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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부산에서 만난 인연…오스카상 전초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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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부산에서 만난 인연…오스카상 전초전 치렀다?

애플TV+ '레이먼드&레이', 넷플릭스 '바르도' 공개
'오스카상 단골손님' 멕시코 감독 제작 예술영화 눈길

애플TV플러스 '레이먼드 & 레이' 포스터(왼쪽), 넷플릭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연대기' 포스터.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애플TV플러스 '레이먼드 & 레이' 포스터(왼쪽), 넷플릭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연대기' 포스터. 사진=각 사
14일 폐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큰 역할을 했다.

올해 '온 스크린' 섹션을 통해 소개된 '글리치', '썸바디'(이상 넷플릭스), '몸값', '욘더'(이상 티빙), '약한영웅 class1'(웨이브),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왓챠), '커넥트'(디즈니플러스) 등이 초청됐다. 지난해에 비해 상영작이 3배 늘어났다.
이들 작품은 영화제 초반인 6, 7일에 집중 배치됐다. 주말을 앞두고 각 작품의 주연배우와 감독이 부산을 찾아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야외 오픈토크 등으로 팬들과 만났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화려한 프로모션이 펼쳐진 사이, 조용히 경쟁을 펼친 두 OTT 오리지널 영화가 있다. 애플TV플러스의 '레이먼드 & 레이'와 넷플릭스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연대기'('바르도')다. 이들 작품은 닮은 듯 다른 특징을 가지고 관객들을 만났다.

미국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관계를 조금만 살펴보면 이들 작품은 '오스카 출품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극장용 영화를 중심으로 상을 수여하는 영화제에서 OTT 영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로마', '맹크', '파워오브도그', '아이리시맨' 등 작품성을 갖춘 예술영화들로 꾸준히 오스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2월에도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에서는 '파워오브도그'가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감독상 하나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해에 후보에 오른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코다'는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모두 수상했다. 이때 영화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코다'의 수상에 대해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레이먼드 & 레이'와 '바르도'는 이런 관계에 재탕이 될 전망이다. 두 영화 모두 오스카상을 겨냥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예술성과 함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레이먼드 & 레이'. 사진=애플TV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레이먼드 & 레이'. 사진=애플TV플러스

먼저 '레이먼드 & 레이'는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연출하고 에단 호크,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했다.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나인 라이브즈'와 '광야의 40일', '로스트 인 마운틴' 등으로 국내에 소개된 감독이다. '비포 선라이즈'와 최근 '블랙폰' 등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에단 호크와 디즈니플러스 '오비완 케노비'의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도 명연기를 펼친다.

다만 '레이먼드 & 레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름은 프로듀서 알폰소 쿠아론이다.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은 '로마'와 '그래비티', '칠드런 오브 맨' 등으로 알려진 거장이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마'는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어릴 적 폭력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산 형제 레이먼드(이완 맥그리거)와 레이(에단 호크)에게 어느날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들이 장례식에 참석해줄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향한 두 형제에게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생긴다.

'레이먼드 & 레이'는 표면적으로 코미디 영화다. 중년이 된 형제들의 철없는 장난과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 실수들이 이어지면서 웃게 만든다. 여기에 형제애를 확인하고 일상을 되찾는 과정이 훈훈한 감동을 준다.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떡밥들이 이어지면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레이먼드 & 레이'는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야기에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알폰소 쿠아론을 비롯한 제작진의 꼼꼼한 지원이 어우러져 안정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처음 소개된 이 영화는 21일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된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연대기'.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연대기'. 사진=넷플릭스

'바르도'는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작품이다. 이냐리투와 알폰소 쿠아론,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길예르모 델 토로는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에 안착한 대표 감독들이다. 이들은 각자 서로의 영화에 제작자로 나서면서 협업을 하는 사이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이들의 별명은 '쓰리 아미고스(3 Amigos)'다.

'바르도'는 대단히 관념적인 작품이다. 멕시코 출신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실베리오 가마(다니엘 히메네즈 카초)는 자신을 환영해주는 고국 멕시코로 돌아오지만, 예전과 달라진 멕시코의 현실에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대중 앞에 서는 걸 싫어하는 그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지만, 결국 대중 앞에 서게 되고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

'바르도'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일은 어렵다. 영화는 실베리오의 무의식을 쫓아가듯 어지럽고 초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이야기를 쫓아가고자 하는 관객은 당혹스럽고 어지러울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현실과 무의식, '영화 속 영화'가 구분 지어지지 않는 세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는 대로 보고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그리고 그 모든 퍼즐은 아버지이자 아들, 시민이자 예술가인 한 남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특히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바벨' 등에서 보여준 화려하면서 독특한 영상은 이번 작품에서 마음껏 그 자태를 드러낸다. 예술영화를 보겠다고 작정한 관객에게는 선물같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이냐리투 감독은 최근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레버넌트'는 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촬영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버드맨'은 87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때문에 '바르도'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다만 '바르도'는 지난달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불호가 갈라지는 반응을 얻었다. 해외 영화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는 100점 만점에 51점, 로튼토마토에서는 토마토 지수 54%를 얻었다. IMDB 평점도 10점 만점에 6.2점에 불과하다.

호불호가 갈라지는 만큼 외부 평가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관객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은 영화다. '바르도'는 10월 27일 멕시코에서 먼저 개봉한 후 12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두 영화의 대결은 지난해에 미국 대표 OTT 플랫폼의 오스카상 경쟁 2라운드에 해당한다. 여기에 멕시코 출신 오스카상 단골손님인 알폰소 쿠아론과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선의의 경쟁'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멕시코 출신 거장인 길예르모 델 토로 역시 넷플릭스로 출격한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는 12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또 그가 제작에 참여한 호러 시리즈 '호기심의 방'은 10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