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엔터 24] 외신들 한국 ‘겨울왕국2’ 관객 1,200만 명 육박…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조명

공유
0

[글로벌-엔터 24] 외신들 한국 ‘겨울왕국2’ 관객 1,200만 명 육박…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조명

한국에서 ‘겨울왕국2’가 1,200만 관객을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에서 ‘겨울왕국2’가 1,200만 관객을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인기있는 영화라면 관객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겨울왕국2’의 대박에 또 다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논란이 비등하고 있다. ‘겨울왕국2’는 14일 기준 관객동원 수에서 외국영화 관객동원 역대 4위에 해당하는 1,175만7,523명을 기록했다. 온라인예약률이 35%이상 유지하고 있어 향후에도 관객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작 ‘겨울왕국’도 관객동원 1,029만 명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지만 신작은 그것을 웃도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대박의 이면에는 이 신작에 의한 ‘스크린 독점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 단체 ‘서민 민생대책위원회’는 국내 영화관 스크린을 이 작품이 독점하고 있다며 이달 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월트 디즈니 코리아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한국의 영화관 스크린의 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영 횟수가 1만6,220회(11월23일 기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또 영화관계자로 구성된 단체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개봉일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에 의해 영화상영의 다양성이 사라졌다. 스크린 독점을 금지하는 영화법 개정을 요구 한다”고 밝혔다.

■ ‘대박’을 떠받치고 있는 ‘상영관 도배’란?

스크린 독점문제는 비단 이번에 시작된 일만은 아니다. 이 문제가 널리 알려진 것은 2006년에 개봉된 ‘괴물’(봉준호 감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 관객동원 수 1,301만 명을 기록한 이 작품은 공개당시 최고 38.3%의 스크린을 독점했으며 상영 횟수는 43.8%로 절반가까이 이르면서 영화 팬과 영화관계자를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된 바 있다.

하지만 지금도 영화사가 힘쓰는 대작이 개봉될 때마다 극장에서는 같은 영화상영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상영일정표에 같은 영화가 죽 늘어선 상태를 ‘도배’라고 부르고 있다. 도배된 상영스케줄에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며 소규모 영화는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영화들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 이른 아침이나 심야상영을 할 수밖에 없으며 설령 훌륭한 영화라 하더라도 상영관을 잡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계속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럼 왜 이런 한편의 영화가 스크린 88%나 독점하는 사태가 되어 있는 것일까? 큰 이유의 하나로 한국의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 체인업체가 파워를 지나치게 갖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의 영화관은 CJ, 롯데,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 3개사가 전국 92%의 영화관을 장악하고 있다. 이 3개사는 영화관경영만 아니라 자사에서 외화매입은 물론 제작권도 가고 있다. 자사가 제작·매입한 영화의 자금 회수를 중시하고 배급하기 때문에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에서는 1번이라도 인기가 높은 이들 작품의 상영 횟수를 늘리고 싶은 것은 알지만, 한편 이 3개 업체 이외의 영화회사는 자체극장을 갖고 있지 않아 영화의 상영을 멀티플렉스 측에 부탁하는 입장이 된다. 결국 3개 배급작품의 작은 틈새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 성급한 한국의 국민성도 상당한 영향

또 한국에서는 영화배급에 있어서 “몇 주간은 이 영화관에서 확실히 상영될 것”이라는 공개 보장이 없는 인기가 없는 작품이라면 1주일도 되기 전에 스크린을 내리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처럼 대도시에서 선행 개봉한 후 상황을 봐가며 개봉규모나 기간을 정하는 시스템도 일부 독립영화를 제외하고는 일반상영에서는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위법다운로드가 많고 게다가 DVD시장이 거의 소멸되어 있는 한국영화업계의 특징으로 재빠르게 공개해 이익을 회수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집객이 전망된다고 하면 단번에 최대수의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하는 스타일이 정착되었다.

또 원래 한국과 일본에서는 영화를 보는 방법이 다소 다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의 보급에 의해 지금은 온라인으로 상영시간의 검색을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지나 신문에서 상영시간을 체크하거나 직접 영화관에 전화를 걸어 정보를 얻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영화를 볼 때 직접 극장에 가서 그 시간에 딱 상영하고 있는 영화표를 즉석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신중하게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극장에 가는 일본인보다 무슨 일이든 빨리하고 싶어 하는 국민성 한국인은 영화를 가벼운 오락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 심리는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인기 있는 영화는 언제 가더라도 상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스케줄로 상영해야 한다. 실제 스크린 독점 작품으로 꼽히는 영화는 약 30분 간격으로 상영되고 있어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언제 가도 조금만 대기하면 다음 상영을 볼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상영시간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은 향후 원할 때 자신의 페이스로 볼 수 있는 전달서비스의 정착에 따라 영화관에서의 영화감상 묘미에서 약점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세계 각국의 스크린독과점 대응은?

해외에서는 이 독점문제는 어떻게 대처되고 있을까. 인디 영화에도 이해가 깊고 영화관 보호에도 적극적인 프랑스에서는 국내영화관 1관에서 3스크린 이상 독점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또 소규모영화도 적극적으로 상영될 수 있도록 영화관에 지원금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연간 224억 이상에 이른다.

또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를 앞세운 미국에서는 1948년에 영화제작·배급·상영을 한 손에 쥐고 있던 5대 메이저를 사법부가 독점금지법으로 기소한 이른바 ‘파라마운트 사건(Paramount Case)’이 스크린독점에 제동을 건 사례로 유명하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메이저영화 스튜디오가 소유하고 있던 극장매각을 명령했다. 1980년에 이 규제는 완화됐지만 지금도 미국은 각 영화의 독점률 30%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한국과 같이 멀티플렉스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과도한 독점상영은 볼 수 없다. 2016년에 공개된 대 히트작 ‘너의 이름은’은 토호영화사 자사배급에도 불구하고 최고 40%정도의 개봉률이었다. 마니아기질이 강한 일본에서는 일부러 영화관에 가서 보러 가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손님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마침내 2020년 스크린 독점금지에 대한 영화법안을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객들에게 인기있는 영화만 너무 많이 상영해서 벌어진 이번 소동은 아무래도 한국답지만 그에 대해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곳도 역시 한국답다.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 체인을 소유하는 영화사 3개사가 오랫동안 힘을 가진 끝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말았다. 영화관은 관객에게 영화의 취향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골라주는 입장이다. 여기서 한번 법규제로 인해 영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앞으로 여러 영화가 제작·수입되어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