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최근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조사했다. 위반혐의가 적발될 경우엔 직권 조사를 한다는 방침과 함께 첫 타깃으로 부영그룹을 택했다.
재계는 부영그룹의 사례를 바라보며 ‘초긴장 사태’다. 내부거래를 잡겠다는 공정위의 일침이 언제 미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이른바 4대 그룹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공정위는 그간 4대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로 인해 4대 그룹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 삼성, 4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 상대적으로 낮아
삼성은 4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4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SK(23.3%) ▲현대차(17.8%) ▲LG(15.2%) ▲삼성(7.6%) 등이다.
공정위의 내부거래 규제대상은 대기업집단 중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으면서 오너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다. 삼성은 규제 대상 계열사가 삼성물산 1곳뿐이다.
20일 기준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보유율은 ▲이건희 삼성 회장 2.8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7.2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51%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5.51% 등 31.11%다.
삼성은 7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 고리의 한가운데에는 삼성물산이 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과 같은 방식이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는 오너 지분이 공정위 규정에 미치지 않는다.
반면 4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율이 100%에 달하는 계열사 수는 삼성이 가장 많다. 삼성이 7개, SK 6개, LG 6개, 현대차 4개 순이다.
◇ 현대차, 내부거래 규제 앞서 지분율 낮춰
현대자동차는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및 순환출자 해소 규제 등을 추진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기업으로 꼽힌다.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지분율은 각각 30%, 29.99%다. 공정위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 지분 매각을 실시해 지분율 규제 요건인 30% 이하로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상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기 위해 29.9%로 지분율을 맞추는 편법을 이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현대차의 행보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을 매각하거나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실제 시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SK, SK C&C와 합병하면서 내부거래 대폭 증가
SK는 지난 2015년 8월 SK C&C와 합병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와 SK C&C의 내부거래 비중은 53.87%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IT 서비스업체인 SK C&C 특성상 보안 상의 이유로 내부 전산 등을 다른 기업에 맡기기 어렵다”며 “다른 IT 서비스업체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80~90%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SK는 낮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20일 SK그룹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계열사 간 총 매출액은 125조9200억원이다. 이 중 29조3900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3.3%에 달한다.
◇ LG, 4대그룹 중 내부거래 비율 50% 이상 계열사 ‘최다’
LG는 4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율 50%가 넘는 계열사가 가장 많다. 지난해 기준 LG의 계열사는 총 68개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34개가 내부거래 비율 50% 이상이다.
LG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14조6000억원이다. 이 중 계열사 간 매출액은 17조400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은 15.2%다.
특히 LG상사 자회사인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69.8%에 달한다. 하지만 오너일가 지분이 공정위의 제재 규정(비상장사 20%)에 미치지 않아 칼날을 피할 수 있다. 판토스의 오너일가 지분은 구본무 LG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 7.50% 등 19.90%다.
◇ 한진그룹, 선제적 조치 ‘눈길’… 내부거래 지분 정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5일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됐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도 함께 진행한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사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 중인 그룹 IT 계열사 유니컨버스 개인 지분을 전량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은 이번 조치에 따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일각에서 제기된 일부 오해들이 불식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준법 경영 강화를 토대로 보다 투명한 경영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길소연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