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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전' 경구 피임약 처방전 없이 판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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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전' 경구 피임약 처방전 없이 판매 시작

오필 이번 달부터 구매 가능해져, 1개월분 2만6000원가량

미국에서 이번 달부터 경구 피임약 '오필'이 처방전 없이 일반 약국에서 판매된다. 사진=CNN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이번 달부터 경구 피임약 '오필'이 처방전 없이 일반 약국에서 판매된다. 사진=CNN
미국에서 경구 피임약이 나온 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처방전 없이 일반 약국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번 달부터 판매된다. 미국에서 최초로 일반 약으로 판매 승인을 받은 ‘오필(Opill)’의 제조사인 페리고(Perrigo)는 4일(현지 시간) 이번 달까지 미국 전역의 소매점에서 오필을 살 수 있도록 배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사전 피임약이 처방 없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국 식품의약청(FDA)은 프랑스 제약업체 페리고의 자회사 HRA 파마의 피임약 ‘오필’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13일 승인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사전 피임약은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었고, 일회성인 사후 피임약은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경구용 피임약은 콘돔이나 살정자제 등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다른 피임법에 비해 피임 확률이 높다. 오필은 FDA에 사용 허가 신청을 할 때 임신 예방 효과가 98%라고 밝혔다. 오필은 1개월분이 19.99달러(약 2만6000원)에, 3개월분이 49.99달러에, 6개월분이 89.99달러에 판매된다.

경구 피임약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널리 보급됐지만 혈전증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었다. 오필을 복용할 때 출혈·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등이 들어간 다른 알약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FDA는 대법원이 2022년 6월에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의 판결을 뒤집은 뒤 오필 사용 승인을 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반환된다"며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 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넘겼다.이후 미국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주가 늘었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절반가량이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법제정했다.

USA 투데이는 이날 “현재 미국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주가 14개 주에 달하고, 다른 주도 낙태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 원치 않는 임신 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출산 연령의 약 4분의 1이 낙태가 완전히 금지되거나 대부분 금지되는 지역에 살고 있다.

낙태를 금지한 지역에서 원치 않게 임신한 여성이 다른 주에 가서 낙태 시술을 받거나 낙태약(임신중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일부 가톨릭 단체나 생명 존중론자들은 처방전 없는 오필 구매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말 대선을 겨냥해 여성의 임신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필의 승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FDA는 오필의 일반 약 판매 승인을 하면서 밝힌 성명에서 “경구 피임약은 지시대로 사용하면 안전하며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데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비 처방 피임법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FDA에 따르면 미국 내 임신 건수는 1년 평균 610만 건으로 이 중 절반은 의도하지 않은 임신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