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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5)] 인생의 길을 찾는 청춘남녀의 로드무비 영화 '행복의 노란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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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5)] 인생의 길을 찾는 청춘남녀의 로드무비 영화 '행복의 노란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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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노란손수건'
대학시절 소개팅할 때, 이성이 마음에 들면 커피를 주문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음료를 주문하는 식으로 장난치는 습관이 있었다. 소개자는 상대방의 반응을 지켜보며 재미있어 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커피를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음료를 주문하게 되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청춘에는 실패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훨씬 더 심각한 순간들이 많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운 좋은 존재이다.
내년 봄 개봉할 김흥도 감독의 영화 '벗꽃 날리면'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일본 구마모토성을 관광하다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길에 다다른 남자가 당황해하자, 여자주인공이 말한다.

"막다른 길인 것 같아도, 잘 찾아보면 길이 있어요."

"물론 최악의 경우 되돌아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니에요. 그것 역시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지 모르니까요."

무엇보다도, 남녀주인공의 관광 목적은 빨리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길인 셈이다. 상대방에게서 길을 찾는 것! 여주인공의 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일본 로드무비의 대표작으로, 표면적으로는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홋카이도에서 그들과 만난 유사쿠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20대에 형무소를 다녀온 유사쿠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홋카이도로 향한다. 그는 작은 섬에 정착하여 어부로 일하며, 단골 술집 여주인 미츠에와 결혼한다.

어느 날, 미츠에는 유사쿠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쁜 마음에 유사쿠는 미츠에에게 병원에 가서 확인을 받아보고, 맞으면 집 앞 장대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놓으라고 부탁한다.

유사쿠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지만, 마음은 집 앞 장대에 걸린 노란 손수건만 바라본다. 마침내 배가 집 근처에 도착하자, 그는 장대에 걸린 노란 손수건을 보고 환호한다.

하지만 유사쿠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미츠에는 늦게까지 일하는 바람에 유산하고 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사쿠는 미츠에의 과거 유산 전력도 알게 된다.

아내의 유산 소식에 큰 실망과 상처를 받은 남자는 술에 취해 행인과 시비가 붙어 살인죄로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그는 아내에게 이혼을 권유하고, 출소 후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이 걸려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출소 후 아내가 떠난 현실을 마주칠 용기가 없는 남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여행길에서 만난 청춘남녀의 격려로 남자는 아내와 살았던 작은 섬으로 향한다.

남자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아내와 마을 사람들이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을 수십, 수백 개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노란 손수건을 보고 환호와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김흥도 감독은 이 영화가 인생을 좌우할 어떤 일의 결과 앞에서 안 좋은 결과를 예상해서 피하려는 나약함보다는 마주치고 극복해야 함을 암시한다고 평한다.

김흥도 감독은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에서 길을 구하는 자의 행운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감독은 대학 신입생 시절, 대구에서 상경한 아버지와 함께 하숙집을 구하러 대학가를 헤맸던 일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한참을 헤매다가 망설임 없이 대학 수위실로 들어가 좋은 하숙집을 물었다. 그 결과, 아버지는 당일 바로 하숙을 구할 수 있었다.

김흥도 감독은 아버지의 행동을 지금도 기억한다. 아버지는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물어보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김흥도 감독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인생에서 막막할 때면 누구에게나 물어보며 헤쳐 나왔다고 한다.

심지어 김흥도 감독은 여자들에게 용기 있게 접근할 때에도 그 수단으로써 길을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행운으로 그는 지금의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김흥도 감독은 하와이 유학 시절, 여행 온 일본 여자 관광객들에게 자주 길을 물었다고 한다. 물론 목적은 데이트가 아니라 소심한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였다.

그는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는 길을 일부러 물어보면서 말을 걸어 많은 여자들을 사귀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다고 하자, 당시 사진을 보내왔다.

물론 그 일화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물어보는 용기만 있다면 길을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소심함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곤궁한 일이 생기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자.

곤궁함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진심이 아닌 사람을 가려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전과는 다른 위기에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낙심하거나 나갈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감히 말하지만, 인생의 길은 옛 속담과 달리, 가다가 아니 가면 못 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좋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