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7월 1년 만기 LPR을 전월과 같은 3.5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1년 만기 LPR은 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인 5년 만기 LPR도 전월과 같은 4.20%로 동결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부양보다는 위안화 환율 안정에 더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증시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는 실망의 기색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는 LPR을 10개월 만에 10bp(1bp=0.01%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2분기 6.3%에 그쳐 시장 기대를 밑돌았음에도 인민은행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자본유출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안화 환율은 이달 들어 달러당 7.23위안을 넘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고점인 달러당 7.327위안까지 돌파하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년래 최저치로 떨어지게 된다. 위드 코로나로의 본격적인 전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중국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상하이(上海) 봉쇄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7%대 초반)보다 낮은 6.3%를 기록했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경제성장률 역시 5.5%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삼두마차'인 소비, 투자, 수출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내수 경기의 가늠자인 소매판매는 6월의 경우 전년 동월에 비해 3.1% 증가에 그치는 등 4∼5월의 두 자릿수 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상반기 고정자산투자 역시 3.8% 느는 데 그쳤다. 수출입 규모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2.1% 증가에 그쳤다. 특히 중국의 6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4%나 줄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에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심각한 내수 부진 속에 올해 디플레이션(물가하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는 비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사회 초년생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내수에도 부메랑으로 작용한다. 뉴욕증시에서는 중국 당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5% 안팎'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와 중국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정치적 규제 등이 구조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비롯해 과학기술부 등 주요 부처들은 최근 잇따라 민간기업 책임자들을 만나 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민간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이 빅테크를 포함한 민간 기업에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이를 두고 민간 소비를 주도하는 빅테크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의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이 외국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상무부·공업정보화부·과학기술부 등 경제 부처 고위 관료들은 미국·일본 기업인들도 만나 투자 장려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13곳은 이날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11개 정책을 별도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대책에는 각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친환경 가구·전자제품·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스마트 가전제품 신규 구매 지원 방안, 금융기관의 주택매수용 대출상품에 대한 신용지원 강화 등이 담겼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조치로 민간 기업의 투자와 국내 소비가 크게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한 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위안화 환율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