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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식 美 증시 조작 신고 4배 급증...인공지능 이용 사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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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식 美 증시 조작 신고 4배 급증...인공지능 이용 사기 심각

AI 봇 활용한 '펌프 앤 덤프' 수법으로 개인투자자 함정, 40억 달러 손실
나스닥 상장 규제 강화하고 법무부 특별수사팀 구성해 대응
다수의 소규모 중국 기업들이 시장 조작 시도의 대상이 되어 미국 당국이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다수의 소규모 중국 기업들이 시장 조작 시도의 대상이 되어 미국 당국이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했다. 사진=로이터
2025년 중국 중소기업과 관련된 미국 증시 조작 신고가 전년 동기 대비 4배 급증하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2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AI 봇이 허위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펌프 앤 덤프' 수법이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닥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조작 혐의로 금융산업규제청(FINRA)이나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된 거래 중 70%가 중국 기업 주식과 관련이 있었다. 사이버 보안 회사 KnowBe4의 로저 그라임스 고문은 "이 작업을 수행하는 기업의 70%가 중국인이라는 것은 조율된 노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오스틴테크놀로지그룹은 6월 25일 주가가 225.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음날 90% 급락했다. 현재는 한 자릿수로 거래되고 있으며, 9월 12일 미국 법무부는 주가 부풀리기 계획을 주도한 혐의로 회사의 공동 CEO 2명을 형사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스킨케어 회사 박하바이오테크놀로지와 디지털 마케팅 기업 에버브라이트 디지털을 포함해 올 여름 중국 기업 관련 6건의 추가 사례가 발견됐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5월경부터 상승하다가 6월 말에서 7월 말 사이에 폭락하면서 투자자 손실이 거의 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기 수법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소셜 미디어의 디지털 광고를 통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고, 이후 왓츠앱 같은 메시징 앱의 투자자 채팅 그룹에 초대된다. 이 그룹에는 자칭 재무 고문과 다수의 투자자가 포함돼 있으며, 회원들은 시장 정보와 일상 사진 등 사적이고 캐주얼한 콘텐츠를 공유한다. 하지만 처음 초대된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자는 AI 봇으로 추정된다.

어느 정도 신뢰를 구축한 후 채팅 그룹 운영자는 특정 중국 주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매수를 유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린다. 보안 교육 회사 Hoxhunt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봇은 이미 인간보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훔치는 피싱 공격에서 24%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당국은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9월 3일 나스닥은 중국 소규모 기업의 미국 상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제안을 발표했다. 고려 중인 규칙에는 기업공개에서 최소 2500만 달러의 자본 조달 의무화와 시가총액 감소 시 상장 폐지 가속화 등이 포함돼 있다.

법무부도 특별 수사팀을 구성했다. 지난 3월에는 말레이시아와 대만 출신 개인들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중국 리버럴 에듀케이션 홀딩스의 주식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형사 고발됐으며, 미국 정부는 약 2억1400만 달러를 압수했다.
그라임스 고문은 AI가 2026년 말까지 개인 정보 탈취나 사기 피해자 함정에 빠뜨리기를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앞으로 좋은 사람 AI 봇과 나쁜 사람 AI 봇의 전투가 있을 것이며 최고의 알고리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도 AI를 활용한 대응에 나서고 있어 향후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기술적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투자 권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메시징 앱의 투자 그룹 참여 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