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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강력 개입에 1440.3원 마감…내년 방향성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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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강력 개입에 1440.3원 마감…내년 방향성 전망 엇갈려

원·달러 환율, 9.5원 하락… 상승세는 일단 주춤
"단기적으로 연말 1450원 선 밑에서 마감 여부 중요"
전문가 "외환당국 개입 미봉책…한·미 금리차 줄여야"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강력한 의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초강력 구두개입에 나서자 148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이 142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환율 급락이 추세적 흐름인지, 정부의 연말 환율 종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이례적인 조치에 따른 일시적 하락인지는 의견이 갈린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2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449.80원) 대비 9.5원 내린 1440.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0.1원 오른 1449.9원으로 출발해 1429.5~1453.3원 범위에서 등락했다. 오전 11시 35분쯤 1429.5원까지 내리기도 했는데 장중 1420원대 환율은 지난달 3일(1425.8원) 이후 처음이다. 23일 주간 종가가 1483.6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3일 33.8원 급락한 뒤 이날까지 2거래일 동안 40원 넘게 빠진 것이다.
다만 1420원대까지 내렸던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1440원 선을 재돌파하면서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 약발이 떨어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24일 외환당국(기획재정부·한국은행)이 국장급 명의로 "정부의 강력 의지·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놨다.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에 더해 국민연금의 환헤지도 재개됐다.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전략적 환헤지를 본격 재가동했다.

이번 외환당국의 연이은 초강력 조치는 일단은 연말 환율 종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나왔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내년도 사업계획이 연말 종가를 기준으로 확정되는데 종가가 높으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대출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새 정부 입장에선 올해 연말 종가가 12·3 계엄 사태로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연말 종가(2024년 12월 3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472.5원)보다 높다면 환율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환율 종가는 1400원 초중반대에서 마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추가적인 큰 폭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또 내년 환율 방향성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상당 폭 낮아졌으나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큰 폭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대책이 원화 약세에 과도하게 쏠려 있던 심리 안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 연말 1450원 선 밑에서 마감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조치에 주목하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 환율의 추세적 하락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95% 비과세(익금불산입)를 100%로 상향 조정한다. 해외 외화 배당금이 국내로 들어올 때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6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로 설정했는데, 이번에 상향된 100%는 결국 전면 비과세를 의미한다"면서 "당시에도 해외법인 내부유보 잉여금(재투자수익수입)이 국내로 환류되며 당시 환율이 1260원대 중반까지 하락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500원 선이 우려되던 가파른 환율 상승 기대는 일단 꺾였다"면서 "당장 연말 종가는 1400원대 중반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연초 1400원대 초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초강력 구두개입으로 일단 환율이 큰 폭 하락했지만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다시 원화 약세를 나타낼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당국이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늘릴수록 외환보유액만 소진할 뿐"이라면서 "한·미 금리차 축소, 시중 유동성 흡수 등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모두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환율이 급락하자 원화 약세에 베팅해 달러를 쟁여 두려는 기업과 가계의 수요도 시장에서 감지됐다.

24일 서울 강남 소재 하나은행 한 지점에서는 100달러 지폐가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지점은 고객 안내문을 통해 "당일 미국 달러 환전을 위해 방문한 고객이 급증하면서 100달러 지폐가 빠르게 소진됐다"고 알렸다. 이를 두고 환율이 크게 하락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재테크 카페를 중심으로 "지금 달러를 사둘 때"라는 투자심리가 확산했고,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달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