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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5)] 줄기세포 이용한 가슴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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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5)] 줄기세포 이용한 가슴성형수술

줄기세포를 이용한 가슴 성형 수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가슴 성형 수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직 재생을 위한 세포 치료는 성형수술에 가장 먼저 도입되었다. 1950년대에 혈액암을 치료하기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 임상 모델을 확립한 것이 줄기 세포 치료의 시작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이는 조직 재생 목적이 아니었다.

종합적으로 보면 가장 먼저 발생한 세포 치료는 바로 수혈이다. 1901년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가 혈액형을 발견한 이후 수혈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미국에서는 1940년에 이미 혈액은행을 설립했다.
골수 이식 등 조혈모세포 치료는 이에 영향을 받아 수혈로부터 자연스럽게 파생된 시도로 볼 수 있다. 조직 대체 시도로서는 1980년 코너(Connor) 등이 시행한 인간 배양 표피 자가이식(CEA)이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는 피부 세포의 확장 개념이자 피부 이식의 결과물로 줄기세포라는 의미를 담은 시도는 아니었다.

1990년대 말에 들어서 주크(Zuk), 패트릭(Patrick), 가톨릭대 성형외과의 이종원 등 여러 학자들이 지방에서 분리한 세포를 줄기세포로 간주하는 연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이 시기에 줄기세포 연구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당시 지방이식편에 첨가해 세포 농도를 높인 ‘세포첨가지방이식’이 어찌 보면 최초의 줄기세포 투여 조직 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술은 동경대 성형외과의 요시무라(Yoshimura)와 필자가 비슷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이후 협력을 통해 CAL(cell assisted lipotransfer)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필자는 처음으로 지방이식편의 ECM과 세포 성분을 핵심으로 보는 관점을 반영해 지방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원심력으로 농축하는 장치(Lipokit)와 액상 지질을 감소시키는 지방조직 분쇄기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효소처리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에 갑작스럽게 생긴 세포처리 규제로 인해 충돌이 있었으나 2007년 한국 식약처에서 과감하게 세계 최초로 합법화를 명시하면서 줄기세포 관련 임상 경험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는 일본(2015년), 미국(2020년)보다 훨씬 앞서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줄기세포 임상경험에서 한국이 월등히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된다.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것은 다양한 이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환자가 적합하지는 않지만 가슴성형을 지방이식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대부분 지방이 충분하다. 이 때 1~2kg정도의 지방을 흡입한다. 이 중 일부는 효소로 녹여 줄기세포만을 분리하고 일부는 불순물을 제거한 후 미리 분리한 줄기세포와 혼합해 가슴의 원하는 부위에 주사로 이식한다.

지방은 몸에서 나오면서 기존의 혈관 구조가 모두 잘려 나오므로 이식 후에 제대로 된 혈액 순환이 없다. 대신 주변에서 삼출된 혈장의 피동적 흐름을 통해 간신히 대사물질 교환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문에 한곳에 대량으로 이식하면 이식편의 심부에서는 모든 세포가 죽게 된다.

세포가 죽으면 세포막이 손실되고 지질이 밖으로 나와 어디엔가 고이게 되고 이런 지질은 외부 물질로 인지되어 낭포로 둘러싸이게 된다.

물론 이 낭포는 위해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동그란 공 모양이라서 형상이 외부에 드러나거나 감촉에 의해 딱딱한 종괴를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낭포가 크게 생기지 않도록 이식부 조직에 사이 사이 골고루 이식하고 세포 밖으로 나온 기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식 지방의 원심분리를 거치는 기법이 콜먼(Coleman)에 의해 제안되었다.

필자는 지방을 깨끗한 포로 말아 짜서 이식하는 일본의 슈(Sue)를 보면서 기발하다고 여겼지만 이물질이나 오염의 위험에 대해 우려스러웠다. 또한 실제로 이러한 문제로 중단되게 되었다.

당시 원심분리기는 실험에서는 필수적이었지만 상당히 고가의 장비였다. 필자가 2001년에 개발한 원심분리기 리포킷(Lipokit)은 지방 연구나 시술에 적합하도록 공압 흡인 및 토출 기능이 있었다. 이를 이용해 주사기로 흡입하고 이식 주사시에도 사용되었다. 리포킷은 지방이 담긴 주사기를 원심분리 도중 필터가 지방 조직을 눌러 짜도록 고안해 지질을 많이 제거할 수 있었다.

이식 수술의 결과는 당연히 미리 제거한 지질의 양만큼 수술 후 흡수가 적게 되는 원리다. 이렇게 원심분리의 다양한 도입으로 지방 이식 수술은 점점 큰 용량의 이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량 지방이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둔부에 주사해 체형을 개선하거나 여성의 가슴에 넣어 크기를 증가시키는 시술하는 경우다.

둔부에 대해서는 흡수율이 많거나 낭종이 생기거나 해도 피부에서 깊은 곳에 발생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가슴은 자가 암진단이나 방사선 검사에서 지질 낭포가 마치 악성 종괴로 오인되거나 낭포 옆에 미세 출혈이 있어 발생하는 석회화가 암의 증상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어 한 때 엄청난 공포를 유발했다.

2009년 미국 성형외과 학회에서는 이러한 지방 가슴이식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수술이 이루어졌으며 동시에 다양한 부작용도 보고됐다. 원심분리를 아예 하지 않고 이식하는 경우 부피 흡수도 문제지만 이미 새어나온 지질이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대량이식이다 보니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공기중의 박테리아에 노출될 확률이 증가하면서 대형 감염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세심한 수술원칙 준수, 밀폐 시스템 활용, 원심분리와 지질 제거 등 모든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재조명된 것이 줄기세포 첨가 이식이다. 줄기세포는 몸에 들어가면 VEGF 등 성장인자를 분비하여 혈관이 자라도록 유도한다. 초기 삼출물에 의해서 아슬 아슬 생명력을 유지하던 세포가 2~3일 후 새로운 모세 혈관을 만나면 극적으로 살아난다. 이 과정을 가속화해 세포와 조직을 다시 살리는 효과이다.

이렇게 잘 버티기도 하지만 분리된 줄기세포는 숨을 쉬지 않고도 오래 버틸 수가 있는데 만약 기존의 세포가 죽더라도 그 자리에 들어가서 다시 지방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때 같이 이식된 ECM은 중요한 요소다. 줄기세포를 지방세포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요시무라의 연구에서는 효소로 분리한 세포 핵을 형광 염색 하고 염색하지 않은 지방 조직과 함께 혼합하여 쥐에 이식을 했을 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관찰한 결과 지방 조직 사이사이에 염색된 세포 핵들이 지방세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질이 전혀 없던 줄기세포가 지방 세포로 분화된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방, 진피, 연골, 뼈, 근육 등에서 나오는 비슷비슷하게 길고 중앙부가 럭비공처럼 생긴세포들을 중간엽줄기세포로 통합하여 분류하는데 세포를 어디에서 추출하건 배양을 시작하면 모두 섬유모세포(fibroblast)처럼 보이는 형태가 된다.

모양에 큰 차이가 없으면 동일한 세포이므로 이름을 하나로 묶은 것인데 실제 이들을 다른 환경에 놓으면 그 환경에 맞도록 분화되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지방 이식에서의 지방 재분화도 그 중 하나다. 즉 근육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지방에 혼합하여 이식하면 지방으로 분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가 지방 가슴이식에서 세포를 분리하기 위해 더 많은 지방을 뽑아서 효소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지방이식 가슴성형은 인공 보형물이 없이도 시술자의 의도대로 자유로운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수술 방법이다. 그러나 체형이 왜소하고 추출할 수 있는 지방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400cc의 지방을 추출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일부를 할애해 부피를 없애고 세포를 얻는데 집중했으나 현재는 그보다 좋은 방법이 존재한다. 혈액을 다량 추출해 혈액의 중간엽줄기세포를 추출해 첨가하거나 미리 배양해 놓은 세포를 첨가해 이식하기도 한다. 또한 미리 준비한 세포 추출물인 엑소좀을 혼합하여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엑소좀은 세포 성분이 없으니 분화를 기대할 수 없지만 풍부한 사이토카인으로 인해 혈관 성장을 빠르게 유도하여 초기 생착기에 이식된 세포가 죽는 확률을 크게 낮추어 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발달된 시술은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명백히 ‘첨단재생의료’인 조직공학치료로 분류할 수 있다. 과거부터 해오던 수술이 갑작스럽게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할 경우 수술 자체가 없어지고 의사는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게 되며이미 시술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들은 일단 규제를 적용하고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이 지방이식 수술 때문에 법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 내에서 지방이식은 주로 외모 교정을 위해 사용되고 이는 성형에 해당한다는 좋은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법에서는 ‘효소 처리, 원심분리 등’ ‘최소한의 조작만을 거친’ 시술은 예외로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성형 등과 같은 목적으로 배양 과정 없이 사용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신기술은 차단된다. 병을 치료하는 기술들은 더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어느 시술이든 파격적 효과 개선을 줄 수 있는 배양 기술 접목도 차단된다. 한 줄의 문장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규제 사례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최소한의 조작 정의에 ‘지방세포의 배양’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관련 연구의 부재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식약처의 규정이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배양 기술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최소한의 조작 여부에 대해 의료계와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대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

필자는 의사로서의 양심에 의해 더욱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판단을 따를 것이므로 망설임은 없다. 처벌을 회피하느라 최상의 시술을 못하기 보다는 과학적인 소신을 따라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바로 환자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