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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1조 시대] “보험사기·과잉진료 때문에…” 보험사-소비자 애꿎은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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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1조 시대] “보험사기·과잉진료 때문에…” 보험사-소비자 애꿎은 소송전

보험적자·의료쇼핑 대응…보험금 지급심사 대폭 강화
보험금 받기 어려워지자 보험사와 고객 간 소송 급증
3년 간 총 5만4464건 소송 발생…비용만 약 442억 원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기와 과잉진료에 대응해 보험업계가 보험금 지급심사를 대폭 강화해 소비자와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이 논란이 되는 백내장 수술을 포함해 주요 사안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예년보다 보험금 받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보험금 수령을 위해 거치는 의료자문 절차가 보험금 지급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와 의료쇼핑에 따른 적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일부 정당한 청구에 대해서도 지급이 까다로워져 소비자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18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와 과잉진료가 늘면서 보험업계가 보험금 지급심사를 대폭 강화해 소비자와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험업권의 소송 건수는 총 5만4464건으로 집계됐다. 소송 비용만 약 442억2300만 원에 달한다. 보험사와 소비자간 법적 분쟁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만860건(180억1830만 원)이던 소송 건수는 작년 2만1501건(171억5700만 원), 올해 상반기 기준 1만2130건(88억8300만 원)을 기록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보단 손해보험쪽에서 소송이 빈번히 발생했다. 보험사별로는 고객 수가 많은 삼성화재(1만1257건)와 현대해상(8364건)에서 두드러졌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와 소송에 나서는 배경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업권별 민원 수는 생명보험 4만2256건 손해보험이 8만5135건이었다. 손해보험 관련 민원 중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관한 유형은 4만4239건으로 전체의 52%에 달했다. 생명보험 권역에서도 ‘보험금 산정 및 지급’유형 민원이 ‘보험 모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보험사들도 할 말은 있다. 백내장 등 과잉 의료행위가 늘어나면서 보험 적자가 말도 안 되게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실손보험 사업실적’을 보면 작년 한 해 실손보험 손익은 1조53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무좀치료, 여유증 등을 가장한 과다 청구가 적자로 이어졌다.

실손 적자가 커지면서 아예 판매를 포기하는 보험사도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생보사 11곳, 손보사 3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생보사 6곳, 손보사 10곳 등 16곳에 불과하다.
보험사들은 현재 의료자문 강화를 통해 보험금 누수를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15개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시한 의료자문 건수는 모두 5만8855건을 기록했다. 2021년(4만2274건) 대비 약 40% 급증한 수준이다. 의료자문 후 보험금 지급하지 않은 건수도 증가했다. 작년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4193건으로 2021년 대비 2.78배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권유하는 사례도 있는데, 가장 논란이 많은 백내장의 경우 통원이냐 입원이냐를 두고 이견이 있다”면서 “일부러 보험금을 안 주는 보험사가 어딨겠나. 보험사기나 과잉진료 등이 성행하면서 의료자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연내 보험사의 의료자문 가이드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보험금이) 지급될만한 것들은 우선 지급하는 것과 관련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