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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 노사 협상 韓 배터리 기업 등과 합작 공장이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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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 노사 협상 韓 배터리 기업 등과 합작 공장이 발목 잡아

GM은 배터리 공장 노동자 협상 대상에 포함…포드와 스텔란티스도 압박 받아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 사진=로이터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 ‘빅3’와 전미자동차노조(UAW) 간 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이면서 노조 측이 추가 파업 확대 조처를 유보했으나 이들 빅3와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근로자 처우 문제 등이 막판 쟁점으로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7일 (현지시간) “UAW와 완성차 업체간 협상에서 남아 있는 최대 이슈 중의 하나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일자리 문제”라며 “향후 4년간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임금과 퇴직 보상 문제가 핵심 쟁점”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완성차 업체와 UAW 간 협상에서 이제 겨우 철제 빔이 설치돼 있거나 흙더미가 쌓여 있는 상태에 있는 12개가량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숀 페인 UAW 회장은 6일 GM과의 협상에서 향후 건설될 전기차 배터리 합장 공장 노동자를 임금 협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전기차 공장 배터리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를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 공장 노동자와 같게 설정할지, 아니면 별도의 임금 체계를 마련할지 미정이라고 WSJ이 전했다. GM 측도 페인 회장의 주장에 대해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GM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을 UAW 협약에 포함할지 아직 많은 협상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포드와 스텔란티스도 같은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미국 빅3 완성차 업체가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대부분 한국 배터리 기업과 합작 회사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자동차 업계의 노사 협상 결과가 한국 배터리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GM은 현재 LG에너지 솔루션과 합작으로 3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또는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UAW 잠정 합의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임금 협약을 UAW가 대표로 나서서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W는 얼티엄셀즈와의 협상 타결을 성공 사례로 평가하면서 이와 비슷한 협상을 확대하려고 한다. UAW는 얼티엄셀즈 외에 GM, 스텔란티스, 포드 계열 배터리 공장 등을 상대로 포괄적인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UAW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4곳이 새로 가동에 들어갔고, 삼성 SDI와 스텔란티스 합장 공장을 포함해 19개 공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UAW는 이 노조에 가입하려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자체적으로 노조를 먼저 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네시주에 GM 합작 2공장, 오하이오주에 혼다 합작공장, 미시간주에 GM 합작 3공장을 포함해 북미에만 총 8개 생산시설을 짓는다. 삼성 SDI는 미시간주에서 스텔란티스와 SK온은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서 포드와 공장을 신설한다.

포드 자동차는 4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스텔란티스도 미국에 2개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짐 팔리 포드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UAW가 새로운 배터리 공장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기존 노동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 배터리 공장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팔리 CEO는 노사 양측이 임금과 복리후생에 대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으나 UAW가 배터리 공장의 아직 생기지 않은 미래 일자리 문제를 제기해 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노조 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포드는 지 25일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 세우기로 한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사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페인 회장은 포드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려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 SDI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미국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7월 24일 발표했다. 삼성 SDI와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 플러스 에너지의 2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3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현재 건설 중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의 1공장은 생산 능력을 애초 23GWh에서 33GWh로 확대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한다. 삼성 SDI와 전기차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스텔란티스는 지프, 램, 다지, 크라이슬러 브랜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UAW는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 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면 노동 인력 수요가 현재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대체로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대체로 노조가 없는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가 만든다. 이에 따라 UAW는 앞으로 노조원이 급감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UAW는 바이든 정부에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차량 배출가스 감축안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스텔란티스는 UAW와 임금 협상에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해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가 스텔란티스와 삼성 SDI 합작 배터리 회사 근무를 희망하면 현재보다는 낮은 봉급으로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해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근무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3 업체에서 동시 파업에 들어간 UAW는 6일 협상 진전으로 파업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UAW는 지난달 15일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 업체의 공장 3곳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했고, 현재 파업 참가 인원은 2만 5000명가량이다. UAW는 향후 4년에 걸쳐 최소 40% 임금 인상, 전기차 생산직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