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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2위 오너 3세 '위기와 도전'…발묶인 이재용, 뛰는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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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2위 오너 3세 '위기와 도전'…발묶인 이재용, 뛰는 정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재계 1·2위 오너 3세들의 행보가 '위기와 도전'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검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답답한 새해를 보내고 있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하는 등 해외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순탄하게 경영승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특검 ‘가시밭길’

“새해가 시작된지 몇주가 지났지만 아직 우리 기업의 시계는 2016년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 국정농단 여파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새해는 ‘가시밭길’이다. 지난해 말과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욱 척박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삼성 일가 중 처음으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어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22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결국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이 부회장의 운명은 결정된다. 삼성 총수 일가 중 첫 구속사례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등기이사 선임 후 책임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의 행보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설상가상, 이 부회장은 팔과 다리를 잃은 조각상인 토르소가 됐다. 삼성 2인자로 통하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오른팔’로 불리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 수족을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 정의선 부회장, 미국 대규모 투자 결정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행보는 해외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새해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 참석해 현대차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1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3년 만에 찾는다. 정 부회장은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미래자동차 산업 등과 관련해 업계 CEO 및 전문가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CES가 종료된 지난 8일부터 다보스포럼 참가를 위해 스위스행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 미국 시장 점검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 출범할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7일 미국에 약 3조6000억원을 신규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이은 미국 내 제2공장 설립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습이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신규 투자계획 결정은 정 부회장이 미국에 머물던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CES 2017을 마친 정 부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각종 현안을 점검하고 신규공장 부지 등을 점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특검 등으로 국내에서 발목이 붙잡힌 반면 정 부회장은 경영승계 밑그림을 순탄하게 그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의 해외 광폭행보는 대외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 ▲구속영장 청구 등 삼성 총수로 숱한 ‘불명예 최초기록’을 쌓고 있는 이 부회장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 부회장(1968년생)과 정 부회장(1970년생)은 두살 터울이다. 극명하게 대비된 모습으로 새해를 시작한 두 젊은 오너가 산재한 현안 등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