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저성장 늪’ 보험에 규제완화는 찔끔… 보험사 ’신사업’ 외면도 문제

공유
1

‘저성장 늪’ 보험에 규제완화는 찔끔… 보험사 ’신사업’ 외면도 문제

보험사, 부수업무 신청 급감·미니보험사 설립 ‘제로’
신사업 문 열어줘도 보험사, “돈 안된다” 진출 포기
골목상권 침해 우려에 ‘금산분리 완화’ 무기한 연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시장 포화로 인해 우리나라 보험산업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내년 전망을 보면 보험산업 성장을 가늠하는 ‘수입보험료’의 성장률 2.6%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보험사의 영업력과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초회보험료는 생명보험사가 22% 급감하고, 손해보험사 역시 3%대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와 국내 경기 둔화까지 겹쳐 신계약 감소·불황형 계약해지 증가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하면서 보험 산업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 개인별은 95.1%에 달해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해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산업이 성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이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와 비금융 진출이 제한해 있어, 전통적인 보험 수익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의 생존과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韓 ‘금산분리’ 완화 또 연기…혁신금융 ‘제자리’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활성화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2일 보험업계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완화 발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원래 금산분리 완화 계획은 지난 8월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류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금산분리 제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며 “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지난 40여 년간 유지해온 금산분리 규제의 빗장이 풀릴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서 당초 보험업계 숙원이던 요양·상조업 진출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보험사들은 저성장 늪을 벗어나기 위해 생애 전반 위험 보장 노하우를 상조업과 접목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상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맞춰 상조 자회사 설립, 상조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생보업계는 작년 7월 금융위원회 내 금융 규제 개혁 TF에 상조 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한 데 이어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 역시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보사는 요양 및 상조와 높은 사업적 연관성을 지녔으며, 보다 전문화되고 표준화된 상조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며 상조업 진출 의지를 피력했다.

업계는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의 비금융 분야 진출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고 성토한다. 보험사가 자회사·부수업무 등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사업영역은 금융업 및 보험 밀접 업무로 제한된다. 아울러 금산법에 따라 비금융사에 대한 출자 한도도 5% 미만으로 제한된다.

하나의 그룹 내에 생·손보 각 1개의 라이선스만 보유하도록 한 ‘1사1라이선스’ 규제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펫보험 전문보험회사’라던지 ‘미니보험’ 등 설립 추진이 한창인데, 1사1라이선스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동일 그룹 내 생·손보사를 보유하고 있다면 소액단기전문보험사나 특화 전문보험사 설립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사, 신사업 의지 의구심돈 안된다손 떼

보험사들이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이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정부가 규제만 강화하고 있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의 신사업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부수업무 신고 등을 간소화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되지 않는다며 보험사의 참여에 소극적이다. 실제 지난 2021년 6월 처음 도입 ‘소액단기전문보험업’(미니 보험사)의 경우 설립에 나선 보험사가 전무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초기엔 기존 보험사 등을 포함해 10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설립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 해외의 경우 여행자보험이나 펫보험처럼 등 생활 영역과 밀접한 소액단기보험이 활성화해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만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가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수업무 신청도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부수업무 신고 건수는 지난달 기준 미래에셋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생명, K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5개사( 7건)에 그쳤다. 보험사의 부수업무 신고는 최근 3년간 급격한 감소세다.

2020년 33건에서 2021년 11건으로 절반 이하로 내려간 데 이어 작년 8건을 기록했다.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펫보험 전문회사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하고 나서겠다는 회사가 없다. 보험사들이 신사업에 소극적인 배경은 역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실제 신사업을 위해 보험사들이 설립한 디지털보험사의 실적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나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디지털 보험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막상 신사업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신규 사업을 할 때 발생하는 위험이나 비용 대비 수익성을 따지는 경향도 강한데,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회계제도까지 급변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저울질 하는 회사가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