로서 육완순의 핵심적 안무작들을 적절히 구성하여 그녀에게 존중의 예(禮)를 표하였다. 무대에서는 모두가 욕심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육완순의 예술정신이 추구하는 바대로 평화로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현대무용의 본질을 일깨운 행사는 내년을 기약한다. 그곳에서도 예전처럼 현대무용을 비롯한 우리 춤이 발전하기를 기원해주시리라 믿는다. 육완순, 현대무용에 몽매한 공무원들을 계몽하고, 무용가들의 자유 정신을 고양한 현대무용가이다. 이에 걸맞은 <육완순, 그녀에게>는 고도의 진지함과 전문가들의 내공이 미학으로 승화된 한 여름밤의 낭만적 제의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