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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12)]고품격 재즈댄스 전범 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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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12)]고품격 재즈댄스 전범 우현영

[춤밭을 일군사람(12)]우현영 서울예술종합학교 무용예술학부교수


고품격 재즈댄스 전범(典範) 보인 춤의 달인


재즈 댄스 클래식화 이뤄

조밀하고 꽉찬 느낌 안무작들
관객 끌어당기는 폭발적 마력 발산

·Woo, Hyun-Young)은 포즈댄스시어터의 예술감독 겸 상임 안무가다. 그녀의 재즈 전문 교육장은 신사동 한조빌딩 5층이다. 낮지만 알찬 연습장, 천장이 낮고 방음도 문제이지만 댄서들의 호흡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 위로 빛이 떨어지면 클래식 발레에서 컨템퍼러리 재즈댄스로 영역을 확장한 재즈 댄스 안무가 우현영이 전사처럼 나타난다.

▲ 라스트 맨(2002)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평론가] 우현영(禹賢塋
그 이미지를 비켜 빛을 받은 여인은 상큼한 녹향(綠香)을 내품는다. 소탈하고 배려 많고 자상하고 사교적인 초록 이미지의 그녀가 『닥터 지바고』의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는다. 비발디의 『사계』가 뿌려지던 71년 10월 3일(음) 서울 흥인동에서 태어난 우현영은 지금 나이를 잊고 국경을 허물며 한국, 미국, 이태리 등에서 춤꾼들을 만나고 새로운 춤들을 만든다.

▲ 우현영 서울종합예술학교 무용예술학부교수
2010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그녀는 1996년 포즈댄스시어터를 창단하고 20여 년 가까이 재즈 춤꾼들을 길러내고, 작품을 짜고, 강단에 서고 있다. 재즈에 관한한 그녀는 달인의 경지에 있다. 진홍 화첩 위에 그려져 있던 만춘(晩春)은 그녀에게 걸려있고 세월의 흐름을 감지한 그녀도 이제 새로운 재즈의 비상을 기다린다.

2011년 예총 문화예술 공로대상 수상자가 된 그녀, 노란 유니폼을 입고 남산을 거닐던 리라초등학교의 추억들은 봄날의 단오 풍경, 여름철의 뜨거운 나날들, 가을날의 단풍 카니발, 겨울날의 케이블카를 포함한 것이었다. 유년의 꿈을 꿈같은 현실로 만들어 낸 그녀의 안무작 들은 언제나 조밀하고 꽉 찬 느낌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폭발적 마력을 발산한다.

우현영은 한국무용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재즈를 비롯한 모던 댄스를 배운 BDC와 오퍼스 댄스 컴퍼니에 걸친 고된 수학과정에도 늘 쾌활하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취력을 지니고 있었다. 늘 겨울 초록을 간직한 보리밭 이미지로 다가오는 그녀는 천안문 광장 앞 겨울바람 같은 시련에도 굳건하게 서 있다.

▲ 사하라시스(2003)
그녀는 알라미 발레 스클(헝가리), 시티센터의 잰 밀러(뉴욕), 앨빈 앨리 어메리컨 댄스 센터(뉴욕), 브로드웨이 스텝스(뉴욕), 랜돌프 댄스 시어터(캐나다), 컨서바토리 댄스 스클(뉴욕), 브로드웨이 댄스 센터(뉴욕), 어메리컨 발레 스쿨(뉴욕)에서 수학하고 오퍼스 댄스 컴퍼니에서 실전에 들어간 학구파다. 2003년 제3회 PAF의 안무가상과 2008년 베스트 춤 레파토리상을 수상했다.

유니크한 형이상학적 테제로 파워풀한 대중성을 이끌어 내고 있는 그녀는 대학 강단에서도 인기 교수다. 그녀가 어렸을 때 배웠던 한국무용은 한지 위에 시심(詩心)을 담듯 그녀만의 춤 언어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되었다. ‘인공광과 자연광의 차이를 읽을 시점,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테크닉과 민첩한 움직임에서 오는 강렬한 힘의 표출’은 ‘포즈’의 얼굴이 되었다.

재즈에 접목된 우현영의 춤은 스타일과 타입에서 ‘목포의 눈물’을 클래식화해서 부르듯 대중적 재즈를 클래식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녀의 안무일지에 첨가되는 디테일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토해내는 움직임들과 율동의 앙상블들은 그녀의 깊은 사색에서 이루어진다. 그녀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금기영역을 허물고 시공을 초월한다.

▲ 제로(2001)
모든 상반된 것들의 합일과 해체, 봉합의 수순을 밟고 있는 그녀의 작업은 뒤렌마트의 드라마 작업을 거쳐 엄마 품에서 나오는 여린 새끼들의 진통을 감내하는 듯하다. 그녀는 춤 예술에 대한 다양한 조망과 댄스 웨이브의 파고를 포착하고 공식화 시켜 컨템퍼러리 재즈를 선도해왔다. 그녀는 간혹 꿈의 공간에서 현실 감각을 상실하는 빛 공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녀의 춤은 세계의 컨템퍼러리 무용계에서 서양에는 없는 동양적 기호와 상징으로 무한서정과 오리엔탈 파워의 근원을 시무(示舞)하였다. 우현영은 주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나친 계획보다는 한 곳에 뿌리를 두어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에 매진하겠다는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소박한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그녀는 교육자로서 자신의 작업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2003년 7월, 남 이태리 트로페아에서 열린 칼라브리아 아르테단짜(예술춤 축제)에 아시아인 최초로 초청워크숍을 가진 이래, 선풍적 최고 강사가 되어 무용 팬들을 매료시키며 해마다 행사에 초청 되고 있다. 20년이 가까워지는 ‘포즈’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포즈댄스시어터 창단 10주년기념공연 이래 그녀는 ‘포즈’의 2기 숙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신작으로 새로운 춤의 영역을 개척해 왔으며, 컨템포러리 재즈를 바탕으로 춤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해외 유명 무용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지속적 공연으로 국내 무용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 흑조
1996년 창단이래, 새로운 흐름의 춤을 소개해온 ‘포즈’는 완성도 높은 한국 정서를 소지한 서정적

실루엣 영상처럼 신비감을 주었던 그녀,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애교를 부리지는 못하지만 이타행으로 속정이 많은 그녀가 투철한 정신, 날카로운 직감력, 뛰어난 판단력으로 조직을 이끌며 성취해낸 많은 작품들이 있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농밀한 상징들이 꿈틀되고 있고, 타들어 가는 관능, 신비감으로 최상의 황홀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우현영의 1990년대 대표작들은 『The Big Brother』(1999년), 『카오스』(1999), 『카니발』(1999), 『생명의 고동』(1997), 『찬란한 나날들』(1997), 『과대망상』(1997)이 있다. 2000년대 대표 안무작은 『Black Swan』(2008), 『Seasons』(2006), 『바츠니아주닉』(2005), 『Don‘t worry .com』(2004년), 『사하라시스』(2003년), 『Pause, 201』(2002년), 『더 라스트맨』(2002년), 『ZERO』(2001년), 『아미추』(2001년), 『Next』(2,000), 『Human Click』(2000년)이 있다.

▲ 바츠니아주닉(2005)
포즈댄스시어터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은 우현영 안무의 『항해』였다. 총체적 춤의 습합(習合)은 춤 예술의 전문성을 창조하였고, 피와 땀으로 이룬 포즈댄스시어터 10년 작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크닉을 소지한 무용단의 모습을 보였다. 늘 봄날 같은 자유를 꿈꾸는 재즈댄스의 착근(着根)이 성공적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미적 승화의 중심에는 우현영이 있다.

두 파트로 나눠진 공연은 1부는『시즌즈』(Seasons,계절)와 베스빌딩의 『특별한 만남』, 2부는 『바츠니아 주닉』(Vaznia Zunik·雪蓮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장감이 실린 10년간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들, 현장 인터뷰와 외국 워크숍 화면은 우현영이 이미 국제 스타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재즈댄스의 여전사들을 생산했다.

2008년 이후 그녀는 2009년 6월 호암아트홀, 7월 시카고 재즈 댄스 월드 콘그레스 에서 ‘크로스오버 난장’ 초청공연 『Black Swan Ⅱ』, 『바츠니아주닉』 9월 서울무용제 개막식 초청공연을 하였고, 서울예술단 댄스뮤지컬 『15분23초』(2009), 『뒤돌아보는 사랑』(2010) 작업에 안무가로 참여하였으며, 2011년에는 세계 춤의 날 초청공연 이후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 흑조
스타 우현영은 대부분의 영화제와 서울무용제, 세계무용축제, 민족춤제전, 뉴욕 재즈 댄스 페스티벌, 국제 댄스 미팅에서 안무가로서 참여했고, 2006년 6월 영국 런던 부룸스버리 극장에서 『THE RITE OF SPRING-DANO, 봄의 제전-단오』로 참가했고, 2004년 한국에서 인도음악과의 만남 초청공연, 2002년 일본 동경 나가노 제로 홀에서 한일월드컵기념 한일협력무용공연을 갖는 등 국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즈댄스시어터는 재즈 댄스 장르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재즈댄스컴퍼니다. 늘 자신감과 충만한 패기로 기존 관념을 무시하듯, 우현영의 과감한 도발적 재즈댄스는 영토를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포즈’와 우현영이 내실을 기하며 현대 무용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선도하며, 높은 기상으로 태양에 맞서는 태양새처럼 전진하길 기원한다.

/장석용 댄스칼럼니스트(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